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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Mar 17. 2023

글쓰기는 계속 되겠지, 오르골처럼

브런치 초보의 좌절을 위로해 준 노래

브런치에 입문한 지 이제 겨우 보름 정도 지났다. 작가로 선정된 기쁨에 힘입어 그동안 참 열심히도 글을 썼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글을 올렸다.   

  

글 발행은 물론 힘들었지만 아주 재미있는 일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작게나마 결과물이 생기는 것 같아 보람찼다.     


쓰는 만큼 읽기도 많이 읽었다. 틈틈이 최신 글 메뉴에 들어가 다른 작가님들의 따끈따끈한 작품을 감상했다. 열심히 읽었고, 다 읽고 나면 꼬박꼬박 라이킷을 눌렀다. 댓글도 자주 달았다.     


그런데 읽은 작품이 많아질수록, 구독하는 작가님이 많아질수록 점점 작아지는 나를 발견했다. <비교>라는 방해꾼이 나타난 것이다.     


아직 브런치 생활에 익숙치 않은 초보인 나는 <비교>라는 녀석에게 단단히 사로잡혀 버렸다. 절묘한 문장과 화려한 수사, 번뜩이는 재치를 자랑하는 작가님들 앞에서 나는 움츠러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시작한 작가님의 브런치가 단시간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보고 초라함을 느끼기도 했다.   

  

우중충한 금요일인 오늘, 역시나 머리가 복잡했다.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너무 들떠서 내 주제를 몰랐던 게 아닐까. 꾸준히 글을 올린 결과 조회수도 늘었지만 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몇 분이나 계실까. 하루에도 몇천 개의 작품이 올라오는 이 글의 바다에서 내 글이 주목받을 확률은 몇이나 될까. <비교>가 <좌절>이라는 이름의 친구를 데려온 것이었다.     


울적한 마음을 달래고 싶어 음악을 틀었다. 아주 밝고 화사하고 유쾌한 노래를 듣고 싶어 엔시티 드림의 1집을 골랐다. 그저 멍하니 듣고만 있다가, 5번 트랙 <오르골>에 이르러 갑자기 노랫말이 귀에 들어왔다.


야 요즘 왜 그리 풀이 죽어 있어
야 어깨 좀 펴라 옆엔 내가 있어
인생이란 게 뜻대로 안 되지 
참 맘이란 게 맘대로 안 되지
That’s right
어른이 돼 가나 봐
사는 게 그런가 봐
사람들 다 앞서 나가는 듯한
나 혼자 멈춘 듯한
That’s a life
어쩔 수 없는 듯한 막연한 불안함
(중략)
고민 따윈 잠시 던져 놔
to the sound of the music
마음속의 소릴 들어봐
원하는 건 do it 그냥 do it    

 

아니. 이거 지금 딱 나를 두고 하는 얘기잖아? 하필 딱 이 타이밍에 이 노래가 나오다니. 평소에는 희망적인 가사구나, 하며 무심히 들어넘긴 가사가 그때는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자 다들 하잖아 괜한 짓 엄한 짓도
누가 보면은 금방이라도 세상이 망한 줄
(중략)
조금 비틀대다 혼자만의 리듬을 찾아
즐길 수 있으면 돼 결국 행복하면 돼

     

노래를 들으며 <비교>와 <좌절>에 붙잡혔던 마음이 서서히 힘을 되찾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나만 엄한 짓 하는 거 아니겠지. 별 일도 아닌걸. 고민의 무게가 훨씬 가볍게 느껴졌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도 반드시 인기 작가가 되어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단 몇 분과라도 글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면 족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난 프로 작가가 아니고 글쓰기를 배워본 지도 오래되었으니, 필력이 특출나지 못한 것도 당연하다. 서투른 걸 인정하자.


Don’t stop the music 왜 멈춰 있어
춤추듯 돌아가 Life is a party so
딱히 뭘 안 해도 tick tock tick tock
Life is still going on 그저 흘러가
암튼 흘러가     


맞다. 딱히 애써 뭘 안 해도 흘러가게 돼 있다. 잘 쓰려는 마음 따위는 버리고, 유유히 쓰자. 좋은 글이든 나쁜 글이든 아무튼 글은 나오게 되어있다.      


비교와 좌절이 비로소 서서히 물러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을 완전히 내쫓을 수는 없다. 브런치를 계속하는 한, 내 마음이 조금만 약해져도 귀신같이 눈치를 채고 다시 활개 칠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만 작은 감옥에 그들을 가둬놓고 감시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슬금슬금 창살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탈출할 틈을 엿볼 때면, 다시 노래를 불러야 한다.      


Life is still going on 

My life still goes on     


인생도, 글도 계속된다. 마치 끊임없이 돌아가는 오르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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