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소한 공간도 아기자기하게 꾸려나가는 사람들
최근에 운영하고 있는 쉐어하우스 2개 지점에서 나아가 하나 더 확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로 네이버 부동산 앱을 켜서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여 매물을 찾아보았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어 부동산 중개인분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날 보러가겠다고 예약을 잡았다.
그 다음날 오전에 엄마와 함께 물건을 보러 방문했다. 도착지 근처에는 쓰레기 처리장이 있었다. 제발 저 바로 옆 집이 아니길 바랬지만, 애석하게도 부동산 중개인분은 쓰레기 처리장의 바로 옆 건물로 들어갔다. 어쩔 수 없이 일단 올라가서 집을 보았다. 겉과는 다르게 내부는 깨끗하게 비어있었다.
그러나 바로 옆에 쓰레기장이 있다는 것 때문에 이 집은 안되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부동산 아저씨는 또 다른 집을 보여주시겠다고 하셔서 2개의 집을 더 보러 다녀왔다.
두번째 집은 비어있는 첫번째 집과 달리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었다. 그런데 집에 들어가자마자 안 좋은 냄새가 났다. 또 물건이 아주 많았고, 물건들은 정리가 안되어있어 어수선했다. 물건들이 없는 모습을 상상을 해보려 했으나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속으로 이 곳도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집으로 갔다. 거실 벽 한켠에는 결혼 사진이 걸려있어서 신혼부부가 사는 집이겠구나 생각했다. 다소 갑작스럽게 집을 보러 온 거라 예상하지 못했을텐데도 불구하고 집안은 아주 깔끔했다. 부엌의 작은 사다리 선반에는 에스프레소 머신과 술병 등이 각이 잡힌채로 정돈되어 있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물건은 하나도 없었고, 공간이 좁기에 물건을 최대한 줄인 것 같았다. 그 덕분인지 구경한 3개의 집 중 평수는 가장 작았지만 제일 마음에 들었다.
작은 공간이지만 최대한 깨끗하고 아늑하게 꾸려나가는 세번째 집이 인상깊었다. 나는 유독 이런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자신의 공간에 애정을 가지고, 자신의 취향을 녹이고, 쾌적하고 깔끔하게 사는 사람들 말이다. 훨씬 더 좋은 환경에 살더라도 정리정돈을 하지 못해 어수선한 집에 사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매력이 반감되지 않을까 싶다.
집을 다 보고 엄마와 차를 타고 오면서 내가 느낀 바를 이야기 했다. 엄마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래 그러니까 네 방만 치우지 말고 드레스룸도 잘 치우라'고 했다. 엄마의 말처럼 나는 내 방은 치우지만 드레스룸 정리는 잘 못하는 편이다. 다시 입을 바지를 옷걸이에 거는 걸 귀찮아 한다. 그래서 대충 옷걸이 스탠드에 휙 걸쳐놓고는 한다. 그리고 다음에 보면 엄마가 그 바지를 클립 옷걸이로 집어서 예쁘게 행거에 걸어놓은 걸 발견하곤 한다.
나는 엄마에게 반격을 했다. '클립 옷걸이는 바지를 걸기에 너무 번거롭다, 클립을 벌리려면 집게 근육이 너무 아프다, 만약에 바로 S자로 바로 슥 걸 수 있는 옷걸이라면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라고. 엄마는 그런 옷걸이에 걸면 바지 통이 넓어지고 주름이 생긴다고 했다.
쉐어하우스 지점을 확장하기 위해서 물건을 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집은 없었다. 그래도 얻은 것은 있었다.
비슷한 공간이더라도 어떻게 꾸려나가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는 것과, 나 역시 나의 공간을 더욱 깨끗하게 정돈하는 좋은 생활 습관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만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