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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우자 Jan 26. 2023

일하지 않는 삶은 무료해

 

백수 생활 초기, 나는 이런 저런 사업 아이템을 생각하면서 뭔가를 해보려고 했었다. 그 중 잘 된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우연히 내 집의 빈 방이 노는 것이 아까워 누군가와 같이 살기 시작한 것이 쉐어하우스 2개의 지점을 운영하는 것은 꽤나 잘 해내고 있다. 그러나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는 것은 나의 시간과 에너지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 일이기에 나에게는 여전히 시간이 남아돈다.


준백수인 나에게 시간은 매우 남아도는 것 같은데도 이상하게 가만 보면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있다. 28살이었던가 아는 언니들이 31살, 32살일 때에는 그 나이가 멀게 느껴졌는데 어느 새 훌쩍 나도 그 나이가 되어버렸다. 빠른 년생이라 친구들보다 나이를 한 살 내리고, 혼자 만 나이로 계산하면서 30살이라고 박박 우기던 것도 이제 더는 못한다. 약 몇 주 후에 다가올 생일이 되면 빼도 박도 못하는 31살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아무튼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 일하지 않고 지낸 지도 어느 새 몇 개월이 되었다. 8월, 9월, 10월, 11월, 12월, 그리고 이제 1월까지 다 가버리고 있다. 6개월 동안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나에게 성격상 내가 백수 시기를 오래 못 버티고 다시 일을 빨리 잡을 거라고 했다. 나도 어느 정도 동의를 했는데 이게 웬 걸. '아예 1년을 쉬어버려?' 하는 생각도 든다.


일을 하지 않으니 자유시간이 많이 생겼다. 누워서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고, 유튜브를 보고, 넷플릭스를 보며 무료하게 보내는 시간들 끝에는 무력감과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자책이 남았다. 사실 이러한 행동과 감정의 패턴은 오래전부터 지속되었다. 대학생 시절의 방학에는 남아도는 시간을 어찌 사용할 줄 모르고 허송세월을 하며 보냈고, 그럴 때마다 내 기분은 항상 안 좋았다.


회사에서 하는 일 뿐만 아니라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면 이런 감정은 더 이상 들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 활동인 재봉으로 직접 나만의 물건(가방, 파우치 등)을 만들거나, 평소와 다른 근사한 요리를 시도해보거나, 사람들을 만나서 유쾌한 시간을 보내는 날에는 괜찮았다.

내가 만든 배게 커버, 에코백, 방석


그동안은 자유시간을 잘 활용하는 방법을 몰라 그랬던 거라고 치고, 이제는 나의 소중한 시간을 보다 생산적으로 보내야겠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고 돈이 되지 않더라도 매일 꾸준히 글을 쓰는 것, 집 앞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들을 몇 시간 씩 읽고 오는 것, 매일 발송되는 HBR의 뉴스레터를 필사하며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은 나에게 뿌듯함을 주곤 하였으니 이러한 활동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겠다. 나의 마지막 30살이 며칠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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