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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우자 Mar 21. 2023

명품에 그렇게 돈을 쓰는데도 부자가 되었다

꼭 절약해야만 부자가 되나

내가 짠순이의 길을 걷게 만든 건 언니의 영향이 크다. 나는 어릴적부터 언니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해왔기 때문이다.  



"야. 우리 집에 빚 되게 많아. 그러니까 우리 돈 아껴써야 돼. 안 그럼 우리 집 망할 수도 있어..."


초딩이던 순진한 나는 언니의 말을 덜컥 믿어버렸고, 돈 쓰는 것을 삼가하며 짠순이로서 자랐다. 그러다 어느 날 언니가 당시 유행하고 비싸던 true religion 청바지를 망설임 없이 구매하는 걸 보면서 깨달았다. 그 때 했던 말은 거짓부렁이었음을.


이를 깨달은 이후로 나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고,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샀다. 미국에서 보냈던 약 2년간의 대학 시절을 그렇게 보냈다. 그러다가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며 바뀌었다. 한국 대학으로 편입하게 된 계기는 아빠의 사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릴 적 언니의 그 한마디가 다시 내 무의식을 장악하면서 다시 어릴 적의 소비 습관으로 돌아갔다.(다행히 아빠의 사업은 회복했다.)




어린 나를 가스라이팅(?) 하며 돈을 못 쓰게 했던 나의 언니 자신은 짠순이었을까? 언니는 우리 아빠가 술에 소비하는 것처럼 딱 하나에 소비를 하곤 한다. 그것은 바로 패션이다. 언니는 패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며 좋아라 한다. 한번은 언니를 따라 에르메스 매장에 들어가본 적이 있다. 들어가려면 미리 예약을 했어야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순간부터는 마음이 좀 위축되었다.

출처 : Hermes singapore


들어가서는 최대한 이런 곳 자주 와본 척 연기하며 왜 명품이 명품인지 확인하고자 매의 눈으로 물건들을 관찰해보았다. 귀걸이, 스카프, 담요, 그릇, 신발 등을 열심히 관찰한 결과, 디자인이 '우와'하고 감탄을 자아낸 건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그럼 얘네가 왜 명품인겨? 소재를 좋은 걸 쓰고, 마감을 꼼꼼히 하나? 상품의 질은 괜찮지만 브랜드 가치나 이미지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는 내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명품을 사용하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사회적 위치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혹은 실제 자신의 경제력보다 더 크게 비춰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테니까 말이다.


아무튼 우리 언니는 가방, 악세사리, 옷, 그릇과 같은 것에 큰 비용을 지불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많다. '절약해야 부자된다'라는 일반적인 생각에 반하는 것이다. 우리 언니의 경우 부동산으로 자산을 불렸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재건축 예정인 한 아파트를 갭투자했고, 이를 매도하여 차익을 실현했다. 그리고 그 이익에 대출을 껴서 그 유명한 압구정 현대 아파트를 매수했다. 재건축에 대한 희망으로 집값은 계속 올랐다. 언니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2층짜리 개인 주택을 매수했다. 이를 다른 사업자에게 임대해주어 매달 400만원의 임대료를 얻을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나도 데려가


언니는 의류나 패션잡화에 돈을 많이 쓰면서 어떻게 어린 나이에 부동산으로 부를 키우게 되었을까?


언니는 돈을 써도 야무지게 썼다. 명품을 사고 더 이상 설레지 않을 때 재판매한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애초에 산 가격보다 비싸게 팔린다. 희귀성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리고 패션 이외의 것에는 몇 푼이더라도 함부로 쓰지 않는다. 결국 언니도 나만큼 돈을 잘 안 쓰는 것이다.




꼭 절약만이 자산을 늘려가는데 답은 아닐 수 있다. 사업 수완이나 재테크 수완이 좋으면 많이 쓰는만큼 많이 벌기에 여전히 자산을 불릴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더 큰 자산을 불릴만한 눈덩이가 준비되려면 절약은 기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여전하다.


언니는 요즘 지출을 줄이는 것에 열심히다. 외식도 잘 안하려 하고, 안 쓰는 물건들은 중고로 판매하면서 조금이라도 돈을 모으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언니는 이따끔 물욕이 없는 내게 상담을 받고자 '이거 너무 너무 사고 싶다'고 카톡을 한다. 내 눈에는 그렇게 예뻐보이지도 않거니와 지출을 줄이는 것을 도와주고자 그거 하나 사면 그간 언니가 중고거래한 것들 다 물거품되는 거라며 말린다.


언니는 임신했을 때 태교를 목적으로 접한 뜨개질이 점점 발전하여 직접 가방, 모자 같은 것들을 혼자서 만들곤 한다. 그래서 언니가 직접 만든 것들을 하고 다니는 게 더 멋지다고 말했다. 과연 언니의 소비욕구를 해소하는데 효과가 있었는지는 미지수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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