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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우자 Mar 22. 2023

달라져버린 오빠를 보며 깨달은 것

사람 간의 관계도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모든 것은 변할 수 있음을

우리 오빠는 우리 집에서 제일 돈을 잘 쓴다. 특히 자신 취미 생활과 음식에 돈을 잘 쓴다. 그 외에 옷이나 시계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오빠는 속이 훤히 보이고 휘향찬란한 색깔을 내뿜는 컴퓨터 본체를 쓰고, 키보드도 형형색색 화려한 걸 쓴다. 뿐만 아니라 게임과 관련한 물건들이 다양하다. 세로로 된 모니터도 있고, play station도 있고, 가상 현실 게임 기기까지 있다.

또 오빠는 배달음식에 돈을 잘 쓴다. 회사에서 야근을 하지 않는 이상 집에서도 집밥을 안 먹고 음식을 시켜먹는다. 피자, 후라이드 치킨, 떡볶이, 와플 등 아주 다양하게 잘도 시켜 먹는다. 덕분에 평생 말랐던 오빠는 20대 후반부터 급격하게 살이 쪘다. 몸 전체에 살이 쪗다기보다 E.T처럼 배만 볼록하게 튀어나왔다. 한번은 가족 여행을 가서 바다에 갔는데, 수영복 입은 오빠의 배가 만삭 임산부와 비슷하길래 옆에서 사진을 찍고 오빠에게만 따로 사진을 보내줬다. 본인도 좀 충격이었는지 그 날 이후로 음식 조절을 하는 것 같았다.


분명 오빠는 꽤 봐줄만한 얼굴이었는데, 이마저 변해버렸다. 우리가 중학생일 때 내 친구 중 몇명이 오빠를 좋아하기도 했었다. 그랬던 오빠의 눈이 점점 튀어나오고 턱이 점점 커졌다. 저 오빠 앞으로 어떻게 살려 그러나. 저렇게 몸이랑 얼굴이 달라질 정도면 얼마나 몸을 막 쓴거람.


"그렇게 돈을 펑펑 쓰면 언제 모을 것이며, 집에서 게임만 하지 말고 밖에 나가서 연락 끊긴 어릴 적 친구들도 만나!"


나는 정말 오빠가 안타까웠고 걱정이 되어 뭐라 하기도 하고, 장문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평생 맨날 배달 음식만 먹고 사람 안 만나는 게임중독자로 살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그러던 오빠가 180도 바뀌어버렸다. 그 많던 뱃살이 쏙 빠졌다. 얼굴도 다시 봐줄만하게 돌아갔다. 이제는 선택근로제임에도 불구하고 12시 전에 잠에 들어 7시에 출근한다. 어찌된 일이냐 하면 바로 여자친구 덕분이다. 오빠는 약 4년간 만나던 여자친구와 헤어짐으로 인한 슬픔은 잠시, 새로운 여자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되리라는 기대감 덕분인지 열심히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주말에는 소개팅을 나가느라 매우 바빴다.


결국 한 친구를 만났고 그 친구와 결혼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오빠는 여전히 운동을 다니고 배달음식 대신 엄마가 해주시는 집밥을 먹는다. 배가 고플 때는 프로틴 파우더를 타 마신다. 오히려 밤에 내가 '아 배고픈데 한살림 라면이나 끓여먹을까...'하면 패턴 망가진다며 말리기까지 한다. 오빠는 여전히 게임과 관련된 물품들을 사느라 지출을 하고, 가끔 배달 음식을 시켜먹지만 나는 이러한 오빠의 소비 습관에도 만족한다. 수입에 비하여 지나치게 지출을 하지 않고, 무엇보다 적당히 즐길 것 즐기면서 소비하면서 회사 생활을 오래 하면서 수익을 얻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니까 말이다. 나는 회사 생활을 오래할 자신도 없었거니와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최대한 빨리 퇴사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명 파이어족처럼 열심히 아끼고 저축했다.


지금도 쉐어하우스를 통해서 수익을 얻고는 있지만 이걸로 얼마만큼의 수입을 얼마동안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도 하고 일을 하지 않은 삶은 무료하기에(관련 글 아래 링크 첨부), 다시 조직 생활을 하든 창업을 해서 더 크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회사 일이 아닌 '내 일'을 할 때의 나는 생각보다 더 부지런했고, 열정적이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진지하게 쉐어하우스에 이은 또 다른 창업을 해보려 한다.


https://brunch.co.kr/@shoo-shoo/33


오빠가 우리 집의 Black sheep이라고 생각한 것(나 혼자 생각함)과 반대로 오빠는 아주 잘 해내고 있고, 현재 우리 집에서 현재 제일 잘 나가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회사 생활도 잘하고 있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하고, 우리 집에서 성격도 제일 둥글둥글하다. 뭐하나 나무랄 게 없다. 오히려 내가 우리 집의 black sheep이 되어버렸다. 이직할 곳을 찾지 않은 채 번듯한 직장을 퇴사하고, 직장 대신 창업을 하겠다고 하고, 평일에 밖에 외출하는 유일한 시간은 길 위의 고양이들에게 밥과 깨끗한 물을 주거나 강아지 산책시킬 때이고, 모난 성격의 black sheep 말이다. (이것도 나 혼자 생각함)


과거에 그랬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익숙하고 뻔한 말이지만 실감하지 못했던 말이다. 아주 잘나보이던 사람이 나중에도 계속 그러지는 않을 수도 있고 그 반대도 그렇다. 물론 그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걸 돕는 고유의 성격 특성이 있겠지만. 그렇게 서로 좋았던 친구 사이가 멀어지기도 하고, 나빴던 관계가 개선되기도 하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나 가치관 등이 다이나믹하게 변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내가 그렇게 걱정하던 우리 오빠는 이제는 집 밖에서 안 나가고 적극적으로 취직할 의욕없이 여유롭기만한 백수인 나를 걱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 집 마련을 했고, 이를 쉐어하우스로 운영하면서 수익을 얻었고, 열심히 저축해서 자산도 내 기준 많이 불렸다. 앞으로도 일이 계속해서 잘 풀리면야 좋겠지만, 내가 경험했던 것처럼 항상 그러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두어야겠다. 잘못될 것을 두려워하면서 지내는 것이 아니라 최악을 염두해두며 리스크를 관리해야겠다. 그럼 우리 모두 화이팅

이빨 빠진 애가 오빠, 그 옆 귀요미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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