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못한 이유가 핑계가 되는 순간

쓸데없는 대화에 인생이 난입했다

by 슝 shoong














쓸데없는 대화에 인생이 난입했다.

별말 없는 대화에서 시작된 별말 있는 생각들

결혼 못한 이유가 핑계가 되는 순간


조카4호 주호빵씨 엄마가 오기 전,

주호빵씨와 몰래 라면을 먹고 있었다.


한창 맛있게 라면을 먹고 있는데

주호빵씨가 갑자기 물었다.


“이모는 왜 결혼 안 해?”


입안 가득 면발을 물고 잠깐 멈칫했다.

안 한 걸까, 못한 걸까.


이십 대엔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앞만 보고 달렸고,

이십 대 후반부터 삼십 대 중반까지는

1년 반마다 다니던 회사들이 줄줄이 망했다.


노동청과 회사를 오가며 밀린 월급을 계산하다 보면

내 연애도, 마음의 여유도

회사와 함께 망해버리기 일쑤였다.


삼십 대 후반이 되니 나이가 걸렸고,

사십 대가 되어 회사를 나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누군가를 새로 만날 기회는 점점 희박해졌다.


이 구구절절한 ‘망함의 연대기’를
열 살 주호빵씨에게 설명하기엔 조금 구차해서 짧게 말했다.


“그냥 뭐… 먹고살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


하지만 주호빵씨는 0.1초 만에 받아친다.


“지금 밥 먹고 살고 있잖아?”


“… 그렇지.”


“이모 나이가 너무 많아졌어.”


“… 아빠 친구는 두 번 결혼했어!”


“……그렇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어.”


“그럼 나가서 만나면 되잖아!”


“………그렇지.”


조카의 무결한 정답지 앞에서

내가 평생을 걸쳐 쌓아 온 이유들은

하나씩 ‘핑계’가 되어 바닥에 떨어진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결혼을 못 한 이유를 설명하려던 게 아니었다.


그 시절 내가

얼마나 열심히 버티며 살았는지,

누구라도 좋으니

좀 알아주길 바랐던 것 같다.


나는 괜스레 퉁명스럽게 말했다.


“엄마 오기 전에 라면이나 빨리 먹어.”


우리는 다시 말없이

라면을 후루룩 후루룩 먹었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인생이 더 복잡해지는 게 아니라,


단순한 질문 하나에도

설명해야 할 사연이 너무 많아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슝shoong 슝툰 인생 공감 에세이 웹툰 조카 이모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