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한국땅이고 동해는 동해가 맞습니다

일본 사회 한가운데 한국인들의 작은 고민

by 도쿄사는중년아재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정원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지 2년쯤 된 2021년 일본의 고시엔(甲子園)에서 갑자기 한국어 가사로 시작되는 교가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딱히 애국심이 충만한 사람도 아니었지만, 일본 야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고시엔에서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지는 모습은 약간의 국뽕을 채우기에 충분한 모습이었습니다.

고시엔은 일본 전국 고교 야구의 결승 토너먼트 정도되는 대회입니다. 일본의 고시엔의 인기는 대단해서 고시엔 시즌이 되면 여기저기서 월드컵 경기 보듯이 고시엔 야구만 틀어놓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해는 3486개 고등학교가 출전해서 예선을 치르니 고교 야구라고는 하지만, 고시엔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애정이나 참가하는 학생들의 열정은 한국인인 제가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해 보입니다. 그러니까 3486개의 일본 학교중에 선발되어 한국어로된 교가가 울려퍼졌다는 얘기입니다.

각설하고 위에 적은 가사는 교토국제고등학교라는 학교의 교가입니다. 저도 일본에 살면서 교가가 한국어로 된 학교는 처음 봅니다. 이름이 교토 국제고이고 교가도 한국어로 되어 있는데 정체가 무엇인고 하니, 전신은 1947년에 재일 조선인의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교토조선학교입니다. 물론 우리 선배님들께서 직접 만드신 학교이며, 꽤나 역사가 있는 학교라고 볼 수 있는 것 같네요. 2004년에 교토국제학교라는 이름으로 변경했습니다. 현재는 일본 국적의 학생이 60%, 한국 국적의 학생이 40% 정도 된다고 하니, 이제는 재일 조선인 만의 학교는 아닌듯합니다.

재밌는 사실은 최근 몇 년간 일본 국적의 여학생수가 대폭 늘었는데, 한류를 좋아해서 한국 문화를 배우기 위한 입학하는 여학생이 대폭 늘었다는 일본 기사를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학교, 2021년에 고시엔에 나온 것으로 일본 안에 작은 소동이 있었습니다. "동해 바다"라는 가사가 문제였습니다. 원래 한국계 학교였기 때문에 교가가 한국어였고, 백제의 후손들이 동해바다를 건너서 일본을 만들거나, 일본 초기 문화의 축이 되었다는 설처럼 동해바다를 건넜다는 내용이 위 가사 첫 문장에 나옵니다. 실제로 학생들은 한국어로 된 교가를 불렀고 NHK에서 동해바다를 "동쪽의 바다"라는 의미로 번역을 해서 방송을 했습니다. 우익 신문이나 혐한 단체 등에서는 일본해를 동해라고 부르는 혐일 학교라고 문제시했고 그것을 그대로 동쪽의 바다라고 번역해서 번역한 NHK를 같이 문제시한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NHK는 나름 공영방송으로 노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해바다를 東の海, 동쪽의 바다라고 번역했습니다.

다만 이 문제는 작은 소동처럼 끝났고, 오히려 일본의 젊은 층의 반응은 "한국어 교가라니 신선하다"거나, "원래 한국인들의 교가라면 어쩔 수 없다"라던가 "한국어라 멋지다"라는 반응이 상당수 있었고 작은 해프닝으로 끝이 났습니다.


오늘은 가사에 나오는 동해바다와 애국심에 대해서 좀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거창하게 애국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도 아닙니다. 항상 가족 걱정이 먼저인 사람이라, 일본에 살고 있다 보니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 필부의 글이라고 생각해 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먼저 다른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큰 아이가 올해 중학교에 들어갔습니다. 도쿄에도 한국학교가 있습니다만, 한국 학교까지 거리가 좀되서 전철로 통학을 해야 하고, 빠른 시일 내에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일본의 공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학교는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일본의 공교육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람이라면 당연하겠지만, 아이들을 일본의 공교육에 맡겼을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한국어, 영토 분쟁, 역사 문제 이 세 가지가 가장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한국어는 우리 부부가 모두 한국인이고, 회사 업무 문제로 약 3년 정도 한국에 잠깐 돌아갔던 적이 있는데 이때 초등학교 교육을 받고 와서 어휘력은 여느 한국아이들만큼은 안되지만, 한국어 자체는 네이티브입니다.

덕분에 한국에서 12년 특례를 받을 수 없게 된 것이 한국 학교를 포기하고 일본 대학교를 목표로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장점만 있을 수는 없겠지요. 그리고 그런 한국어는 한류 붐을 타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습니다. 일본에서 네이티브 한국어와 일본어를 같이 구사하는 사람은 한국에 계신 분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인기가 좋습니다.

역사문제는 의외로 큰 문제는 되지 않았습니다. 일본 스스로도 역사 문제를 숨기려고 하거나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고 하기 때문에 매스컴에도 크게 다루지 않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아직까지 한국 일본 간의 식민지 시배 시절의 정리에 대한 큰 차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일본에 살고 있는 입장에선 오히려 조용한 것이 다행이랄까요? 이렇게 적으면 저 사람 한국 사람이 맞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이 내용을 적어야 애국심에 대한 얘기를 다시 할 수 있어서 적어보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영토 분쟁입니다. 역사 문제는 이미 지나간 것이라, 언급도 별로 없고 그냥 조용히 지내면 아무 문제 없이 살 수 있었지만, 영토 분쟁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분명히 빠른 시일 내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중학교 입학식에서 1년 동안의 커리큘럼을 받았는데, 1학년 지리 시간에 일본의 영토 분쟁 지역에 대한 내용이 나왔습니다. 일본은 남쪽의 센카쿠 열도로 중국과, 북쪽의 북방영토로 러시아와, 서쪽의 독도로 한국과 영토 분쟁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상황은 좀 다른데 센카쿠 열도는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으며 중국과 분쟁 중, 독도와 북방영토는 각각 러시아 한국이 실효지배를 하고 있고 일본과 분쟁 중입니다. 입장이 반대인 것이죠. 아.. 1학년부터 이 내용이 나오다니. 걱정이 앞섰습니다. 이걸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집사람과 이 문제에 대해서 상담을 하니 대체로 집사람과는 의견이 맞았습니다.


우리 스스로 문제의식을 정확히 느끼고 있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되지 굳이 일본 아이들이나 학교에 강한 주장을 해서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있을까?

한국에 계신 분들이 보면 비겁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일본인들 틈에서 같이 살면서 그들과 지내야 하는 저희는 단순히 독도는 우리 땅이야라고 그들에게 주장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이 얘기를 적어드리는 얘기는 위에서 얘기한 애국심을 얘기하기 위한 또 다른 예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큰아이에게 센카쿠 열도와 북방영토, 독도의 영토 분쟁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고, 한국인인 우리가 보기에 이런 입장인데, 학교에서 일본 입장으로 독도가 다케시마라고 해도 거기서 너무 싸우지는 말아라, 그냥 그들의 입장을 들어주면 될 것 같다 정도로 알려주었습니다. 여기서 반전이 있는데, 이미 중학생쯤 되는 아이들은 우리 큰아이가 한국인이라는 점은 정확히 인지하고 있고(당연하겠지요?) 한국과 일본의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의외로 아이들은 한국인의 입장과 일본의 입장이란 것을 나눠서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인인 너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 일본인인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많이 이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중에 실제로 그 부분을 공부할 때 즘 큰아이에게 독도 문제 어떻게 배웠어 물어보니, 뭐 별로 설명도 안 해주고 그냥 넘어가던데? 별로 중요한 부분 아닌가 봐. 라네요.

나중에 저와 비슷하게 아이를 일본 학교에 보내는 한국인 부부에게 물어보니, 그 학교는 외국인들이 많아서 괜히 분란을 일으킬만한 문제는 수업시간에 아예 다루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위에 설명했듯 센카쿠 열도와 독도는 정확히 일본이 반대입장이기 때문에, 만일 일본 한국 중국학생이 같이 있는 수업시간에 센카쿠 열도와 독도를 같이 설명하면 주장이 모순되게 되어버립니다. 실제로 우리 큰아이 반에도 한국인 중국인이 한 명씩 있어서 비슷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다시 두따님이 등장하셨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동해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위 사진은 작년 골든 위크에 여행을 하다 찍은 사진입니다. 배경이 동해바다이지요. 그런데 찍은 위치가 오른쪽 사진의 빨간 사각형 부분입니다. 이 얘기까지 해보면 아 이 분 한국사람 맞나 하는 생각이 드실지도 모릅니다. 동해바다인데, 서쪽에 있습니다. 저는 분명히 땅에 발을 딛고 서쪽에 있는 바다를 보면서 경치가 좋구나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이름은 동해입니다. 동해라는 이름은 한국을 중심으로 동쪽에 있는 바다라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그 사람이 보는 위치에 따라서 상대적인 명칭이 되어버립니다. 러시아에서 보면 남해바다가 될 수 있고, 탐라국(제주도의 옛 국가)이 아직 남아 있다면 북해바다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바다인 것이죠. 한국의 서해는 정식 명칭은 황해입니다. 그래서 중국과 명칭에 대한 분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흑해나 홍해처럼 황하의 흙탕물이 유입되어 노랗게 보인다고 황해라는 이름을 지었으니, 그 바다의 특징을 이름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땅과 다르게 바다는 여러 국가가 공유하기 때문에 특정 국가가 위치를 기준으로 이름을 지어버리면 굉장히 분쟁의 여지가 많다고 느껴집니다. 남지나해라고 부르는 남중국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면에서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현재의 명명 방식은 합리적인 방식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인은 동해라고 부르면 되고, 일본인들은 일본해라고 부르면 되고, 제삼자들은 두 가지를 병기해서 불러주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그러나 이 약속을 안 지키는 곳이 있으니 그게 문제긴 합니다.


의외로 서두에 얘기한 교토 국제학교의 교가에 대해서 일본인들은 위에 제가 이야기한 동해냐 일본해냐의 개념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일부 우익이나 혐한 언론에서는 동해 또는 동쪽의 바다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굉장히 문제시하였고, 트집을 잡으려고 했지만 대다수의 언론들은 교가라는 특성과 한국인이 그렇게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고, 우익의 트집은 말 그대로 작은 트집거리에 불과하고 말았습니다.


이 사람 한국인이면 일본인 사이에서도 강하게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해야지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자니 한국 사람 맞나?

제가 위에 적은 글을 보면 이렇게 생각하실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독도 문제와 동해 얘기를 드린 것은 지금부터 할 얘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도 당연히 한국인이기 때문에 독도는 한국 땅이고 동해는 동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의 의심의 여지도 없지요. 그런데, 이걸 일본인들 사이에서 강하게 주장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여기서 문득 든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런 평화로운 시기에 일본인들 사이에서 독도는 한국땅, 동해는 동해라고 강하게 얘기하기 어려운데, 그 사이에서 목숨 바쳐 독립운동하신 분들의 애국심은 도대체 무엇인가?

갑자기 내용이 뜬금없는 연결일 수 있겠지만, 저는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 몸하나 그리고 자기 가족의 안위를 생각하는 필부로서는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일본 사람들 사이에서 외치는데도 용기가 필요한데, 일제강점기 일본의 서슬이 시퍼런 상황에 그 한가운데서 대한독립을 외친 분들, 독립 투쟁을 하신 분들은 도대체 어떤 용기와 신념으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존경심이 들었고, 그 존경심은 한국에서 제가 단순히 글로 배우던 역사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진정한 존경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글로는 표현하기 위한 그런 존경심입니다. 정확히 이걸 느끼던 즈음에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드라마가 일본 넷플릭스 1-2위를 다투었고, 단순한 드라마 이상의 감동을 얻은 기억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한국인으로 살아갈수 있게 해주신 그 시절의 독립운동가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살고있습니다.


다음에는 한일의 분쟁과 다르게 최근 일본에서 부는 한류를 일본인들의 한복판에서 느끼는 큰아이의 작고 귀여운 고뇌에 대해서 한번 써볼까 합니다.


PS. Brunch의 맞춤법 검사기는 일본해는 틀린 철자라고 자꾸 동해로 바꾸라고 경고를 주네요. 저보다는 애국심이 투철한 것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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