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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Jun 18. 2023

이야기 같으면서 이야기 같지 않은 이야기 역사책 세번째

음악을 들으며 서양 사람들의 신앙심을 반추하기

3. 음악을 들으며 서양 사람들의 신앙심을 반추하기


새벽에 역사책을 읽으면서 클래식 음악을 함께 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과 음악을 즐기기 위해 최근에 아주 소박한 조치를 취했는데, 내 작은 오디오를 싣고 다닐 트롤리를 구입한 것이다.   

 

그전까지 오디오는 서재라고 부르는 방 책상에 항상 놓여있었지만, 주로 누워서 책을 보는 내 습관 때문에 스피커의 위치가 최선이 아니었다. 또 남편이 책상을 쓸 때면 작은 방에 가서 책을 읽어야 해서 오디오를 듣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집의 어느 장소에서든 음악을 듣기 위해 트롤리에 오디오를 실어서 옮겨다니기로 했다. 침대가 아닌 바닥 매트에 누워서 책을 읽을 때는, 스피커를 트롤리의 가장 낮은 단에 두면 귀와 평행을 이루어서 가장 좋은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이 작은 변화 덕에 요즘 클래식으로 귀 호강을 자주 하고 있다. 이야기 영국사와 프랑스사에는 아무래도 지금까지도 유럽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기독교와 관련된 음악이 어울릴 것 같아서, 다음 음반을 골라보았다.     


카를 리히터가 지휘한 바흐의 <마태수난곡>이다.     


마태수난곡은 총 길이가 장장 3시간에 달하는 대곡이며 경건한 종교음악이기에,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곡은 절대 아니다. 나 역시 가사든 선율이든 외우고 있는 곡이 하나도 없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연속해서 들어본 적도 없다. 다만 조용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오면 3개의 CD 중 한 개를 감상하는 정도다.     


그러나 마태수난곡은 음악의 아버지라는 바흐의 곡 중 단연 최고의 걸작이기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들어볼 가치가 있다. 특히 음반을 구매해서 주위가 조용할 때 들어야 이 음악의 아름다움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마태수난곡의 가장 큰 매력은 정서적인 면에서는 성스러움과 신실함, 음악적인 면에서는 다양한 성부의 노래를 한꺼번에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바흐는 신앙심이 몹시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의 곡 중 종교음악이 많은 것은 시대상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본인이 열성적인 루터교 신자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그런 독실한 신앙이 그대로 투영된 마태수난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귀함과 신성함이 흐른다.     


또 성경의 말씀을 때로는 아리아로, 때로는 중창과 합창으로 전달하는 성악가들의 노래가 지극히 아름답다. 테너와 바리톤, 소프라노와 알토가 저마다의 음역에서 최고의 목소리를 들려주니 어찌 훌륭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혹시 음악을 듣다가 가사가 궁금해지면 부클릿을 참조하면 된다. 영어로 번역된 가사가 실려 있어 청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나는 무교이지만 천상의 음악으로 빚어낸 성경 구절에는 아무런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끝으로 카를 리히터와 뮌헨 바흐 오케스트라의 마태수난곡 음반(1953, 데카)에 대한 <더 클래식> (돌베개, 문학수 지음)의 설명을 일부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마태수난곡>을 거론하면서 1순위에 올리지 않을 수 없는 녹음이다. 20세기의 탁월한 바흐 해석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지휘자 카를 리히터의 불멸의 유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틱한 전개와 압도적인 합창의 힘, 약음부에서 펼쳐지는 섬세한 서정미도 빼어나다.’


<마태수난곡> 음반과 내가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항상 옆에 두고 읽으며 공부하는 두 입문서. 전에 두 책에 대해 브런치에 따로 글을 쓴 적도 있을 만큼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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