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유부월드

동반자가 생긴다는 것

by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곱 시. 매일 같은 시간에 맞춰져 있는 알람이 일 분 단위로 울리기 시작한다. 두세 번쯤 뒤척인 뒤에야 몸을 일으킨 나는 밤새 멈춰있던 공기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도록 거실 창문을 조금 열어둔다. 그 사이 발밑까지 걸어온 고양이들을 쓰다듬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곧장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하고 부지런히 출근 준비를 하고 나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남는다. 나보다 기상 시간이 늦는 그가 출근길에 마실 커피를 만들어두는 것. 찬 우유에 커피가루가 고루 섞이도록 여러 번 흔들어준 뒤, 전자레인지 앞에 놓아두고 서둘러 집을 나선다. 단지를 벗어나자마자 한눈에 들어오는 시장 골목은 매번 가장 먼저 나를 반겨준다. 낯설기만 했던 이 풍경이 나의 단골 배경이 된지도 어느덧 10개월. 내게 동반자가 생긴 지 벌써 그렇게나 시간이 흘렀다.



결혼 전, 신혼집은 어디가 좋겠냐는 그의 질문에 나는 이 동네를 가장 먼저 꼽았다. 내가 나고 자란 이곳엔 곳곳에 예쁜 추억이 스며있어 앞으로의 날들도 분명 같은 빛깔로 채워갈 수 있을 거란 느낌이 들었다. 버스 두 정거장 거리엔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걸어서 십 분 거리엔 고등학교가 있었다. 그 바로 건너편에 지금의 우리 집이 있다. 크진 않지만 아늑한, 햇볕이 잘 드는 집이었다. 처음 소개해준 부동산 아저씨는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다. 신혼부부가 살기에 딱이라니까. 몇 발짝만 나가면 시장까지 있고. 이런 집 또 없어요, 라며 자신했는데, 아저씨의 말대로 우리 마음에 쏙 든 곳은 한 골목을 가득 메운 시장이었다. 이곳은 밤만 되면 더욱 고운 빛깔의 옷을 차려입는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던 사람들도 여기서만큼은 발걸음을 멈춘 채 여유롭게 구경을 한다. 따스한 빛이 아른거리는 가게로 들어서면 하나 같이 온기 가득한 얼굴로 변해 버리고, 저마다의 소중한 이에게 어떤 걸 사다 주면 좋을까, 고민하는 그 모습은 보는 사람까지 덩달아 미소 짓게 만든다.



결혼 후엔, 나도 그들 틈에 섞여 있는 날이 많아졌다. 집에 돌아갈 때마다 지나치는 골목인데도 매번 기웃기웃거린다. 결국 남편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란히 사게 된다. 어느새 양손에 봉지가 가득해지는 게 제법 새댁 티가 나는데, 어렵지 않게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사고, 집으로 돌아올 그를 위해 맛있는 걸 준비할 때면 그런 내가 조금 생경하게 느껴진다. 한 때는 닮은 구석 하나 없다며 투닥거리던 우리인데, 어떻게 한 집에 살게 됐을까. 연애하던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아마도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든다는 것. 서로의 날들이 비슷비슷하게, 점점 더 닮아간다. 서른 하나와 서른셋의 우리는 그런 날들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어릴 적 동경하던, 미래의 나이가 된 나는 얼굴 밖으로 감정을 들키지 않는 법을 터득했을 뿐, 대단한 이벤트는커녕 무사히 하루가 끝나기만을 바라는 겁 많은 어른이 되었다. 그럼에도, 매일의 소소한 행복을 다시 꿈꾸게 된 건, 아마도 서로가 퇴근길에 사다 주는 싱싱한 딸기, 머리카락을 말려주는 서툰 손, 이제는 자장가처럼 들리는 코골이 때문일 터. 예측한 것들의 절반 이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는 인생이지만 그런 순간만큼은 이렇게 믿고 싶다. 함께 산다는 건, 서로의 생이 차갑게 식지 않도록 온기를 나누는 것임을. 그리고 이 기록이 언제고 일어날 수 있는 사사로운 다툼에 브레이크가 되어줄 수 있기를.



우리의 따끈따끈한 생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