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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나을 Oct 29. 2024

육아는 왜 이다지도 힘든가?

심리학에서 찾은, 육아가 정신적으로 힘든 세 가지 이유

요즘 김경일 교수의 심리학책을 즐겨 읽고 있다. 계기는 남편과 대판 싸운 후 ‘아니, 저 인간은 대체 왜 저렇게 예민한 거야?’라는 불만과 ‘내가 너무 무딘가…?’라는 자기반성을 곁들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왕년에 출판사에서 일한 탓인지, 작가 생활에서 비롯된 직업병인지, 문제가 생기면 일단 서점으로 달려가는데 거기서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예민한 사람 vs. 둔감한 사람’ 파트를 읽으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 후, 관련 책을 여러 권 사서 읽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 부분에서 ‘아, 그래서 그랬구나’하는 일종의 깨달음을 얻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육아의 정신적 어려움이었다.


사실 육체적 힘듦은 딱 세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제대로) 못 자고, (제대로) 못 먹고, (제대로) 못 쉰다!’ 그런데 정신적 힘듦은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오늘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답을 얻었다.  

   

첫째, 늘 변화에 직면해야 한다. (당연하다. 아이는 자라고,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둘째, 매일 크고 작은 선택을 해야 한다. 그중에는 중요한 선택도 다수 포함된다. (가뜩이나 결정장애를 앓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매우 괴로운 일이다. 더군다나 선택이 내 몫이기에 후회도 오롯이 내 몫이다)

셋째, (배 속에 아이가 잉태된 순간부터) 불안은 항상 따라다니는 기본 옵션이다. (우리 엄마를 보니, 아마도 내가 눈 감는 순간까지 평생 안고 가야 할 감정 같다)     


책의 내용을 토대로 정리했을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기피하고, 무언가 선택하는 일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느끼며, 불안은 심리학자들이 꼽는 최악의 감정 상태다. 


그런데 육아는 이 모든 과정과 감정의 종합 선물 세트다. 유레카! 이래서 이렇게 힘든 거였어! 육아는 자고로 육체와 정신의 철인 3종 경기였던 것이다. 


물론 이걸 안다고 해서 변화가 줄어들거나, 선택을 안 해도 되거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병의 인지가 치료의 첫걸음인 것처럼(제가 요즘 <정신병동에도 아침에 와요>에도 푹 빠져 있지 말입니다), 문제의 인지가 해결의 첫걸음인 법!


왜 힘든지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조금 나아질지 모른다. 변화를 좀 더 당연하게 받아들이거나, 선택한 일에 후회를 덜하거나, 불안을 줄이는 법을 모색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무엇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아이와 씨름하고 있을 육아 동지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육아 동지 여러분, 우리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만 힘든가? 나만 유난인가? 아닙니다. 힘든 건 당연한 겁니다. 


어쩔 때는 누가 나의 힘듦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날 때가 있는 법. 누군가도 나의 글을 보며 힘든 육아 생활에 조금이나마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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