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럼에도 불구하고 Mar 16. 2022

무모함이 있기에 우리는 성장한다

손카피의 콘텐츠 속 평생교육 6화



동료 카피라이터들이나 작가들과 한자리에 모일 때면 종종 이런 말을 주고받는다. ‘마감’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내에 온 힘을 쏟아부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마감이 있어 괴롭기는 하지만 그래서 끝이라는 것도 존재하는 것 같다고. 그도 그럴 것이 마감 기한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하나의 글을 수정하는 일을 절대 멈추지 못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마감 없이 무언가를 완성해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출처 : MBC '아무튼 출근'



그래서일까. MBC <아무튼 출근>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보게 된 이슬아 작가의 일상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슬아 작가는 1인 출판사 대표로, 꾸준히 수필집을 펴내고 있는 MZ세대 작가다. (https://www.sullalee.com) 그녀의 무너지지 않는 자신만의 탄탄한 루틴을 보며, 8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정해진 틀에 맞춰 살아온 나는 스스로 루틴을 만들어 냈다는 것만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없던 길을 뚫어버린 90년생’이라는 자막 타이틀처럼 ‘일간 이슬아’라는 새로운 포맷을 만들어낸 것은 다시 봐도 나를 놀라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한 편당 500원이라는 금액을 작가 스스로 측정한 후, 구독 신청을 한 사람들에게 매일 글을 보내주는 일명 ‘구독 서비스’이다. 아이디어가 신선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출판사나 매체, 어떤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자신의 글을 직접 전하겠다는 의지, 아무도 청탁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써나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매일 무언가를 써야 하는 책임감’을 이겨내면서 말이다.



출처 : 이슬아닷컴



<아무튼 출근>의 이슬아 편을 보고 난 뒤, 다른 편들도 하나하나 시청하기 시작했다. 정유회사 4년 차, 5급 공무원 1년 차, 나와 같은 광고 회사 아트디렉터 12년 차의 이야기까지. 브이로그 형식의 이 프로그램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 루틴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어떤 이는 매일 아침 긍정의 한 줄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고, 또 어떤 이는 점심시간을 쪼개 무언가를 배우러 갔다. 누구나 그렇듯 첫 결심은 어려웠을지 몰라도 그 시간들이 하루 이틀 쌓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버릇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고, 그 건강한 루틴은 각각의 사람들을 빛나 보이게 만들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문득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내게는 어떤 건강한 루틴이 있을까. 누군가 권유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하게 되는 그런 것들. 최근 들어 그런 일들이 부쩍 줄어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출처 : MBC '아무튼 출근'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로부터 반가운 제안을 받게 되었다. 일주일에 1회부터 7회까지 스스로 횟수를 정해 에세이를 연재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회사 생활과 병행하려면 7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았고, 그렇다고 너무 적은 횟수로 잡으면 루틴으로 자리 잡기 힘들 것 같았다. 일단은 욕심내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차근차근히 해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에세이를 발행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내 일상은 에세이에 쓸 만한 소재를 찾는 일로 채워졌고, 토요일 밤이면 그 소재를 활용해 두 편의 에세이를 쓴다. 처음엔 부담으로 다가왔던 일이 어느샌가 ‘이 시간 없이 어떻게 살아왔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아무리 바쁘고 피곤해도 에세이를 쓰는 시간만은 반드시 사수하려 노력한다. 그 어떤 것보다 내게 귀한 시간으로 자리 잡았기에.


그러고 보면 내가 달라지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누구보다 내가 가장 먼저 알아차리게 되는 것 같다. 어색하고 불편했던 새로운 일을 어느 순간 능숙하게 해내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니까. 그것만큼 스스로가 기특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또 있을까. 지금은 일주일에 에세이 두 편을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매일 글을 쓸 수 있을 만큼 달라진 나를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의 매거진 <라이프롱런>에 게재된 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길은 언제든 새롭게 만들 수 있으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