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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Apr 04. 2023

맹꽁이 서당, 내 기준 당근마켓 최고의 득템

역사 만화 맹꽁이 서당 예찬입니다

거두절미하고, 당근마켓에서 만화 <맹꽁이 서당>을 구했다. 그것도 무료나눔으로! 그것도 새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로!     


  

나에게 이 일은 나름 운명적인데 그 이유가 뭔고 하면.  

    

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맹꽁이 서당이 3권까지밖에 없어서 나는 딱 4권부터 읽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눔 받은 책이 딱 4권부터 있는 게 아닌가! 4권부터 10권까지!

    

 

렸을 때 3권 이후가 얼마나 궁금했던지, 마지막 장의 컷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이괄의 난으로 대궐 문에 도끼가 꽂히는 장면이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동네에 도서관이 많지 않았고, 알뜰하신 엄마는 분명 책을 사주지 않으실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나는 언젠가 커서 기회가 되면 후속편들을 꼭 구해보리라 다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딱! 마치 나를 위해 나타난 듯이! 당근에 맹꽁이 서당이 올라온 것이다.  

    

심지어 내가 해당 키워드를 검색한 것도 아니다. 그냥 무심히 스크롤을 내리고 있는 와중 두 눈에 포착된 것이다. 수많은 물건 사이에서 내가 이 건을 놓치지 않고 발견했다는 점이 신기할 정도다. 이 정도면 데스티니 아닌가.     





맹꽁이 서당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 꼭지의 전반부는 학동들이 말썽을 부리는 에피소드로, 후반부는 역사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역사 이야기는 야사나 인물 위주의 내용이라 이걸로 역사 공부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말 그대로 재미있는 이야기 가깝다.

     

역시 뭐니뭐니해도 맹꽁이 서당의 가장 큰 재미는 글공부와 담을 쌓은 학동들의 기상천외한 장난이다.

     

어렸을 때 읽은 2권 혹은 3권 중에서, 학동들이 수업을 땡땡이치고 ‘천렵’이라는 걸 하러 가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나는 그때 천렵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는데, 백과사전에 따르면 ‘여름철 피서법의 하나로 주로 성인 남자들이 냇물에서 고기를 잡으며 즐기는 놀이’라고 한다.

     

그런데 학동들이 그걸 흉내 낸답시고 동네 하천에 가서 물놀이를 하고 낚시도 해서 매운탕을 거하게 끓여 먹고는 냇가에서 그냥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그러다 훈장님과 아버지, 삼촌들에게 딱 걸려 엉덩이에 불이 나게 매를 맞는 이야기였다.

     

나는 어렸을 때 이 에피소드의 장면 하나하나가 너무 우스웠다. 어찌나 웃겼는지 아직도 천렵이라는 잘 쓰이지도 않는 한자어를 기억할 정도니까.

     

새로 구한 4권 이후의 책들도 역시 내가 알고 있는 그 재미와 유머 그대로였다. 역시 맹꽁이 서당은 학교 국어 시간에 배운 우리 민족 특유의 ‘해학’이 가장 빛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2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 맹꽁이 서당을 다시 보는 감회는 정말 새로웠다. 한 꼭지가 끝날 때마다 수록된 활동지도, 윤승운 선생님의 그림체도, 재치 가득한 대사도 기억 속 그대로인데 나만 나이가 들었다.

      

그러나 명작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 법, 만화를 보며 낄낄거리며 웃을 때의 마음은 꼬맹이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엄격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준 맹꽁이 서당. 참 고마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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