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고민
올해 큰아이가 중학교 2학년, 작은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이 된다. 아이들의 교육과 관련된 문제는 모든 부모들의 동일한 관심사이며, 나 또한 아이들의 교육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 스스로가 뚜렷한 동기가 없는 상황에서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지 여러 가지 시도를 해왔다.
이 글을 적으면서 영어 교육에 몰두하는 아버지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아 변명을 해보자면, 나는 영어 교육을 통해서 학교의 진학문제보다는 아이들이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큰 목적이다.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언어를 하나 늘릴 때마다, 내가 경험할 수 있는 전혀 다른 세계가 하나 더 늘어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작년 12월부터 큰아이 작은 아이 모두 Duoling 앱을 시작했다. 언어 학습은 습관과 반복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어떻게 하면 습관을 만들어줄 수 있을지 고민을 했고, 이전에 잠시 사용했던 Duolingo가 떠올랐다. 친구 중 하나가, 그즈음 365일 Duolingo 개근 포스팅을 Facebook에 올린 것도 시작의 개기가 되었다.
일단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첫 번째 건 조건은 1주일 동안 아빠의 Duolingo 점수를 넘으면 500엔(우리 가족은 일본에 살고 있다.)을 주겠다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이것은 내가 아이들의 동기를 간과한 조건이었다. 큰아이는 첫날 하루 만에 내가 1주일 동안 해야 하는 점수의 5배가 넘는 점수를 받아버렸고, 이후 동기가 없어져버려서, 습관이라는 첫 번째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나의 불찰을 시인하고, 그럼 다시 조건을 붙여서 1주일을 개근하면 다시 500엔을 추가하겠다는 조건을 세웠다. 다만, 아빠의 점수를 넘어서는 조건은 1주일을 개근하고 아빠의 점수를 넘어서야 인정해 주는 것으로 룰을 변경했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1주일 동안 개근을 해서 500엔을 벌 수 있었고, 이후 아빠의 점수도 넘어서면 합이 1000엔을 일주일 동안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1000엔이면 9200원 정도 되는 돈이다. 이 조건도 다시 바뀌는데 1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사실 아빠한테 Duolingo는 레벨이 너무 낮았고, 오히려 아빠가 1주일 동안 점수를 쌓을 수가 없어서, 아이들은 쉽게 아빠의 점수를 넘어설 수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1주일 동안 개근을 하면 1000엔을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집사람은 제대로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는데, 1주일 앱을 켰다고 1000엔을 주는 것은 너무 하지 않냐고 살짝 핀잔을 줬지만, 일단 습관 자체가 중요하니 개근을 하면 1000엔을 주는 것으로 하자고 집사람과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 지난주까지의 결과는 아래 그림과 같다. 물론 그 이후로 오늘까지 개근을 유지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습관화시킬 수 있을까 여러 가지 고민을 했었다. 동영상을 보게 한다거나, 온라인 영어 강의를 시켜보기도 했지만, 일단 습관이라는 목표 자체는 아직 이 방법을 넘어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일본에서 싼 온라인 영어 강의의 경우에도 하루에 15분씩 해서 한 달에 약 15만 원 돈이 든다. 그런데, 단돈 3만 6000원 돈으로 한 달간 하루도 안 빠지고 영어 교육을 시킨 거다. (영어 교육의 품질은 일단 뒤로 두자. 그런데 Duolingo는 습관화만 되면 충분히 반복학습을 시켜주는 앱이다.) 이야호!!! 아이들은 10-15분 정도 투자를 하면 일주일에 1000엔씩 공짜로 생기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시간이나 해야 할 양도 부담이 없다.
습관화는 시켰으니, 이제는 1주일에 1000엔짜리 영어 공부의 품질을 올려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Duolingo에는 리그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매일매일 쌓은 점수로 순위를 다투는 개념이다. 그냥 반복학습을 하면 점수가 오르기 때문에 리그를 올린다는 것은 반복학습을 많이 하면 오르게 되어있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본인은 언어는 반복학습과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 반복학습의 지표인 리그에 걸었다. 리그가 한 단계 오를 때마다, 아빠에게 스크린숏을 보내고 보너스를 청구하라. 그렇다. 품질은 리그를 올려서 그 리그를 기준으로 또다시 자본주의의 동기 부여를 할 생각이다. 아직은 리그를 올리지 않아서 구체적인 보너스를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대략 아이들이 원하는 수준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보너스를 제시할 생각이다.
그 밖에도 몇 가지 조건을 더 붙여 뒀는데 위 내용을 포함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건 Duoling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1주일 개근하면 1000엔
리그를 하나 승급하면 보너스 (보너스 내용은 아직 생각하는 중)
3개월 개근하면 추가 보너스 (역시 보너스 내용은 아직 생각하는 중)
이후 3개월 단위 개근하면 추가보너스
1주일 동안 Duoling에 투자한 시간의 1/3을 주말 게임 시간에 추가해 줌(1주일 동안 Duolingo누적 시간이 3시간이면 1시간 동안 게임 시간 추가)
이걸 하다 보면 집사람이나 내가 걱정되는 게 아이들에게 너무 돈으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점이다. 그런데 여러 가지로 검토를 해봐도 나는 이 방법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어차피 온라인으로 하든, 책을 사서 시키든 영어를 교육하기 위한 비용은 든다. 그 비용을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동기부여를 하는데 이것이 더 좋은 것 아닌가? (사실은 사교육비의 1/5 수준밖에 안 된다.) 그리고, 저 보너스들을 다모아도 일반적인 수준의 용돈벌이 정도다. 한 달을 개근하면 3만 6000원인데, 그 정도 노력했으면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이런 것들을 하면서, 계속 단점을 보완해 가면서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문제를 계속 보완해 가면서 할 생각이다.
영어 말고 또 걱정되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아이들의 체력 문제이다. 나는 어머니가 운동을 하는 것을 싫어하셔서, 평생 운동이라고는 모르고 자랐다.
어머니는 본인이 촉망받던 핸드볼 선수셨고, 그 시절의 운동선수들이 그렇듯, 운동에 대해서 매우 거부감이 크셨고, 아들이 운동과 관계없는 일을 하시길 원하셨다. 어머니가 운동을 하신 덕분에 어릴 때 운동회에서 어머니는 다른 부모님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기록으로 달리기를 1등 하셨고,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어머니한테 구석에 몰려서 맞은 적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잘하는 운동이 한두 개쯤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쭉 해왔고,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부터 수영, 테니스, 댄스등을 시켰다. 공부는 억지로 시키지 않았지만, 운동은 조금은 반강제로 시켰다. 그런데, 큰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시간내기가 정말 쉽지가 않더라. 그래서 수영과, 댄스를 그만두게 되었고, 테니스도 곧 그만둘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운동을 하나쯤은 꼭 시키고 싶어서, 처음에는 아빠가 달리기를 할 때 같이 달리면 500엔을 주는 것으로 시작을 했다. 그런데 이건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일단 아빠랑 아이가 시간을 같이 맞추는 거 자체가 어렵고, 달리기는 페이스를 맞추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서 다시 생각한 건, 주말 등산을 같이해보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등산은 대성공이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2578m 산을 등반할 정도가 되었다. 2578m는 백두산보다도 높은 산이다. 역시 이것도 동기부여를 위한 자본주의의 선물이 필요했는데, 처음에는 토요일에 등산을 하면, 일요일에 하루 종일 게임을 시켜주는 것을 걸었다. 이게 처음에는 잘 먹혔는데, 큰아이가 중학교 생활이 바빠지면서 어쩔 수 없이 일요일 밖에는 게임할 시간이 나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일요일에 하루종일 게임을 한다는 것은 큰 동기부여가 되지 못하게 되었다.
큰아이는 1학년 2학기부터 고등학교 수험준비를 하고 있다. 시험공부 자체를 힘들게 하는 편은 아닌데, 아무래도 외국인이다 보니, 일본의 고등학교 수험제도를 잘 모르기 때문에 정보 수집차원에서 아빠가 조사와 지원을 하고 큰아이는 수험학원을 다니고 있다. 그런데 보통 수험을 준비하면 부활동을 그만두고 하는데 우리 큰아이는 부활동에도 욕심이 있어서, 방과 후 부활동까지 다하고 수험을 준비하고 있어서 평일에는 거의 시간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바꾼 룰은 주말 등산 한 번에 3000엔씩 주기로 한 것이다. 보통 한 달에 두 번 정도 등산을 가고 한번 가면 4시간 정도가 평균이다. 시간당 800엔 정도의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과 비슷한 용돈을 받게 된 것이다. 대체로 이 정도의 금액과 수고는 아이들도 받아들일만한지, 처음 시작한 이후로 1년 넘게 유지가 되고 있어서, 아이들의 건강과, 용돈 마련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등산은 최소 3시간 정도 길게는 8시간까지 같이 걸어야 하기 때문에 가족 간의 대화 시간이 대폭 늘어난 것도 선물 중에 하나이다.
한 번은 내려올 때는 케이블카를 타는 것으로 하고 6시간 코스로 등산을 갔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갔는데, 아뿔싸... 케이블카는 현금 지불로만 탈 수 있었고 나는 현금을 하나도 챙겨가지 않았다. 다시 걸어서 내려가야 한다고 했을 때의 아이들의 그 원망스럽고 절망스러운 표정은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다. 너무 미안했고, 어쩔 수 없다. 잠시 쉬고 빨리 해지기 전에 걸어내려 가자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도 너무 미안해서 아무 생각도 안나고 아이들도 화를낼 기운도 없이 내려오는데 집사람이 갑자기 제안을 했다.
"어차피 케이블카 비용 아껴서 내려가는 거니까 케이블카 비용을 오늘 등산 용돈에 추가하자"
아니 여보시요? 나보고 너무 자본주의적이지 않냐더니, 이런 결정적일 때 저런 자본주의적인 결정을 하시다니요. 현명하십니다. 마님.... 아이들의 기분은 금방 반전이 되었고, 결국 이동 시간 8시간 1분, 총시간 10시간 12분의 등산은 안전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위에 한번 언급한 바 있으나, 아무래도 이런 자본주의적인 동기부여는 너무 돈에만 얽매이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사실 아직도 남아있지만, 앞으로 좀 더 해보고 다시 고민해보려고 한다. 일단 현재는 이 자본주의적인 해법이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너무 달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