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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우자 Mar 20. 2023

딸아, 자동차에는 자산의 X%만 쓰는 게 적당하다

노후 걱정할 일 없는 사람의 검소한 소비 습관에 대하여

절약하기를 좋아하는 나와 같은 피를 공유하고 있는 우리 가족들의 소비 패턴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집 사람들 중에서 나처럼 절약하는 짠순이는 없다. 특히 오빠나 엄마는 나와 많이 다르다. 언니는 물욕이 없는 나를 아주 신기한 존재로 바라본다. 그나마 나랑 비슷한 사람은 우리 아빠이다. 이번에는 우리 엄마와 아빠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다.


우리 엄마는 절약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사치품을 즐겨 사시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미 있는 물건들을 다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로 구매를 한다. 그 분야는 주로 화장품인데, 엄마는 피부관리를 열심히 하는 편이고 덕분에 피부가 나이에 비해 좋으신 편이다. 이전 글에 썼던 나의 친애하는 피부 아주머니도 엄마가 먼저 추천을 받아 관리를 받기 시작하면서 나도 덩달아 같이 받게 된 것이었다.

https://brunch.co.kr/@shoo-shoo/39


어릴적 엄마가 화장대 앞에 앉아서 얼굴 마사지를 정성스레 하던 모습이 여전히 기억이 난다. 눈가에 주름이 질 수 있다며 눈 주위를 롤링할 때에는 힘을 빼고 마사지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우리 엄마는 주로 빨래를 갤 때 TV를 킨 후 홈쇼핑 채널을 틀어놓는다. 그 채널에서 홈쇼핑 화장품 업체들이 나온다면, 그 업체들은 엄마 있는 쪽으로 절을 해야 한다. 팩, 기초 제품, 파우더형 선크림 등 피부와 관련된 된 제품이 나오면 거의 99.9% 구매를 하신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열려보지도 못한 새 화장품들이 많이 있다. 덕분에 내가 쓰던 크림이 다 떨어지면 찾는 곳이 있다. 바로 우리 엄마의 화장품 곳간이다. 그 곳에는 미처 열려보지도 못한 채 쌓여가는 화장품들이 있다. 옷장 한켠 전부를 차지하는 그 곳에는 엄마가 이전에 사고 쟁여둔 에센스, 세럼, 크림, 아이크림, 핸드크림, 바디로션, 팩 같은 것들이 즐비하다.

나의 화장품 곳간

그럼 나는 올리브영 쇼핑을 나온 것처럼 그 곳에서 내 마음에 드는 걸 골라 내 방으로 가지와서 사용한다. 나는 엄마 물건을 뺏어 쓰는 게 아니라, 방치된 화장품들을 소비해주는 것 뿐.

 이 중 3개가 곳간에서 훔쳐온 것 (어릴 적 사진을 두는 건 스스로를 사랑하는데 효과적)


엄마는 화장품에 더해서 식사 재료에도 투자를 하는 편이다. 엄마는 꼭 유기농을 고집한다. 예를 들어, 일반 옥수수는 gmo 옥수수일 가능성이 높으니, 한살림표 옥수수만 먹으라고 할 정도이다. 이렇게 식재료 및 건강에 신경쓰는 엄마이기에 어릴 적 우리 집에는 과자나 라면이 잘 없었다. 있다고 해도 모두 맛이 없는 감자라면, 쌀과자 같은 것들이었다.



그렇다면 엄마와 결혼한 우리 아빠는 어떠한 소비 습관을 가지고 있을까?


아마도 나는 아빠의 유전자를 많이 닮은 것 같다. 아빠는 딱 하나만 제외하면 나의 소비 습관이랑 유사하다. 그 딱 하나는 바로 술이다. 아빠는 매우 사교적이고, 술을 좋아하는 편이라 술값으로 지출되는 돈이 꽤 될 것이다.


그러나 술 외에 돈 쓰는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옷, 가방, 신발, 시계, 자동차 같은 것에 관심이 전혀 없으시다. 그냥 엄마가 사주는 옷들을 몇 십년동안 오래오래 쓸 뿐이다. 입맛은 또 얼마나 토속적인지 가끔 외식할 기회가 있을 때 내가 '아빠 이탈리안 먹으러 가자!' 하면 '쯧. 그거 다 밀가루 덩어리여!'하고 호통을 친다.
그렇다면 아빠가 가자고 제안하는 곳은 주로 어디? 바로 동네의 추어탕 집이다. (정말 나랑 너무 안 맞는다.)


나는 아빠가 배달음식을 시키는 것을 살면서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아빠의 나이 때문인가 싶다가도 어릴 적 전화로 엄마가 배달시키는 건 종종 본 적이 있어서 그건 아닌 것 같다. 아빠는 엄마가 차려준 집밥을 먹는다. 만약 준비된 식사가 없다면 앞에서 말한 그 맛없는 라면을 끓여 끼니를 때우신다. 퉁퉁한 몸매와 보기 다르게 과자나 야식을 즐기지도 않으신다. 우리 아버지의 몸매는 모두 술 때문인 것이다. 그 외의 것들은 아빠의 지갑을 열기 어렵다. 한번은 운전면허를 따게 되면서, 어떤 차를 탈까 고민을 하면서 아빠에게 물어봤다.


'아빠, 차에 쓰는 비용은 자산의 몇 퍼센트가 적절해?'

아빠는 고민없이 바로 대답했다.

‘1%’


비록 자산이 많은 사람들에게 대입한다면 1%이더라도 매우 비쌀 수 있다. 그러나 아빠는 차량은 자산의 아주 적은 비중만 투자해야 한다라는 의미에서 말씀하셨을 것이다. 실제로 아빠가 타고 다니는 차는 일반적으로 좋은 차라고 여겨지는 것은 아니다. 아빠는 이어서 말했다.


'차량은 그냥 이동 수단일 뿐이여. 비싼 차를 타봐야 뭣 하냐'


물론 차량의 세부적인 기능 및 안정성을 따진다면 뚜렷한 차이가 있을 것고, 그것에 많은 의미를 두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도 누가 나한테 비싼 차 공짜로 준다고 하면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고 냉큼 받아올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내 수중에서 돈이 나가는 거기에 많은 비용을 차량에 투자할 정도는 아닌 것이다. 아빠의 말대로 내 자산의 1%만 차량에 쓰기에는 그 금액은 너무 적어서 그 차량은 고물덩어리일 것이다. 또, 너무 허름한 차를 타고 다닌다면 분명 무시하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다.




부자들은 오히려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베어있다고 한다. 우리 아빠를 보면 그렇다. 아빠는 어릴 적 시골에서 올라와 나름 자수성가한 케이스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훌륭한 영업 스킬로 인센티브를 많이 받았고, 자산을 불리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 사업이나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이셨다. 덕분에 노후를 보내는 것에 대한 큰 걱정이 없다.


절약에 대해 사람들은 말한다. 그렇게 푼돈 모아봤자 티끌은 티끌뿐이라고. 하지만 월급 받아 먹고 싶은 거 사먹고, 쇼핑 좀 하고 나면 얼마 쓰지도 않았는데 금세 월급이 사라져있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적은 금액이 모이면 크게 된다는 것을. 나의 작은 행복들을 잃지 않는 선에서 검소하고 야무지게 살자고 다시 한번 다짐하며, 오늘은 오랜만에 무지출을 해봐야겠다.

초록칸 = 무지출 한 날

다음에는 우리 언니, 오빠의 소비 습관에 대한 관찰기를 적겠습니다요



- 매일 내 글을 훔쳐 보며 아빠에 대한 글도 한번 써보라는 아빠에게 바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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