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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니 Dec 02. 2023

일기더미들

2023.12.01



할머니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내 곁을 머물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강력한 증오와 사랑, 그래서 애증.

모순적이고 골치아픈 감정이다.


곧 돌아가실 줄 알고

잘못된 사랑도 사랑이라며 감내했었지만

이제와서 깨닫는건 그저 회피일 뿐이었다.


어쩌면, 나는 기간을 정해두고 사랑을 하고 싶었나.

그게 가능할리가 없잖아,

닿지도, 보이지도 않고 온기 하나 느껴지지 않는 할머니를 아직까지도 사랑하고 있는데.   

그래서 함부로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내가 사랑하고, 사랑했던 모든 것들은 나를 평생 아프게 하니까.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생일을 축복하고,

사람이 죽으면 죽은 날을 기억하며 제사를 지낸다.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그래도 혼자라도 내 생일을 챙기고 할머니 제삿날을 챙긴다.


독립한 첫날 처음으로 소리내서 울었었지.

장례식장에서도, 집에서도 눈치를 보면서 몰래 울다가 비로소 나만의 공간에서 소리내서 울다보니 조금은 할머니를 보낼 수 있었다.

매일 울다가 코가 막혀서 입으로 간신히 숨을 쉴 때 쯤이면 이게 무슨 자기연민인가 싶어서 정신을 차렸다.


어떤 형태였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수 있을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랑했던  사람들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

아파도 아픈대로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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