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너와 나만의 룸이 있다면
★★★★☆
내가 알던 지난 5년의 세상이 다 거짓이라면
가끔 혹시 내가 <트루먼쇼>처럼 모든 사람들이 한통속으로 꾸며낸 속임수에 속고 있는 거라면 어떡하지? 할 때가 있다. 내가 아는 이 세상의 이치가 내가 알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것도 스스로 깨닫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똑똑, 저기요, 그게 아니거든요"라고 너무 쉽게 말해버린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영화는 태어나서부터 지난 5년 간을 뜀박질 5번이면 왔다 갔다가 끝나는 좁은 방이 세상의 전부라고 알고 살아온 5살 소년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좁은 방 안이지만 먹고, 자고, 씻고, '놀고'까지 해결되는 이 곳에서 내내 소년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을 것 같던 엄마는 어느 날, 드디어 소년에게 세상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방 너머에 진짜 세상이 존재한다고, 너와 나 같이 생긴 사람들이 저 밖에 무수히 많다고. 넌 나가서 더 큰 세상을 보아야 한다고 말이다. 순간, 나는 속으로 "그래, 잭, 넌 어리니까 말랑 말랑하게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겠지! 빨리 여기서 빠져나가자"라고 이 모자를 응원했다. 하지만 소년은 보란듯이 영화의 전개를 거부했다.
그 얘긴 듣고 싶지 않아요. 다른 재밌는 얘기를 해주세요. 엄마가 뭐라고 해도 이 세상에 진짜인 건 엄마와 나, 그리고 이 방 뿐인걸요
실화라기 보다는 영화 같은, 영화라기 보다는 솔직한
소년이 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이 영화가 정말 실화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영화라는 걸 느끼게 했다. 보통의 영화들은 기-승-전-결을 넘어가는 데 있어 주인공들 간 '쿵짝짝'이 참 잘 맞는다. 나는 아직 사태가 이해가지 않아서 눈을 꿈벅거리고 있는데 그들끼리는 눈짓 한 번이면 상황파악 끝, 행동개시다.
하지만 [룸]에서는 소년이 엄마와 말 하는 것 자체를 싫어할 정도로 진실을 마주하는 것을 거부하다 -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갖다가 - 도중에 질문도 하다가 - 다시 엄마와 이 난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다가가는 과정이 정말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극의 재미, 박진감 있는 전개에 집착하지 않고 담담하게 담아낸 모자의 모습이 있었기에 이후 전개되는 정말 극적인 '일화'가 더 사실적으로 다가오면서 폭발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 무엇보다 엄마와 나, 둘이 만들어가는 행복
영화를 보는 내내 저 방을 탈출한 다음은 어디지? 어떻게 그려지지? 그대로 영화가 끝나버릴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리고 의외로 방을 탈출하고 난 다음 영화 러닝타임은 예상보다 꽤 남아있었다. 충격적인 일을 겪고 난 다음 엄마가 느낄, 그리고 소년이 느낄 폭발적이고도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정말 담담하게 담아낸 마지막 장면들은 첫 시퀀스들에 비해 힘이 빠지기는 커녕 오히려 강렬하게 그 느낌들이 전해져왔다.
특히 그 중에서도 소년이 남겼던 말,
룸은 아주 작았어요. 그렇지만 그 땐 항상 엄마와 함께였어요.
은 행복을 평가하는 데 절대적인 가치와 기준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말이었다.
나를 둘러싼 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 사회를 살아가게 되지만, 문득 한 사람 한 사람과 맺는 관계 만큼은 우리 둘만의 '룸'에 가두어두고 우리 둘만의 관계로만 채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