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의 대표 물고기가 이역만리 아시아의 아이들이 한글을 익히는 데 쏠쏠한 도움을 준다니, 참 글로벌한 일이다. 태평양의 깊은 바닷속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을 후무후무누쿠누쿠아푸아아는 이 사실을 알까?...
말이 나온 김에 옥토넛에 대해서 조금 더 얘기해보자면, 동물 캐릭터들이 탐험대를 결성해 위기에 빠진 바다 생물을 구해주는 내용으로, 꽤 재미있고 유익한 만화다. (영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
주요 캐릭터들이 아주 귀여울 뿐 아니라 대원으로서 맡은 지위와 역할도 상당히 사실적이고 그럴듯하다.
바나클(북극곰) - 탐험대장
콰지(고양이) - 부관
대쉬(개) - 사진사
셸링턴(해달) - 해양생물학자
페이소(펭귄) - 의사
잉클링(문어) - 교수님(해양학자)
트윅(토끼) - 엔지니어
왼쪽에서 네 번째인 셸링턴은 해달이라지만 내 눈엔 아무리 봐도 원숭이다..
이렇게 살뜰하게 구성된 대원들에 더해 가상의 생물인 ‘베지멀’도 있는데, 베지터블과 애니멀의 합성어인 이름처럼 반은 채소, 반은 동물인 존재다.
꼭 귀여운 무처럼 생긴 이 아이는 요리사로, 물고기과자를 만들어 뿅뿅뿅 쏘면 위험한 바다 생물이 환장해서 달려든다. 그 사이에 다른 대원들이 곤경에 처한 생물을 구하는 그런 레퍼토리다.
이 베지멀들은 평소엔 말을 못 하는 것 같다가도 필요할 땐 굉장히 하이톤으로 뭐라뭐라 말을 한다. 그리고 마음이 여려서 위급한 일이 발생하면 그 자리에서 픽 쓰러져 기절해버리는데, 그게 은근히 웃기고 귀엽다. (물론 금방 일어난다)
한 달 전의 어린이날은 온통 옥토넛 천지로 끝났다. 단종되어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탐험선도 당근마켓에서 구해다 줬을 정도다. 그 후로 아이는 매일매일 옥토넛 놀이를 하면서 만화도 똑같은 걸 맨날 본다. 질리지도 않는가 보다. 아무래도 엄마를 닮아 덕후의 기질이 있는 듯하다.
매번 자기가 바나클 대장이고 엄마나 아빠는 콰지나 페이소를 시키는데 만화에 나온 거랑 똑같이 대사를 쳐야 해서 힘들다. 여간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장면과 대사를 잊어먹기 때문이다. 그러면 여지없이 딸아이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티비 볼 때만이라도 엄마 아빠가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AI의 시대라는데 역할놀이 해주는 로봇이 출시되면 정말 대박일 것 같다. AI 후무후무누쿠누쿠아푸아아와 AI 옥토대원이라니, 상상만 해도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