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한 지 5개월만에 드디어 저절로 팔리기 시작했다.
1인 브랜드를 낸 지 약 5개월차가 되어서야 가방들이 저절로 팔리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내가 직접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통해서 라이브를 하면서 가방을 소개해야 가방을 판매할 수 있었다. 저절로 가방이 판매되는 건 어쩌다 두세건 정도였다. 그러다가 이전에 카카오 선물하기에 지원을 했었던 건 떨어지고, 카카오 쇼핑하기 라이브는 건 어떻냐는 제안을 받았다. 평소 라이브를 수차례 해왔던지라 쉽게 응했다.
그런데 이전에 사용했던 라이브 커머스 그O과, 카카오쇼핑라이브의 유입수는 천지차이였다. 이전 플랫폼에서는 100명을 모으려면 춤추고 노래하는 다소 관종스러운 행동을 했어야 했다. (그때마다 현타가 자주 찾아왔다.) 그런데 이게 웬걸. 카카오쇼핑라이브에서는 100명이 금새 모였다. 플랫폼을 사용하는 인원수가 달라서일거다. 아무튼 그렇게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고, 그 효과는 대단했다. 라이브를 하지 않아도 나의 꽃구름백들이 저절로 팔리기 시작했다.
자고 일어나면 몇 개씩 판매되어 있었다. 잠깐 다른 일을 하다가 '또 팔려 있을까?' 궁금해하며 새로고침을 눌러보면 정말 또 판매가 되어있었다. 온전히 나의 개인적 니즈에 맞춰서 만든 가방, 호불호가 강한 플로럴 패턴으로 제작한 가방을 여러 사람이 좋아해주다니. 심지어 일반 패브릭백(에코백) 대비 저렴한 가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구매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고 기쁘다. 이렇게 기쁜 첫번째 이유는 회사 밖에서도 혼자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쉐어하우스도 있긴 하지만). 두번째 이유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라이브를 시작할 때 꼭 빠트리지 않고 말하는 내용은 패브릭백을 만들게 된 계기이다. 가죽 가방은 무겁기도 하지만 가죽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동물의 고통이 당연히 따라오기 때문에, 동물보호 차원에서 패브릭백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동물보호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매월 말일에 동물보호단체 포인핸드에 순수익의 5%를 기부를 한다고 덧붙이기도 한다. 대단한 동물보호 활동가는 아니지만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은 하려고 노력한다. 앞으로 영향력을 더욱 키워서 '우리 이제 가죽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고, 대체재도 많으니 자연 소재로 만들어진 패브릭백을 사용하자'고 말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 결혼식에도 패브릭백을 들고가는 세상이 비전인 것처럼.
그간 여럿 사람들이 나에게 '플로럴 원단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아', 혹은 '너의 취향말고 대중의 취향을 반영해봐'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취향을 좋아해주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그 말들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내가 제작한 패브릭백을 좋아해줬다. 평소 고집이 있는 나의 성격이 도움이 된 것 같아 다행이다.
앞으로도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판매되는 것을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해보았다. 지속적으로 라이브를 통해서 가방을 소개하고, 인스타그램에도 지속적으로 광고를 내고, 인스타그램에 매일 하루에 하나씩 게시물 혹은 릴스를 업로드하며 영향력을 키울 계획이다.
애초에 나는 엄청난 포부를 가지고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이 여정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지금의 작고 귀여운 나의 1인 브랜드가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결혼식에 가죽가방 대신 패브릭백을 매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언제쯤 올까? 누구도 모르는 일이니 해볼 때까지 해봐야겠다. 홧팅.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