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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Jun 18. 2023

이야기 같으면서 이야기 같지 않은 이야기 역사책 두번째

서양사는 너무 어렵다

2. 서양사는 너무 어렵다


<이야기 영국사>를 먼저 읽고 연달아 <이야기 프랑스사>를 읽었는데, 역시 두 나라의 역사는 물고 물리는 끈질긴 상호작용의 연속이었다. 서로 상대방의 역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지라 두 나라의 역사를 모두 알지 못하면 반쪽짜리 이해로만 그칠 정도다.     


<이야기 영국사>와 <이야기 프랑스사>. 오늘쪽의 <동양미술 이야기>는 독일사와 러시아사를 읽기 전 먼저 읽을 예정인 책이다. 나는 이 '난처한 ~ 이야기' 시리즈의 팬이다.


그런데 책을 집필하신 교수님의 스타일은 사뭇 달랐다. 영국사를 쓰신 분은 ‘이야기’로서의 역사에 좀더 비중을 두셔서, 옛날 영국의 정치와 사회가 어땠는지보다는 역대 영국 왕들의 성격과 그로 인해 야기된 사건을 언급하시는 스타일이셨다.     


반면 프랑스사는 마치 옛날 교과서처럼, 중요한 정치적 사건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 후 경제사와 사회사, 문화사가 등장하는 방식이었다. 둘 다 재미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지적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기에 프랑스사 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영국사 책을 통해서는 입헌군주제와 의회민주주의의 역사에 대해 읽고 싶었는데 왕들 얘기만 해서 조금 김이 샜달까.     


이렇게 두 나라의 역사를 읽으면서 든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들이 좀 있다. 먼저 그 통혼 정책 때문에 한국인인 나는 골치가 딱딱 아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원 간섭기를 제외하고는 저렇게 외국 공주와의 결혼이 빈번했던 적이 없었다. 그나마 삼국시대에 백제와 신라가 결혼동맹을 맺긴 했지만, 공주가 자기네 나라를 통째로 지참금으로 들고 오는 식의 결혼은 한국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개념이다.     


그래서 왕 누구가 어떤 공국의 누구와 결혼해서 그 나라의 왕까지 겸했다는 식의 유럽사는 정말 낯설고 이해하기 힘들다. 한 왕의 영토가 워낙 여러 나라에 걸쳐 있으니 외우기도 힘들고 몹시 헷갈린다.     


게다가 서양인들 특유의 이름 물려쓰기 덕에 어려움은 배가 된다. 영국사를 읽으면서 대체 에드워드와 헨리가 몇 번이나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저자가 독자를 배려해서 ~의 에드워드, 아들 에드워드, 식으로 꼬박꼬박 구분해주셔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중간에 책 덮어버릴 뻔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앙리가 대체 몇 명이고 샤를은 또 몇 명인가. 이쯤 되면 선대 왕들의 본명은 물론이고 묘호도 겹치지 않게 했던 우리나라 조상들에게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그리고 유럽이 근대 후반이 될 때까지도 왕권이 너무 약해서 하나같이 작은 나라들로 분할되어 있었다는 점도 공부의 난이도를 높이는 주범이다. 그에 비하면 동양사는 단순하다. 중국, 우리나라, 일본 모두 현재의 영토와 과거의 영토가 상당 부분 일치한다.     


근데 중세 프랑스는 아키텐, 부르고뉴, 앙주 등의 작은 나라들이 왕 나라보다 힘이 세거나 별개로 행동해서 거의 다른 나라나 마찬가지고, 독일이나 이탈리아는 19세기가 돼서야 통일을 했으니 말 다 했다. 지금 우리가 아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만 생각하고 역사 공부를 하면 같은 나라들끼리 왜 저리 치고받고 싸우는지 이해가 도저히 안 되는 것이다.     


게다가 왕이라는 존재가 힘이 없어서 전쟁이라도 할라치면 귀족들한테 세금 걷고 은행에 돈 꿔서 용병 사는 모습이 너무 낯설다. 중국이나 우리나라 왕들은 어명 한마디면 군대 징발인데, 그들은 절대군주들조차도 동양 왕들에 비해 권력이 한참 약하다. 여러모로 서양과 동양 역사는 너무 다르다.     


그럼 다시 영국사 프랑스사 얘기로 돌아가서. 영국도 피 많이 흘렸지만 프랑스의 근대 이후 정치사는 정말 혼돈의 카오스 그 자체다. 왕정, 공화정, 제정이 대체 몇 번이나 번갈아 나오는지 세기도 어렵다. 프랑스 혁명 이후의 정국이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 상상이 된다.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군주를 배출한 나라가 확고한 공화정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내던졌을까. 프랑스에 왕이 아닌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이 당연한 현대인의 입장에서 참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혁명에 제정에 또 혁명에 타국에 의한 점령에 그 난리를 친 나라가 단 한 번도 선진국의 지위를 잃은 적 없다는 것도 신기하다.      


이야기 영국사와 프랑스사를 재미있게 읽었으니 이제 독일사와 러시아사를 읽을 차례다. 옛날 스타일의 명조체 폰트와 깔끔하게 테두리가 쳐진 내지 디자인 등 외적 요인까지도 마음에 드는 시리즈다. 인도사와 중국, 일본사도 있던데 차근차근 다 읽어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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