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대화에 인생이 난입했다.
쓸데없는 대화에 인생이 난입했다.
별말 없는 대화에서 시작된 별말 있는 생각들
나만 나를 숨기고 있었다.
사십 대가 되고부터 외출할 때면 습관적으로 모자를 눌러썼다.
조금이라도 덜 늙어 보이고 싶어서, 혹은 조금이라도 더 어려 보이고 싶어서.
모자챙 아래로 숨어버리면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내 나이가 조금은 유예되는 기분이 들었다.
변화를 주기 위해 파마를 했다 거울 속 내 모습이 왠지 달타냥 같아 보였다.
머리를 새로 했지만 다시 모자를 썼다.
주호빵 씨에게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이모 파마했어. 어때?”
흔들리는 조카4호 주호빵씨의 눈동자
무엇이 달라졌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
잠시 정적이 흐르고, 영혼 없는 대답이 돌아온다. “어... 예뻐.”
나도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었기에 영혼 없이 대답했다. “어, 고마워.”
내친김에 하나 더 물었다. “이모 모자 쓴 게 나아, 안 쓴 게 나아?”
그러자 이번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안 쓴 게 훨씬 예쁘지.”
...
의외였다.
나는 모자 뒤에 숨어야 내 나이를 가릴 수 있다고 믿었는데.
내가 가장 감추고 싶어 했던 모습이 더 예쁘다는 말을 들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모자 뒤로 나를 숨기고 있었고,
주호빵씨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고 있었다.
나이를 의식하고 숨기려 애썼던 건 오직 나뿐.
애초에 가려야 안심이 되는 것도 나뿐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