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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Jun 18. 2023

이야기 같으면서 이야기 같지 않은 이야기 역사책 첫번째

오랜만에 역사책 읽기

 ★ 독서감상문 겸 음악감상문입니다. 글이 좀 길어져서 3부로 나누었어요.^^     


1. 오랜만에 역사책 읽기     


 몇 개월 전 브런치에 금독을 다짐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실제로 그 글을 쓴 후 한동안 책을 멀리하다가, 한 달쯤 전부터는 다시 게걸스럽게 독서를 하고 있다. (이렇게 쓰니 대단한 다독가처럼 보이지만 나는 책 편식도 심하고 길고 어려운 책도 자주 안 읽는 평범한 1인일 따름이다). 최근엔 청아출판사에서 나온 이야기 역사 시리즈에 푹 빠져있어서, 오늘은 그 책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강유원의 고전강의 시리즈 중 <역사고전강의>를 작년에 읽었었는데, 저자가 추천하는 역사(특히 세계사) 공부의 순서가 있었다. 큰 얼개를 잡아주는 세계사 개론서를 먼저 읽고, 그 다음엔 각국사를 보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그때 나는 무릎을 탁 쳤다. 나의 세계사 지식이 보잘것없는 이유가 각국사를 공부하지 않아서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나는 왜 그때까지 한 번도 각국사를 공부하지 않았을까. 단순히 아직 그렇게 깊은 분야를 공부할 만한 수준이 못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여름 들어 문득 위의 <역사고전강의>를 읽었던 기억이 나서, 또 오랜만에 역사 공부를 좀 하고 싶은 생각에 서양 각국사를 읽어볼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영국사를 가장 먼저 배워보고 싶었다. 영국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대륙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역사를 지닌 데다가 의회민주주의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시립도서관에 가서 영국사에 관한 책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아쉽게도 도통 마음에 드는 책이 없었다. 도서관 책들은 너무 어려워 보이거나, 사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를 들어 한 전공자가 쓴 영국사는 풍부한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었고 내가 여태껏 배워온 제도권 역사와 가장 가까워 친근하게 읽힐 것 같았으나, 표지에 쓰인 광고문이 불편했다.     


영국이 대영제국이 되어 세계를 지배했는데 그게 아주 위대하고 훌륭한 역사라는 식으로 적혀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 문구를 보자마자 커다랗게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책을 도로 꽂아놓았다. 제국주의의 첨병이었던 19세기의 영국을 그 사상의 최대 피해 나라 중 하나인 한국의 학자가 찬양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책은 맥세계사편찬위원회라는 단체에서 펴낸 영국사였는데, 처음 듣는 이름이라 찾아보니 중국의 학자들이 펴낸 책이었다. 내용도 충실할 듯하고 전공자들이 집필한 터라 신뢰도도 높아 보였지만, 고민 끝에 이 책도 읽지 않았다. 이유는 순전히 내가 아직 다른 나라 학자들의 역사관에 적응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도서관에서는 원하던 저서를 찾는 데 실패하고 책을 사서 보기로 했다. 옛날에 서점에서 <이야기중국사>, <이야기러시아사> 등의 제목을 본 것이 떠올라 <이야기영국사>로 검색했더니, 다행히 책이 나왔다.  

   

여기서 내가 역사책을 고르는 기준을 한번 언급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나는 역사적 사실은 앞에서도 말했듯 비전공자만큼이나 잘 모르지만, 대학교에서 이것만큼은 확실히 배웠다고 말할 수 있다. 바로 역사에 대한 관점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역사를 지나치게 흥미 위주의 스토리텔링으로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역사는 옛날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엄연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공자들은 철저히 사료를 근거로 역사적 사실을 추론하고 구성하는 훈련을 받는다.     


그러므로 나는 설사 전공서적이 아닌 교양서일지라도 반드시 사학 전공자가 쓴 책만 고른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해서 옛날 이야기를 기가 막히게 재미있게 쓰는 분들의 책도 있고 기자 출신의 글솜씨를 뽐내는 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전공자들의 저서를 고집한다. 학문으로서의 역사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원칙은 대중서나 교양서의 경우(전공서적은 외국책 무조건 읽어야 한다) 되도록 우리나라 저자들의 책만 읽는다는 것인데, 이건 전적으로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다.     

 

외국 학자들의 책을 잘 읽지 않는 이유는, 아무리 번역이 훌륭해도 번역 투를 아예 없앨 수는 없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원서 읽을 외국어 실력도 안 된다). 그리고 앞서 중국 학자들의 저서에 대해 얘기한 것처럼, 내가 아직 우리나라 학계를 벗어난 외국 학계의 관점을 받아들일 만큼의 수준이 못 된다.     


그런데 이번에 얘기할 이야기 역사 시리즈는 ‘이야기’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앞의 기준을 충족하는 책이었다. 각 나라 역사를 전공한 우리나라 사학과 교수님들이 집필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그저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서로만 접근한다면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다. 교수님들의 입장에서는 이 이상으로 쉬울 수 없을 만큼 쉽게 쓰셨겠지만, 그조차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꽤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교양서보다는 어렵고 전공서적보다는 쉽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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