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살고 있는 털 달린 귀여운 생명체에 대하여
2014년 나에게 반려 강아지가 왔다. 막내 이모네 친구 강아지가 새끼 강아지를 낳았고, 평소 강아지를 희망하던 나와 막내 이모 둘 다 강아지들이 엄마와 최소 3개월 지내게 한 후 입양을 했다. 엄마 강아지로부터 애기를 일방적으로 떼어놓은 것이라 죄책감이 들었지만, 끝까지 책임지고 행복한 강아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결심했다.
이 아이를 어떻게 부를까 고민했다. 추운 겨울인 12월 24일에 나에게 와주었으니 눈이 떠올랐고, 눈의 결정체는 '별' 모양이고 눈은 '비' 같아서 별비라고 부르기로 했다.
나의 강아지 별비에게서는 다양한 냄새가 난다. 어떨 때는 참깨 스틱 과자 같은 향이 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오트밀 쿠키 냄새가 난다. 나는 이 향을 자주 맡고 싶어서 별비가 동그라미 자세로 잘 때 이 냄새가 유독 잘 나기에 품에 얼굴을 파뭍는다. 그럼 별비는 곧장 불편한 내색을 하며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미안) 가끔 같이 누워있을 때 별비의 발이 내 얼굴 쪽으로 오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조심스럽게 가까이가 발냄새를 맡는다.지나치게 가까이 가면 별비가 또 불편해하며 자리를 뜨기 때문이다.
이 냄새는 강아지 땀이 배출되는 발바닥에서 나는 냄새라고 한다. 아니 무슨 강아지는 발냄새도 좋고 난리람? 별비의 이 향이 너무 좋아서 향수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강아지들도 인간의 발냄새를 좋아한다고 하니 이상하게도 우리는 서로의 발냄새를 탐하는 존재들인가보다.
그런데 우리 별비에게서 꼭 좋은 향만 나는 건 아니다. 별비의 눈물에서는 아주 꼬리꼬리한 향이 난다. 이렇게 귀여운 생명체의 눈물이 이렇게 냄새가 안 좋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이 냄새는 은근 중독성이 있다. 눈물 냄새를 맡으면 윽! 하고 손을 치웠다가 몇 초 후 신기해서 다시 한번 맡아보게 된다. 가끔 별비에게 '너도 맡아볼래?'하며 코에 손을 갖다 대면 자기도 냄새가 별로인지 킁!하고 숨을 내뱉는다.
9살이 된 우리 별비를 보고 나의 세번째 이모는 미안하지만 별비가 이전보다 조금 나이가 든 티가 난다고 말해줬다. 또 한 사촌동생은 별비의 눈에 백내장이 조금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아니다)
우리 별비는 동안(?)이라 여전히 사람으로 치면 인생 9년밖에 안 산 아기 강아지라고 여겨지는데, 강아지로 치면 중년의 나이라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별비와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될 미래가 상상된다.
덜 후회하게끔 별비가 행복한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별비가 좋아하는 산책도 더 자주 하고, 별비를 데리고 좋은 곳도 자주 가고, 별비에게 좋은 음식도 많이 주고, 별비가 안정되고 편할 수 있게 말이다. 언니가 40살이 될때까지 꼭 10년 더 같이 살자
별비는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고, 나는 주인이 아닌 반려인이다. 유기하고 학대하는 인간들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리고 반려동물을 들이는 사람들에게 독일처럼 라이센스와 세금을 물어 책임감 있는 반려 문화가 생기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