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기에 더욱더 열심히 해야만 하는 것
학창 시절 공부를 엄청 잘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하는 편도 아니었다.
그런데 과목별 편차가 극심했다.
수학이나 과학은 나름 상위권에 잘한다고 자랑을 할 수 있을 정도였으나, 오로지 글로만 도배된 국어와 영어는 평균 이하의 수준이었다.
특히나 국어는 이 글은 왜 이런 의미를 가지는지 이 시에서 이 단어는 왜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등등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었다.
그때는 시, 소설, 비문학 이런 말만 들어도 치를 떨었다.
차라리 수학 문제를 한두 문제 더 풀거나 더 어려운 수학문제를 두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편이었다
그때는 시나 소설 안에 정해진 답이 있었다.
예를 들면 시 안에 등장하는 꽃을 보고 누군가는 슬퍼할 수도 누군가는 기뻐할 수도 있지만, 우리 모두는 똑같은 의미를 찾고 느껴야만 했다.
그런데 이전에 교과서에 실린 시에 대해 직접 그 시를 쓴 시인에게 해당 시에 관해 문제를 풀게 하고 그 의미를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는 그런 의미를 부여한 적이 없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꽃의 의미는 누가 정한 것인가?? 그 의미를 그들은 왜 하나로 정의해 놓은 것인가?? 어떤 근거로? 어떤 기준으로? 그럼 그것들의 의미를 정하는 그들은 또 누가 어떤 근거로 기준으로 뽑은 것인가??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지금은 소설이든 비소설이든 맘에 드는 책을 직접 구매하고 읽으며, 심지어 시 또한 종종 찾아 읽고 곱씹는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면 근처 서점을 찾아가 맘에 드는 시 하나에 푹 빠져들기도 하고, 정해진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모임을 나가 여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치를 떨던 독서와 친해진 가장 큰 이유는 정답을 찾아야만 했던 시절과는 다르게 지금은 읽고 싶은 책을 고를 수 있고 나를 기준으로 나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독서는 어렵다.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에 주로 독서를 하는데, 잠깐 독서에 관한 생각과 의지를 놓아버리는 순간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독서가 취미고 짬날 때마다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고 말하기 무색할 정도로 순식간에 독서와는 거리가 아주 먼 사이가 되어버리곤 한다.
독서와 나는 1년에 한 번을 만나도 어제 만난 것 같은 절친한 친구사이가 아니라,
자주 만나려 노력하지 않고 자주 만나지 않으면 그새 사이가 멀어져 어색한 사이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면식 있는 사이 그리곤 아예 서로를 잊어버린 모르는 사이가 되어버리는 그런 얕고 가벼운 어색한 사이이다.
(다가가기 참 어렵고 힘들고 까다로운 녀석이다....)
진짜 인간관계였다면 진작에 독서는 나와 맞지 않는 친구구나...라고 하며 놓아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독서와 친해지려고 귀찮게 하고 집적거리는 이유는 그와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그와 가까이 지내면 지낼수록 내가 점점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장 독서를 하루이틀 한다고 해서, 무작정 생각 없이 독서만 한다고 해서는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되려 꼭 완독을 하지 않아도 독서를 통해 생각하고 고뇌하고 사유하고 그렇게 곱씹고 나아가서는 다른 분들과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면서 달라지는 것 같다.
아예 모르던 것들을 처음 발견하면서,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들을 확실히 인지하면서,
잘못 알고 있던 것들을 바르게 고치면서,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을 다시 되새기면서,
그렇게 수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마음과 생각할 수 있는 사고의 폭이 마치 잉크가 번지듯 서서히 퍼져나가고 넓어진다.
독서는 나에게 있어 운동과 같은 존재이다.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늘 꾸준히 해야만 하는 존재.
그러나 잠깐이라도 놓아버리면 금방 사이가 멀어지는 존재.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다.
지금 열심히 노력해서 습관을 들인다고 한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금방 그 습관이 깨지고 독서와 거리가 멀어져 버리기에.
그러나 이것만큼 정직하고 올바른 것이 없다.
각자의 속도에 맞게 시간을 들여서 읽어 내려가야만 문장을 그 책을 이해하고 거기에 내 생각을 덧붙여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그러니 놓지 않을 것이다.
도태되고 뒤쳐지고 고이고 썩지 않기 위해선 사회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 꾸준히 소통하며 배우고 변화해야 하지만, 그것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해야 한다면 독서만이 유일한 길일 것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