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어하우스 2개 지점을 운영하면서 겪은 일들
쉐어하우스를 2개 지점을 운영하면서도 나는 자유시간을 만끽하면서 수입을 얻고 있다. 쉐어하우스 경험은 새로운 수입 파이프라인이 되어주기도 했다. 건너 건너 아는 사람에게 쉐어하우스 운영 컨설팅도 하면서 적게나마 돈을 벌기도 했다. 이번 주말에도 과외가 잡혀있다.
그 동안 쉐어하우스를 운영을 하면서 힘든 건 없었냐고? 없었다. 소위 '진상'이라고 부를만한 이상한 사람은 딱 한명 밖에 없었다. 그 외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집도 깨끗하게 사용해주었다. 이렇게 편안하게 운영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딱히 없다. 괜찮은 사람들이 많고, 나와도 좋은 관계를 쌓아서가 아닐까 싶다.
굳이 비법 하나를 뽑자면 애초에 문의가 왔을 때 사회성이 조금 떨어진다고 느껴지면 수익이 줄더라도 차라리 받지 않는 게 있을 수 있다.
평소 직감을 통해 이상한 사람들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통해 쉐어하우스 운영을 할 때에도 black consumer를 거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나의 오만이었다. 그 진상 분은 오히려 인상이 좋았다. 해당 경험을 통해서 겉으로 티가 날 정도로 이상한 사람은 당연히 걸러지겠지만, 그 정도의 수준이 아닌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라고 충분히 오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분도 다른 측면에서는 충분히 좋은 사람일 수 있다. 나와 겪었던 경험에서는 그랬을 뿐. 너무 안 좋게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배려심 있고 괜찮은 사람들을 입주자로서 받고 싶어서 쉐어하우스 투어를 하면서 실제로 그 사람을 겪어보고자 했다. 그런데 당시에 그 사람은 투어 없이 동영상과 사진을 보고 입주를 결심을 했다. 그래서 나는 화상 회의 줌을 통해서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을 나누고자 했다. 서로 궁금한 점을 서로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분은 자신은 예민하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들을 잘 배려하고 꺠끗하게 사용한다고 말했다. 나도 덩달아 "괜찮아요, 저도 진짜 예민해요!"라고 말하면서 서로 웃었다.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는 인상을 받고 줌을 마치고 나서 계약을 진행했다.
그 사람이 입주를 하고 난 며칠 후 다른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쉐어하우스에 잠시 방문을 했었다. 그 사람의 방에 있어야 할 개인 물건들이 공용 공간인 거실에 있었다. 곧 치우겠거니 하고 따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자신이 집 먼지, 진드기 알러지가 있는데, 집에 진드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이다. 실제로 진드기가 자신 방으로 들어오는 걸 목격했다고 했다. 속으로 '진드기가 눈에 보인다고..?' 싶었다. 나도 살면서 별 문제가 없었고 이전의 사람들 중 아무도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없던 문제라 솔직히 잘 믿기지 않았다.
아무튼 퇴실 희망하신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고, 집을 구해야하니 언제까지 지내겠다고 해서 위약금을 따로 물지 않고 흔쾌히 그러시라고 했다. 그러고 나선 순조롭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퇴실 날짜가 되자 자신은 거실에 있는 에어컨을 거의 틀지 않았고, 같이 지내는 하우스메이트는 많이 틀었으니 자신의 관리비는 깍아달라고 했다. 쉐어하우스 관리비는 지낸 날짜를 기준으로 1/n로 계산한다고 미리 고지했고 미리 나에게 말해줘야 조치를 취할텐데 이제와서 와서 말하니 전기비를 틀은 횟수에 따라서 나눌수도 없어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결국 골치 아프겠다 싶어서 손해보더라도 원하는 바에 따라 관리비 비용을 줄여서 안내했다.
그 동안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이상한 사람은 딱 이 사람 하나였고, 그 외에는 좋은 기억이 훨씬 더 많다. 내가 쉐어하우스의 일원으로 살면서 지냈을 때의 기억이 특히 그렇다. 매일 밤 같이 거실에 모여서 빔프로젝트로 무서운 영화를 틀어놓고 보면서 서로 안 무서운 척 하고, 직장 사수 얘기를 하면서 서로 욕해주고, 누군가의 생일이나 기념일을 다 같이 축하하고 선물을 주고 받았던 기억이 남아있다. 특히 누군가 떠나게 되었을 때는 그 사람이 먹고 싶다던 조식을 차려주고 서로 눈물을 그렁거리며 떠나보냈던 기억이 남아있다.
나와 같이 거주하진 않았지만 쉐어하우스 운영자-입주자로서 자주 소통했던 사람들이 집을 떠날 때 진심으로 잘 지내길 속으로 응원한다. 좋은 사람들이 우리 집에 와주어서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 같이 있을 때 더 배려해주지 못했던 점이 아쉽기도 하다. 나는 2030 여성들이 자기만의 방이 있으면서도 비슷한 또래들과 여러 명이 모여서 재미있고 안전하게 지내는 주거 형태가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아파트에서 지내는 것이 심리적으로도 안전하고, 커뮤니티 시설도 사용할 수 있고, 월세 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만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