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은 어렵고 혐오는 쉽다

서로 사랑하며 살아요

by 김다정

이전의 연구실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다름 아닌 사람이었다. 이해 안 되는 그들을 이해해 보려 발버둥 치다가, 내 인생에서 그들을 흘려보내지 못하는 나를 미워하다가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랩을 떠나고도 몇 달을 그들이 나오는 꿈을 꾸고, 꿈에서 나는 (현실에서 그렇지 못했던) 소리를 지르고, 여전히 그들의 존재감이 너무 크다는 사실에 괴로워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시간도 결국은 흐르는 법. 나는 새롭게 간 연구실에서는 사람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으리 하는 굳은 다짐을 하고 이사를 했다. 당시의 나는 꽤나 비장해서, 가려는 집단에 (일정 수준 이상의) 나쁜 사람이 있다면 뒤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겠다고 많은 이들에게 선전포고까지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새 연구실에 적응하느라 발버둥 치던 어느 날이었다. 연구실 선배와 같이 복도를 지나가다가 다른 선배가 옆방 교수님께 혼나고 있는 상황을 목격한 것이다. 심지어 옆방인원은 여럿이 옆에 있어 구도부터 숨이 막혔다.


곁에 있던 선배가 나름의 조치를 취했고 우리는 다시 가던 길을 가는 중이었다. 딱히 할 말도 없었고, 그냥 침묵이 불편해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근데 남의 랩 학생 혼내는 것도 좀 그렇지만, 옆에 있던 사람들까지 한 마디씩 거드는 게 더 얄미워요.”

선배는 바로 되물었다.
“누가? 옆에 분들이? 뭐라고 하셨는데?”

나는 교수님이 뭐라 하면서 옆 사람한테 동의를 구했고, 그 사람들이 네, 네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선배는 잠깐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분들 다 박사님들이고 나랑도 친한 사람들이야. 전후 상황을 다 모르기도 하고 평소에는 다 인사하고 좋게 지내는 분들인데 그렇게 말하면 좀 곤란하지.”


그 말을 듣는데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본건 잠깐일 뿐인데 상황의 일부만 보고 쉽게 판단해서 입 밖으로 내뱉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 나 역시도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해 놓고 정작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너무 쉽게 편을 갈라버리고 있었지 않았나.


그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 싫어하는 일보다 어렵다는 걸.

애정과 애착을 가지고 누군가를 바라보지 않으면 결국 쉽게 미워하게 되는 것 같다. 다른 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나를 한심하게 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날의 일 덕에 하나 더 깨달아서 이걸 잊지 않고자 몇 자 남겨본다.


잊지 말자.

미움은 쉽고 애정은 노력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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