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상에선 내가 제일 힘들다.

쓸데없는 대화에 인생이 난입했다.

by 슝 shoong



















쓸데없는 대화에 인생이 난입했다.

별말 없는 대화에서 시작된 별말 있는 생각들

내 세상에선 내가 제일 힘들다.


하굣길, 열 살 조카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쉰다.


“이모.... 인생이 힘들어.”


“일찍 일어나야 하고, 학교도 가야 하고,

친구도 사귀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학원도 가야 하고, 숙제도 해야 해.”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지만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이모는 아니었던 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마, 인생을 얼마나 살았다고.

지금이 제일 편할 때야.

나중에 사회생활하면 더 힘들어.

초딩 주제에.”


주호빵 씨가 잡고 있던 내 손을 놓더니 말한다.

“초딩도 힘들어! 이모가 초딩을 알아?”


나도 바로 받아쳤다.

“이모가 너보다 인생을 더 오래 살았다!“


그 순간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나는 열 살을 이미 지나왔으니까.


순간의 정적.


그리고 문득, 예전에 읽은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책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나는 지금 열일곱의 세상밖에 볼 수 없으니까.’

‘남들 보기엔 별거 아닌 고민일지라도

내가 볼 수 있는 세상은 어쨌든

내 눈에 보이는 내 세상뿐.‘


나는 열 살을 지나왔고

지금은 사십 대라는 자리에서 서 있다.


그때의 마음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지금의 기준으로

열 살을 재고 있었던 건 아닐까.


어른 눈에 사소해 보이는 일도

그 나이에서는 하루를 다 차지하는 고민일 수 있다.


나는 이미 그 시절을 통과했는데도

그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지났다고 해서 다 이해하는 건 아니고,

겪었다고 해서 공감이 저절로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열 살은 열 살의 높이에서 세상을 보고,

사십 대는 사십 대의 자리에서 세상을 본다.


내 세상에서는 내가 가장 힘들고,

네 세상에서는 네가 가장 힘들다.


누가 더 힘드냐 문제가 아니라

지금 어디에 서 있느냐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열 살도 충분히 인생이 힘들고,

사십 대가 돼도 여전히 인생은 힘들다.


우리는 각자 자기 나이의 세상 안에서

그 나이만큼의 무게를 들고 살아가고 있으니까.


지금 내가 보는 세상이

지금의 내가 볼 수 있는 전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