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대화에 인생이 난입했다.
쓸데없는 대화에 인생이 난입했다.
별말 없는 대화에서 시작된 별말 있는 생각들
눈물 젖은 라면을 먹어 봤으니 이제 좀 인생을 알게 되겠군...
금요일은 조카4호 주호빵씨가 일주일 중 가장 설레하는 날이다.
학교 끝나고 돌아와 라면을 끓여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다가 영어 학원에 가는 날이지만,
그냥 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주호빵 씨는 온종일 신이 나있다.
라면을 끓이는 시간 동안, 주호빵씨는 외워둔 영어 단어를 써 본다.
평소라면 금방 끝냈을 일인데 오늘따라 자꾸 틀린다.
라면은 다 끓었는데 단어는 아직 머릿속에 다 들어오지 않았다.
“라면 먹어야 하는데….”
TV 보며 라면 먹을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 주호빵씨.
“먹으면서 외워. 할 건 하고 놀아야지.” 내 말에
주호빵 씨 눈에서 눈물이 툭 떨어졌다.
숙제는 본인이 안 해놓고 왜 우냐는 내 다그침이 못내 서러웠나 보다.
눈물 젖은 라면을 먹으면서 단어를 외우는 주호빵씨.
그토록 기다린 금요일 TV 시청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
학원으로 향하는 길, 주호빵 씨는 내 손도 잡지 않고 앞서 걷는다.
미안한 마음에 슬쩍 말을 건넸다.
“마, 인생이 원래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아.”
고작 열 살짜리에게 위로랍시고 던진 말이다.
‘뭔 말이야’ 하는 얼굴로 학원 안으로 들어간 주호빵씨 그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눈물 젖은 라면을 먹어 봤으니
이제 좀 인생을 알게 되겠군... 훗...‘
앞으로도 지겹도록 이런 일은 계속 생긴다.
그때마다 운다고 해결되는 건 없다.
결국 내가 해결해야 하지...
돌아오는 길, 나도 모르게 픽 웃음이 났다.
사실 나 역시 내 인생이 내 뜻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
당장 오늘만 해도 내가 계획한 일 중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다.
즐거워야 할 금요일인데 발걸음이 터덜터덜 해진다.
입 밖으로 작게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어쒸.... 금요일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