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엉뚱한 곳에서 코딩해보신 분?
“이렇게 하면 될것같아!!”
몇시간동안 동료 소민씨의 실험을 같이 고민해주고, 내 실험의 막힌 점을 이야기 했다가 해결할 수 있는 코드를 받았을 때의 외침이었다.
이미 시간은 저녁 9시. 우리는 모두 석사를 졸업한 어엿한 노동자이지만 야근을 피할 수는 없지.
- 이제 가자.. 머리가 안돌아가
- 아 오키오키 가자. 잠시만 이 실험만 돌려놓고.
- 이게 뭔데?
- 이건 ~^&(#*##$야.
- 근데 이건 이렇게 해야하지 않아?
- 그것도 맞는데 #^($*@&가 더 맞다고 생각했어.
우리의 대화는 언제나 위 내용의 반복이었다. 사실 연구자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남의 연구에 막힌 점은 내 일처럼 고민해주기. 내 연구 고민할땐 집에 가고싶어하기.
아무튼 그날도 다음날 1시간 짜리 세미나 발표를 앞두고도 아직 데이터를 뽑던 어느 저녁이었다.
발표자료 만들기는 시작도 하지 않고 몇시간째 소민씨의 연구를 도와주다가 저녁이 되어 집에 가려고 할 때, 소민씨가 나의 코드를 봐주기 시작했다. 분명 조금만 보다가 가려고 했는데 결국은 내가 사용하던 코드에 몇줄을 추가하면 훨씬 작업을 단순히 할 수 있었다는것까지 밝혀버렸다.
이젠 정말 가야할 시간. 위장도 뇌도 파업하기 직전이라 아쉽지만 컴퓨터를 정리하고 학교 정문을 나섰다. 습,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빨리 테스트를 해봐야 할 것같은데?
지하철역 인근에 있는 맘스터치에 들어가 재빠르게 주문을 마치고 노트북을 꺼냈다.
첫번째 테스트 파일로 코드를 실행하자 녀석이 버벅인다.
심상치 않다. 일단 에러가 안뜨고 돌아간다고?
배고파 죽겠는데 내 차례에서 감자튀김 새로 튀길 때만큼이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 마침내 컴퓨터가 예쁜 그래프 하나를 띄웠다.
간사하게도 첫번째 그래프가 나오자 두달동안 코드에서 에러만 뜨지말아라하고 고생했던 마음은 순식간에 5개의 데이터끼리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라, 하고 바뀌었다. 데이터를 차례차례 돌리는 동안 다행히 나의 싸이버거도 조리되어 한손에는 햄버거를 들고 한손에는 계속 코드를 실행시켰다. 이 파이썬이라는 녀석은 자동으로 수천개의 데이터 중 유의미한 데이터를 선택하는건 가능하면서, 한 세트의 데이터로 분석이 끝나면 다음 세트로 넘어가는건 못하기 때문이다.
얼핏 누가보면 이상하겠다 생각은 들었지만 에러없이 그래프를 뽑아낼 수 있다니 아무래도 좋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원하던 대로 차이가 있는 결과가 나와, 순식간에 나는 세상을 다가진 사람이 되었다. 자식이 생기면 이런 마음일까. 당장은 이 데이터들이 내 손으로 탄생시킨 자식들이다. 그 길로 햄버거를 다 해치우고 집으로 돌아와 신나게 발표준비를 했다.
물론 다음날 발표에서 이 그래프들이 분석의 가치가 별로 없다는 결론으로 모아졌지만 원래 일희백비가 모여 대학원 생활이 완성되는 거니까. 조금이라도 발전을 이루었다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