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정기적으로 나의 자산 현황을 업데이트 해왔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그 자체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월급을 절약하고, 저축하고, 투자해서 내 자산이 얼마나 불어났는지 보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자산을 업데이트하다보면 '아, 이번 달에는 생각보다 많이 안 늘었네. 뭐가 문제지? 쓸데없는 소비를 하지 않도록 더 주의해야겠다.' 같은 생각들이 이어진다.
2023년 자산 현황
과거에는 뱅크샐러드를 통해서 내가 월별로 얼마를 소비하는지, 어디에 소비를 많이 하는지 확인하곤 했다. 이제는 스스로의 소비 성향을 파악하고 있어서 굳이 하지 않는다. 연 지출 비용은 대충 연말정산을 통해서 확인한다. 2022년도에 내가 소비한 금액을 따져보면 연 약 600만원으로 한달에 약 50만원을 지출한 셈이다. (유후)
주로 내가 지출을 하는 분야들은 음식, 취미활동, 반려동물 병원비이다. 내 소비의 대부분은 식당, 카페인데 주말에만 가기 때문에 크게 돈 쓰는 일이 없다. (삼시세끼 제공해주시는 나의 어머니 증말 감사해요)가끔 과자를 사먹기도 한다. 워낙 과자를 좋아하지만 평소에는 잘 참다가 스트레스 받을 때 왕창 사먹는다. 최근에는 고대하던 최종 면접에서 탈락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평소와 다르게 동네 무인 편의점에서 이것 저것 샀다. 바구니에 포카칩, 매운맛 컵누들, 신쫄이, calbee 양파칩, 에낙을 담았다. 분명 배가 불렀음에도 과자를 계속 먹었다.
그 외에 나름 돈 드는 취미 활동이라고 있나 보면 재봉이 있다. 마음에 드는 원단을 구매하는데 돈을 쓴다. 그 외에는 반려동물 병원비로 지출을 한다. 돈을 너무 안 쓰는 나를 보고 엄마는 말한다. 어느 정도 모았으니 너무 아끼지 말고 적당히 쓰면서 행복감을 느끼라고. 하지만 엄마 나는 돈 쓰면 오히려 스트레스 받아. 저축해서 내 목표 자산 금액에 가까이 갈 때가 더 행복해.
절약한다고 해서 땅그지처럼 사는 것도 아니다.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을 야무지게 사용하는 것 뿐이다. 돈 안 들게 아파트 단지 런닝하는 것,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 마음껏 읽는 것, 글 쓰는 것을 통해 내 나름의 행복을 느끼고 성장하구 있다구. 나는 아래의 행동을 통해 소비 습관을 개선시켰고, 이런 나를 통해 몇몇 주변 사람들은 영향을 받았다. 언니와 사촌동생은 불필요한 지출을 지양하는 습관을, 오빠는 자산 로드맵 엑셀 파일을 공유해달라고 했다. 따라서 하는 친구나 회사 사람도 있었다.
- 네이버 마이플레이스
네이버 플레이스에서 영수증을 리뷰하면 +50원을 포인트로 준다. 홍보를 위한 리뷰가 아니라 진정으로 고객이 남긴 리뷰로 정확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소비를 한 후 영수증을 리뷰하는 동안 친구에게 '이게 리뷰 한번하면 50원 주는 건데, 10번만 쌓이면 500원이여. 얼른 너두 해'하고 알려주었다. 한참 후에 나중에 또 만났을 때 친구가 마이플레이스 리뷰를 하면서 '야. 나 이거 완전 열심히 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한테 전파하고 있잖아'라고 말했다. 아주 뿌듯한 순간이었다. 아쉽게도 마이플레이스는 더 이상 포인트를 지급해주지 않는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너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인해 비용이 생각보다 높아져서 그만 둔 게 아닐까? (망상 중)
- 교통비 줄이기
회사를 다닐 때에는 교통비를 줄이기 위해서 뭘 할 수 있을까 알아보다가 교통카드 정기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월 55,000원만 내면 60회를 사용할 수 있는 거였다. 지하철 교통 운임비가 1회에 1,350원이라고 치면 60회에 81,000원이다. 회사를 가느라 지하철을 하루에 2회 평일 5일 내내 사용하면 월 40회 사용하게 되니 이득이다. 주말에도 지하철을 이용한다고 치면 2회*7일*4주 = 56회이다. 기존 운임비를 56회 사용한다면 75,600원이 나간다. 20,600원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교통카드 정기권을 구매해서 핸드폰 케이스 뒤에 넣어서 다니곤 했다. 회사 동료 중 하나가 '이게 뭐에요?' 하고 물어봤다. 설명해주고 난 며칠 뒤 그 사람도 그 카드를 사서 핸드폰 케이스 뒤에 넣어서 다니기 시작했다. 교통비를 줄이는데 쏠쏠했던 방법이였다. 이제는 회사를 안 다니기고 지하철 탈 일이 거의 없어서 교통비는 적게 들고 있다.
- 이미 집에 있는 것들을 돌아보기
어릴적부터 혼자서 꼼지락 거리는 걸 좋아했다. 팔찌를 만들고 싶은데 실이 없을 때에는 티셔츠를 잘라서 팔찌를 만들었다. 더 이상 설레지 않는 화장품을 응용해서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립스틱 샘플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 아까워서, 안 쓰는 아이셰도우 팔레트에 옮겨 담아서 새 립 팔레트로 변신시켜 사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고양이 장난감에도 돈을 쓰곤 했는데 이제는 아니다. 냥냥이들이 장난감에 쉽게 질려하기 때문에 자주 새 것을 사줘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제는 직접 장난감을 만들고 있다. 기존에 샀던 고양이 장난감 낚시대에 혹여나 눈이 다치지 않도록 부드러운 우레탄 줄을 끼우고 폼폼이를 달았다. 냥냥이들이 질려한다 싶으면 새 장난감으로 교체하는데, 집에 있는 비닐봉지를 나비 모양으로 자르는 것, 내가 만들다 망친 비즈반지, 내가 만든 머리끈, 집에 있는 리본 등등 있는 것들을 응용해서 장난감으로 탄생시키면 냥이들은 엄청나게 재미있어 한다. 냥냥이들의 재미와, 나의 창의력(?) 모두 가져갈 수 있다.
(냥이들이 장난감을 먹을 수 있으니 놀이 후에는 장난감 꼭 숨기기!)
- 당근 나눔 + 아파트 분리수거장을 통해 괜찮은 물건 무료로 받기
(이렇게 쓰니까 진짜 그지 같으네...) 당근마켓에 나눔으로 올라오는 것들 중에 공짜로 줘도 안 가질만한 것들도 많지만 개중에는 멀쩡한 것들도 꽤 있다. 쓰는 사람이 질렸거나, 폐기물 처리 비용으로 인해 나누는 경우가 많다. 나는 거의 매일 당근마켓에 들어가서 내가 올린 물건들을 끌어올리기를 한다. 비록 팔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도 하다보면 결국 팔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근마켓에 들어갈 때 나눔을 검색해본다. 10개 중 1개 꼴로 '괜찮은데?' 싶은 것들이 나오곤 한다. 하지만 괜찮다고 해서 다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집의 공간을 차지하게 되고 결국 쓰레기로 몰락하기 때문이다. 이 물건이 정말 필요한지, 내가 닦거나 빤다면 깨끗해질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 그래도 괜찮다 싶으면 연락을 해서 가지고 온다.
최근에 내가 나눔 받은 건 바로 이 화이트 원형 테이블이다. 가지고 온 후에 소독 티슈로 깨끗히 닦았다. 자세히 보니 조금 까진 부분이 있길래 다이소에서 산 화이트 라카를 칠해서 더욱 깨끗하게 재탄생시켰다.
- 기프티콘 + 통신사 혜택으로 커피/영화 무료로 보기
밖에서 지출을 하게 될 때에는 최대한 있는 걸 활용한다. 예를 들어 선물받은 음료 기프티콘을 사용하는 것. 아빠에게 통신사에서 매월 제공하는 영화권 무료 혜택을 활용하는 것(나는 알뜰폰이라 해당되지 않는다). 외출을 하기 전에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밖에서 목 마르다고 음료를 사지 않도록 하는 것. 배고프다고 뭐 사먹지 않도록 집에 있는 간식 몇 개를 챙겨 나가는 것. 신세계 백화점 내 무료 커피를 마시는 것들이 그렇다.
이전에 경제 스터디 모임을 하면서 한 멤버에게 아주 유용한 정보를 얻었는데, 그 사람은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때 그냥 사지 않고 기프티스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여 저렴한 가격에 구매를 한다고 했다.
언니는 나한테 옮아서 자신도 이제 쓸데없이 지출하는 날에는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똑같은 증세를 보였다. 또, 신세계 멤버십 바에서 주는 무료 커피를 마시러 가자고 하면 짜증내던 사람도 이제는 자기가 먼저 신세게 멤버십 바에서 커피를 마시자고 한다.
앞으로도 주변인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불필요한 소비는 지양하고, 있는 것들을 야무지게 활용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