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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Jul 23. 2023

급 생각나서 써보는 <나비잠> 예찬

너무 많이 들으면 빨리 질릴까봐 아껴 듣게 되는 노래들이 있다. <나비잠>은 나에게 그런 노래 중 하나다.     


비록 예능프로그램에서 시작된 아이디어지만, SM Station(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과 타 아티스트 간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잘 알려져있는 기획)의 곡으로 발표될 만큼 이 곡의 퀄리티는 준수하다. 기성 가요, 특히 버즈의 히트곡들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다.     


전성기 버즈 노래의 느낌이 너무 강한 것이 신기했는데 역시나 <남자를 몰라>의 작곡가가 참여한 곡이었다. 이런 락발라드 스타일은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수밖에 없는 통속성을 자랑한다. 특히 버즈의 노래를 들으며 학창 시절을 보낸 나와 같은 세대는 <나비잠>에서 진한 추억과 향수를 느끼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곡은 민경훈의 솔로가 아닌 김희철과의 듀엣이라는 점에서 버즈의 노래들과 결정적으로 다르다. 두 보컬의 화음은 <나비잠>을 아주 듣기 좋은 곡으로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비하인드 필름에서 김희철은 민경훈이 녹음한 노래에 본인의 목소리를 얹으며 ‘두성’으로 대표되는 민경훈의 독특한 창법을 따라하는 듯한 개그씬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는 약간은 가벼운 언동과 곱상한 외모로 인해 그동안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실력을 보란 듯이 드러내며, 슈퍼주니어로 지낸 지난 10년의 세월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그 의외의 노래 실력은 민경훈을 충실히 보조하며 멋진 하모니를 이룬다.     


김희철이 1절의 메인 선율을 안정적으로 불러냈다면, 민경훈은 2절부터 본격적으로 노래를 리드하며 한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밴드의 보컬답게 뛰어난 가창력을 과시한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낙폭이 큰 화려한 바이브레이션은 상대적으로 담백한 김희철의 보컬을 보완하며 빛을 발한다. 특히 2절 벌스가 끝나고 후렴이 시작되기 직전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애드립과, 그 고음을 그대로 받아서 이어지는 메인 멜로디는 감정을 단박에 끌어올리는 극적인 구간이다.     


그리고 단 세 글자이지만 절대 그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있다. 바로 워우워다.


‘오늘을 되돌아보며 (워우워) 감은 두 눈에 머금고’

‘망각의 낙엽이 져도 (워우워) 하늘 달을 보며 그땔’


이 워우워가 어찌나 찰진지, 노래를 들을 때마다 따라하지 않고서는 못 배긴다. (나와 남편은 둘 다 이 노래를 아주 좋아해서 함께 들을 때가 많은데 워우워가 나오면 서로 질세라 앞다투어 흉내 내곤 한다)     


보컬 뿐 아니라 곡의 감동에 톡톡히 일조하는 것이 또 있으니 바로 후렴에 등장하는 현악 반주다. 저음에서 둔중하게 울리는 드럼과 베이스의 리듬은 예상한 것이라도 듣기 좋은데 거기에 스트링까지 더해지니 아주 환상의 호흡이다. 게다가 세 번의 후렴 중 오직 마지막에만 등장하는 일렉 기타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랄밖에. 특별히 혁신적인 편곡은 아닐지라도 이런 보편적인 방식은 여전히 호소력이 강하다.     


<나비잠>에 대해 쓰면서 뮤직비디오 얘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노래는 매우 진지하고 애절한데 뮤비가 너무 웃기다. 그나마 삼각관계의 주인공 세 명만 나올 때는 그럭저럭 평범한 사랑 노래 뮤비 같은데 <아는형님> 멤버들이 등장하는 장면부터는 그냥 개그물이다.     


내가 좋아하는 B급 감성이 가득해서 그런지 지금도 가끔 이 뮤비를 볼 때면 키득키득 웃곤 한다. 그리고 2016년의 <아는형님> 전성기가 떠오르면서 잠시 추억에 잠긴다. 지금은 안 본 지 오래됐지만 한때는 퇴근하고 맛있는 걸 먹으면서 아형 보는 게 인생의 낙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제 글에 들어오신 분도, 늘 들러주시는 고마운 분도 아마 대부분 잘 알고 계실 노래이지만 그래도 한 번 더 듣고 웃으시라고 뮤비를 띄우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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