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른을 어른이 되어 만났다.
삼십 대엔 뭐라도 될 줄 알았지)
좋은 어른을 어른이 되어 만났다.
20대부터 30대 중반까지 다니는 회사마다 1년 반마다 망해, 마이너스의 손이라 불리던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는 놀랍게도 나는 5년을 다니고 있다.
내가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좋은 어른을 만났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망하고, 월급을 못 받고, 노동청을 가고, 또 취업 준비를 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을 하고 취업이 되어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려고 노력을 하고 이제 좀 적응됐다 싶으면 또 회사가 망하고...
20대부터 30대 중반까지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정말 정신적으로 힘들 때였다.
20대에는 그래도 일주일이나 한 달 안에 취업을 했지만, 30대가 될수록 나이는 많아지고, 경력만 많아져 취업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고, 회사에 들어가도 또 회사가 망하고 월급을 못 받거나, 이상한 회사에 들어가 사람에 대한 불신들만 가득 해지는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모두 내가 선택을 해서 들어간 회사들이라 나에게 문제가 있나 싶어 질책과 원망을 하게 되었다.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지하까지 내려가 있을 정도고,회사 생활이라는 게 실물이 나고 사람들도 만나고 싶지 않을 때였다.
큰언니 집에서 조카를 보면서 살까 하는 마음으로 지방에서 지내고 있을 때 걸려온 이름이 특이했던
회사 면접 전화
아직은 회사에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 면접을 미뤘지만 흔쾌히 기다려준 회사
어떤 회사인지 궁금하고 돈은 벌어야 될 것 같아 서울로 올라와 면접을 보고 근 1년 만에 붙은 회사였다.
면접 때는 보지 못한 여자 팀장님이 계셨다. 그녀의 첫인상은 시크 시크 그 자체였다. 내가 하고 싶었던 커트 머리에 펑퍼짐한 옷이 잘 어울리는 스타일의 첫인상은 차가운 그녀였지만
표정도 어둡고 회사 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사람들에게 벽을 치고 있는 나에게 팀장님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내가 회사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신경도 많이 써주고, 좋은 이야기들도 해주고,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제대로 표현을 하지 못해도 알고 계셨다.
내가 무엇을 잘할지 알려주고, 디자인 작업을 할 때
대화를 많이 하면서 작업에 대해 이해하고 뭔가를 더 끌어낼 수 있게끔 기다려주고 격려도 많이 해주셨다.
회사에서 나도 모르게 욱하면 내가 왜 그랬는지 나서서 해명해 주시고, 내가 무엇을 잘 못했는지 알려주셨다.
앉아서 일만 하지 않고, 야외 활동도 많이 할 수 있게
해주고, 새로운 것이 생기면 보여주고 데려가 주시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접해볼 수 있게 하셨다.
그림을 다시 그리게 해 준 것도 팀장님이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나에게도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을 해주었다.
내가 어떤 장점이 있고 그 장점을 어떻게 살리면 되는지 알려주셨다. 내가 좌절하려고 할 때마다 다독여주셨다.
본인은 낯을 많이 가린다고 하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뜬금없이 사업 아이템을 제의해 주거나, 모르는 사람에게 가서 말을 붙이거나 하면서 같이 다니면 재미있는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파이팅 넘치는 팀장님이 있어서 회사 다니는 게 즐거웠다. 처음으로..
그런 팀장님이 지금은 안 계신다. 가끔 팀장님이 보고 싶을 땐 전화를 하지만 팀장님이 없는 회사는 다시 예전 회사들과 다름없어졌다.
그래도 팀장님 덕분에 바닥을 치고 지하까지 내려가 있던 자존감이 그래도 지상으로 올라오고 퇴근하고 와서 내 일상을 잘 보내보려고 노력 중이다.
좋은 어른이라는 걸 어른이 되어 만났다.
그래서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팀장님이 더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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