책 읽는 엄마의 아이는 정말 책을 좋아할까?

독서는 우리 아이를 행복하게 해 주는가

by 세온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책을 등한시한다고 걱정한다. 독서지도사나 어린이서점 사장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전문가'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엄마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과연 정말로 엄마가 독서를 하면 아이도 책을 가까이할까?

나는 소위 말하는 책 읽는 엄마다. 요즘엔 투고와 글쓰기 플랫폼 단장에 바빠 독서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지만, 일주일에 최소 한 권은 읽는다. 그러나 우리 아이는 책에 큰 관심이 없다. 책은 책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태도로 일관한다.

심지어 책을 질투하기도 한다. 내가 책을 읽고 있으면 다가와서, 엄마는 나보다 책이 더 좋아?라고 묻는다. 아니야, 엄마는 당연히 네가 더 좋아,라고 해도 영 개운하지 않은 표정이다.

아이에게 읽어주고 싶은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을 골라줘 봤자 소용이 없다. 자기가 고른 책이 아니면 펼쳐보지도 않는다. 표지와 제목에서 입구 컷이다.

본인이 가장 재미있어하는 책은 <연두야 학교 가자>라는 클래식한 전집인데, 삽화와 디자인이 좀 올드한 편이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런 취향의 불일치는 '엄마의 독서교실', '매일 책과 함께하는 집' 같은 내가 꿈꿔온 이상적인 가정이 정말 이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해 주었다.

우리 부모님도 책과 거리가 먼 삶을 사셨다. 내게 전집 몇 질을 사주시고는 그 이상의 지적 욕구를 채워주지 않으셨다. 그럼에도 나는 그 전집들을 다 읽어 치우고 몇 권 없었던 아빠 책에 손을 댔다. 그러니 부모의 독서 습관과 아이의 책사랑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다.




엄마라면 '아이의 인생에 독서가 정말로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독서는 인생을 즐겁고 안전하게 살게 해주는 여러 가지 도구 중 하나일 뿐이다. SNS에는 독서가 아이의 앞길을 책임져 주는 만능열쇠라도 되는 양 충고하는 게시물이 넘쳐난다. 그러나 책을 읽는 일 그 자체만으로는 인생을 행복하게 꾸려나갈 수 없다.

독서가 학업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도 맹점이 있다. 어릴 때부터 책을 꾸준히 읽은 아이는 대개 안정적인 상위권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최상위권이다. 전교에서 한 자릿수 안에 들려면 문해력이 아닌 다른 자질이 필요하다. 최상위 학생들은 참고서와 문제집 외의 책은 읽을 시간이 없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가 독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책을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성장 환경이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가족과 친구에게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아이는 굳이 책에서 안식을 찾지 않아도 된다. 찍는 사진마다 어디 화가 난 게 아닌지 의심되는 우등생과, 친구와 학원을 땡땡이치고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가 들켜도 한 번 야단맞으면 그만인 평범한 학생 중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기질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충분한 독서 경험을 제공하면, 그 아이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주체적인 사람으로 자란다. 그러나 유튜브나 바깥놀이를 즐기는 아이에게 책을 들이밀면 짜증만 돋울 뿐이다.

유행에 흔들리지 말고 독서의 의미를 스스로 고민해 보자. 그것이 가정의 평화와 아이의 행복을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