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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불구하고 Jun 06. 2022

길은 언제든 새롭게 만들 수 있으니까

손카피의 콘텐츠 속 평생교육 7화



밖에 있는 시간보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의 내용은 전부 다 꿰고 있다. 얼마 전엔 tvN에서 새로 방영할 드라마 목록에서 반가운 작가의 이름을 발견했다. 꼭 챙겨 봐야겠다고 마음먹은 드라마의 제목은 <우리들의 블루스>.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이야기들로 여러 차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던 노희경 작가님의 신작이었다. 자그마치 4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인 만큼 방영 전부터 이미 이슈가 되고 있었다.



 출처 : tvN

  


<우리들의 블루스>는 삶의 끝자락 혹은 절정, 시작점에 서있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옴니버스식 드라마다. 대망의 첫 에피소드 속 주인공은 한수(차승원 분)와 은희(이정은 분). 어린 시절 친구였던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한 세월을 보내다가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야 함께 자란 고향에서 재회를 한다. 은행 지점장인 한수는 딸의 골프 유학을 지원하느라 등골이 휜 가장의 모습으로, 은희는 연수입 3억 원 이상을 찍는 수산업 대표의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한다. 딸의 유학비로 여기저기 빚을 지는 신세가 된 한수는 결국 은희에게도 손을 벌리지만, 이때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는 딸의 전화를 받게 된다. 평생에 걸쳐 딸의 뒷바라지를 해온 한수는 울분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얼마나 애를 썼는데, 네가 안 행복하면 이 아빠는 어떡하니.”


오직 한 길만 보고 달려온 사람이라면 저절로 가질 수밖에 없을 간절한 마음. 이 길이 아니면 다른 길은 전혀 없을 것만 같은 그런 막막함. 나도 언젠가 느껴본 적이 있는 마음이라 가슴이 먹먹해지는 장면이었다.



출처 : tvN



한수는 깊은 고민에 빠지지만, 세상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듯이 결국 딸의 입장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그 길로 다니던 은행에 사표를 낸다. 평생을 바친 직장을 그만두고 공항에 도착한 아내와 딸을 태운 한수는 곧바로 여행길에 오른다. 앞날을 두려워하던 지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말이다. 홀가분한 표정을 짓는 한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이곳저곳을 경험하다 보면 분명히 하고 싶은 일이 생길 거라고. 처음으로 회사 밖을 나온 한수가 앞으로 어떤 길을 만나게 될지, 또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기대감을 심어주며 두 사람의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출처 : tvN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한수처럼 우리는 새로운 길에 뛰어들기를 주저할 때가 많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경험한 게 많아질수록 더 용기 있는 사람이 되기는커녕 두려움만 더 커진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익숙한 곳에 머물기를 택하기 쉽지만, 삶이란 것은 결코 우리의 예측대로 흘러가 주지 않는 법. 그래서 더 재미있는 건지도 모른다. 용기를 내어 새로운 길에 뛰어든 만큼 세상은 나도 몰랐던 새로운 나를 보여주기도 하니까.

태어나 처음 겪는 시대를 지나 위드 코로나의 시대를 앞두고 있는 지금, 새삼 깨닫는 사실이 있다. 가만히 멈춘 것 같았던 일상 속에서도 꽤 의미 있는 시간들이 많았음을. 그 순간들을 차분히 돌아보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길은 언제든 새롭게 만들 수 있음을 잊지 않으면서.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의 매거진 <라이프롱런>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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