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知人)

아는 사람

by 쇼리
이 글은 이전에 제가 쓴 글을 기반으로 쓰인 글이지만, 이전 글을 읽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혹시나 이전글이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링크를 참고 부탁 드립니다.

이전 글에서 오래된 인연은 썩어가는 것인가 익어가는 것인가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인연이 오래되면서 생기는 벌어진 간극에서부터 시작해 인연은 점점 곪아가고 썩어간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글을 썼다.

사실 지금도 단순히 오래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단순히 인연이 소중하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썩은 인연일 수 있니까


그러나 그사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내가 그 오랜 인연을 얼마나 잘 깨끗이 관리해서 썩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익어가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단지 썩어가는 인연이라면 이미 내 손을 벗어난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그냥 놓아버리고 싶었던 인연에 손을 놓을만한 핑곗거리를 찾았을 뿐일지도 모른다.




지인, 한자어로 알 지(知) 사람 인(人)을 쓴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가족, 애인, 친구, 동료부터 시작해서 뜻을 굉장히 넓은 의미로 보면 이름만 알아도 아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진짜로 알고 있는가??

내가 나 조차도 잘 알지 못하는데, 그들은 내가 얼마나 알 수 있는가??


그렇게 우리는 그저 오랜 세월이 가져다주는 함정에 빠져 세월만큼 그 사람을 알아가고 있고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1년 365일 1분 1초도 빠지지 않고 함께하는 나 자신조차도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 않는 내가, 10여 년 전에 사귀어 지금은 1년에 한 번을 볼까 말까 하는 친구를 이젠 꽤 오래 알고 지낸 세월이 있으니 우린 잘 아는 사이이지 않느냐고 하는 것이다.


썩어가는 것은 세월이라는 함정에 빠져 방심하고 안일해진 채로 착각하며 살아가는 나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특히나 남들을 비판하고 조언하고 평가하고 충고하기 좋아하는 우리네 특성상 반대로 그들을 응원하고 아껴주고 칭찬하기가 쉽지가 않은데,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 현상은 더 심해져 썩어가는 촉진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친하다는 것을 핑계로 쉽게 대하고 쉽게 말하고 자칫 중요할 수 있는 것들 조차 쉬이 여기며 마구 내뱉고 휘둘렀을 테니, 관계가 썩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할지도 모른다.




썩는 것과 익는 것은 한 끝 차이이다.

과일이 썩지 않고 익어가기 위해서는 관리가 필요하듯, 관계에서도 오랜 시간의 관리가 필요하다.

그 관리를 위해서는 스스로의 생각과 태도부터가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고 그저 세월에 방치된 관계는 절대 무르익을 수 없다.

그저 썩어갈 뿐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애틋하게 여기고
익숙한 사이일수록
어려워하라

- 다산, 어른의 하루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