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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슝 shoong Feb 03. 2023

혼자서 조카 네 명 보기는 그렇게 난리방구로 끝이 났다


아홉 살 조카에게 용돈 받고, 선물도 받은 백수 이모와 이어지는 이야기예요~

























































퇴사 후, 나는 요즘)

혼자서 조카 네 명 돌보기는 그렇게 난리방구로 끝났다.


오랜만에 첫째 언니네 식구와 둘째 언니네 식구들이 다 모였다. 4 가족, 4 가족, 엄마, 아빠, 나까지 다 모이니 대식구다.


애들 방학 때문에 신경 쓸게 더 많았던 워킹맘 언니들. 친정 와서는 좀 쉬라고 나는 조카 1.2.3.4호 하고 놀아 주고, 상 차리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조카들 밥 먹이고,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조카 4명이 다 같이 놀 수 있게 그동안 모아둔 용돈으로 보드 게임도 사고, 과자도 사고, 장난감도 샀다.

나를 위해 사는 건 아까운데 조카들을 위해 사는 건 안 아까운 조카바보 이모다.

아이들은 금방 지루해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뭔가를 해주기 위해 나름 준비를 많이 하였다.


아이들끼리 잘 놀아서 좋고, 어른들은 아이들 걱정할 필요가 없이 맘 놓고 즐길 수 있어 복닥복닥 시끌시끌한 명절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서울 온 날은 쌩쌩했던 첫째 언니와 조카 3호 슈뚱이 자고 일어났는데 컨디션이 별로였다.

첫 째 언니는 콜록 거리는 기침을 하고, 슈뚱은 다리가 너무 아프다고 울고 체하기까지 했다.

감기인가 생각하고, 체했나라고 생각했다.


힘이 없다고 누워 있는 슈뚱은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걱정하니 엄마 아빠 집에 갈 때 같이 가자니 안 간단다.

첫째 언니가 아픈 슈뚱 간호 해야 하니 우리들 힘들까 봐 조카 1호 또리는 데리고 간단다.


그렇게 슈뚱은 누워서 엄마, 아빠, 언니를 배웅했다.

먹지도 않고, 놀지도 않고 힘 없이 누워 있는 쪼그마한 조카를 보니 짠했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슈뚱을 위해 할머니가 누룽지를 끓여 줬는데 안 먹는다더니 한 입 먹어보더니 맛있다고 한 그릇 다~ 먹었다.

먹고 힘이 났는지 슈뚱은 귀여운 목소리로

“이모~ 이몽~ 놀자!”  

밤 12시까지 재미있게 놀고 같이 침대에 누워서 내일은 슈뚱이 가고 싶은데 가자~ 하면서 꿍냥꿍냥 하면서 잠을 청했다.


기분 좋게 일어난 아침

웜머!!!! 슈뚱이 열이 난다. 38도가 넘는다.

체한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쎄하다.

코로나 자가 검사를 해본다.

이런..... 두줄이다....

.......................


그동안 학교 친구들이, 슈뚱 아빠가 코로나에 걸려도 한 번도 코로나에 걸려 본 적이 없는 슈뚱이었는데 결국 코로나에 걸렸다.

슈뚱 코로나 걸렸다고 하니 세상 울면서 현실 부정을 한다.

“아니야!!! 내가 코로나라니!!! 아니야!!! 뿌엥~“


휴일이라 문을 연 소아과를 찾아다녔다. 올 들어 가장 매서운 한파까지 온 날이었다.

운전을 못하는 나는 병원 예약을 미리 하기 위해 걸어서 병원을 찾아갔는데 문을 닫았다.

“뭐지......”

전화를 해서 다시 물어보니 문을 열었단다.

”뭐지...... “

나는 찬 바람 쌩쌩 맞으며 길 한복판에 멍하니 서 있었다.


알고 보니 맞은편 동네에도 똑같은 상가에 똑같은 이름을 가진 병원이었던 거다.

“아... 예약 빨리 해야 하는데...”

길치인 나는 어떻게 걸어가야 하나 생각하며 찬 바람 쌩쌩 맞으며 길 한복 판에 멍하니 서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찾는 병원

나 자신 칭찬 한다.

예약을 하고 슈뚱을 데리러 가는데 둘째 형부가 차를 가지고 오셨다.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다.


코로나 검사를 처음 해보는 슈뚱

갑작스레 코 찔리고 놀라서 운다. ㅋㅋㅋㅋㅋ 짠한데 귀엽다.


코로나 걸린 조카를 혼자 격리시키기도 그렇고 나이 든 엄마, 아빠가 또 코로나 걸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고 하는 차에 첫째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언니도, 조카 1호 또리도 코로나라고... 허허허허허허


코로나 걸린 사람끼리 모여 있는 게 낫다는 결론에 슈뚱을 집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 소식을 접한 슈뚱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싫어 싫어 집에 안 가~ 이모랑 놀 거야~”

“서울에서 하나도 못 놀았어~” 라며 서럽게 운다.

짠하긴 하지만 그래도 집에 보내는 게 맞는 것 같아 짐을 쌌다. 일주일 정도 있다 가는 거라 여행용 가방을 가져왔는데, 집에 가면 일주일 동안 격리 해야 하니 심심해할까 봐 그 안에 조카들하고 놀려고 산 장난감이랑 과자도 다 넣어 주었다.


짐을 싸는 내 옆에서 집에 안 간다고 계속 우는 슈뚱을 봄방학 때 다시 오면 된다고 달래 본다.

그렇게 얘기하니 마음이 좀 진정이 됐나 보다.

입은 한자나 나오고, 열이 나서 얼굴은 빨개진 조카를 보니 안쓰럽기도 하지만 왜 이리 귀여운지, 역시 난 조카바보 이모가 맞다.


코로나 걸린 지 얼마 안돼 음성인 아빠가 데리러 오기 전까지 슈뚱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눴다. 초등학교 1학년과 대화가 되는 나다.


“이모~ 봄방학 때 다시 올게~” 하고 아빠 손 잡고 애써 웃어주며 집에 간 슈뚱

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줬다.


슈뚱이 집에 간 뒤 엄마 아빠와 대청소를 하고 소파에 앉아 있는데 복닥 복닥 했던 집이 너무 조용하고 휑했다.

첫째 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슈뚱 갔어?”라는 물음에 나는 울음이 났다.

“애들하고 놀려고 준비한 거 하나도 못했어 힁“

“과자도 사고, 장난감도 샀는데... 힁 “

언니는 “슈뚱도 웃으면서 갔는데 왜 울어~“

“봄방학 때 또 보면 되지” 하고 내가 슈뚱에게 한말을 해준다.


둘째 언니네 아이들을 보기로 한 날, 원래는 조카 1,3호를 데리고 조카 2,4호가 있는 집에 가서 같이 놀려고 했는데 나 혼자 가게 되었다.


둘째 언니네 집에 가려는데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조카 2호 주발이도 코로나에 걸렸단다. 와우...

조카 1호 또리와 밀착해서 놀고, 잠도 같이 자서 그런가?  이상하다... 나도 슈뚱이랑 잠도 같이 자고, 밥도 같이 먹고, 안아주고 그랬는데....

둘째 언니 집에 오지 말란다.


나는 그렇게 조카 1.2.3.4호를 만나지 못했다.

준비한 건 많은데 아무하고도 놀아주지 못했다.


혼자 있고 싶다던 첫째 언니는 아프면서 애들 보고, 밥하고, 밥 하고,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중간중간 회사 일하고 그렇게 7일간을 보냈다.


둘째 언니와 형부는 연휴 보내고 바로 연차를 써야 해서 화사 눈치를 보면서 번갈아 가면서 연차를 내면서 아이들을 돌봤다.

왜 내가 다 미안해지지... 머쓱 머쓱


다행히 조카들은 심하게 코로나가 오지 않았다.

많이 심심해했던 슈뚱은 영상 통화를 걸어 끊지를 않는다. ㅋㅋㅋㅋ

코로다 걸려도 하나도 안 아프다고 당장 자기 집에 오란다.

코로나에 한번 걸렸던 나는 그 고통을 또 겪기 싫어 받쬬라 이모는 아프기 싫다며 거절했다.

조카들이 보고 싶은 건 보고 싶은 거고 내 몸은 내가 챙겨야 하니까.... ㅎㅎㅎㅎㅎ


그렇게 조카 1.2.3.4호를 혼자서 보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지만 난리방구로 끝이 났다.

이번 명절은 뭔가 기억에 크게 남아 그림도 길어지고 글도 길어진 것 같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식구들, 조카들이 나에게 주는 영향력을 다시금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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