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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rtbus Jun 04. 2024

그놈(?)들에게는 '여성' = '자궁 itself '

: 대한민국 저출생 정책에 부쳐

2024년 3월 초 프랑스에서는 여성의 임신중단권이 세계최초로 헌법에 명시되었다.

뉴스를 보는 순간,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부러웠다. 미치도록.

'나도 저런 사회에서 한번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역사적 결정을 '프랑스의 자부심'이자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자평했다.


그리고는 너무나도 예상 가능한 한국 기사에 달린 댓글 하나.

"내 안에 사람이 있는데, 내 몸이니깐 내 마음대로 죽일 수 있다는 권리가 뭐가 자랑이라는 건가?"


프랑스의 대통령이 자국의 자부심이라는데...

자국 국민들의 85%가 지지하는데...


나는 이러한 [국가(권력)]와 [여성의 몸], 그리고 [임신 및 출산]에 대한 무지한 시각이

21세기에 대한민국에서 역겹게 펼쳐지는 '저출생 정책의 남발' 현상, 다른 말로 '누가 누가 여성에게 더 큰 모멸감을 줄 것인가에 대한 경쟁'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한겨레신문 2024.6.4

김용호 국민의힘 시의원께서 시민들의 생식기 근육까지 걱정해 주시는 것을 보고 나는 감동하여... 진지하게 검색했다. 어디다 신고해야 하는지...



* 저출생이든 저출산이든 명칭은 맥락에 맞게 사용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의 초저출생률 지속 시대는 여성들의 출산파업에 의한 것으로 보고 다.


출산을 하면 '애국'이라고들 말한다. 지이이이~~~~~~인짜?

그 말의 불편함을 뒤로 하고 조금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아래의 내용은 팟캐스트 '정희진의 공부-저출산이 문제라는 심각한 오해'편에서 가져왔습니다.)


1960년대의 보건사회부는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며 저출산을 협박에 가깝게 강권했다.

당시 대한가족계획협회와 보건소는 미군 차량을 개조하여 만든 이동진료차를 타고 농어촌을 돌며 여성들에게 '루프시술(착상을 막는 기계를 몸에 삽입하는 시술)'을 하고 다녔다. 뿐만 아니라 그 이동진료차, 일명 낙태 버스 안에서 여성들에게 낙태 수술을 하도록 했다. 이 당시 위험한 수술이었기에 돌아가신 여성들도 많았다. 그러나 남성들이 스스로 피임을 하지 않는 한국의 젠더권력관계에서, 여성들은 국가가 무료로 하는 시술 및 수술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이때 저출산을 하도록 국민들에게, 아니 정확히는 여성의 몸에 국가가 압력을 가한 이유는 인구급증이 경제적 궁핍으로 이어져 국력을 낮춘다는 정부적 판단 때문이었다.


-> 당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루프시술과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정관수술 비율은 지역마다 4배에서 6배 이상 차이가 났다고 한다. 이는 당시 출생률을 낮추고자 한 정책의 대상이 남성이 아닌, 여성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드러내 준다(다 아는 사실이지만 복강경인 여성의 난관수술보다 남성의 정관수술이 훠~~얼씬 간단하고 안전하고 유지에 용이하고 또 저렴하다).  


1970년대 이후 보건사회부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며 저출산이 1,000불 국민소득의 길, 국력신장의 길임을 대놓고 홍보했다. 그러다가 점점 '둘도 많다', '잘 키운 하나 아들 안 부럽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표어도 등장했다.


-> 그런데 말입니다~ 이 시기의 남아선호사상은 누구나 다 아는 얘긴데, 그렇다면 하나만 혹은 둘만 낳아 잘 키우자고 국가가 나서서 홍보하며 낙태차량을 몰고 다닐 때, 사라져 간 태아들은 남아들이었을까요 여아들이었을까요?


1990년대부터 보건복지부는,

국가주도 가족계획과 사라지지 않은 남아선호의 결과로 성비불균형이 심각해지자, (남성의 짝을 마련해 주기 위해) 산부인과의 태아감별을 금지시키고 인구증가억제 정책을 폐기했다.


-> 당시 대한가족계획협회 포스터에는 남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 이렇게 외친다. "선생님, 착한 일 하면 여자 짝꿍 시켜주나요?"

(여자짝꿍은...착한 일에 대한 상품??)


그리고는 보건복지부와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등에 의해 '결혼과 출산''인류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로 둔갑했다.


2000년대부터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등장하여 계속 수백조 원에 달하는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 국력을 신장시켜 줄, 미래의 노동력아이를 낳게 하기 위해.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수립(2006년) 이후 현재까지 국고 332조 원 이상을 투입)



결과적으로,

여성의 몸을 통한 임신과 출산은 국력신장위해 억제되었다가 또다시 독려되고 있는 것이다.

그 안에 여성의 생명, 건강, 삶의 질, 주체성, 자신의 인생에 대한 계획 등은 고려된 바 없다.

(그래서 버지니아 울프의 '여성에게 조국은 없다'는 선언이 아직도 울림을 주는 것일 것이다)


즉, [임신 및 출산]결코!!! '남성과 여성으로 이루어진 '정상가족' 안에서의 자연스러운 일' 따위가 아니라,

[국가(권력)]에 의한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 및 지배의 과정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권력은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윤리적·법적 기준을 설계함으로써, 때로는 출산을 독려하고 때로는 억제해 왔으며, 한 사회의 구성원들의 감정까지 기획하며 죄책감을 줬다 말았다 관리해 왔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국가권력을 쥐고 있는 그놈(?)들에게 '여성'은 다른 무엇도 아닌 '자궁' 그 자체로서,

국력신장을 위해 케겔운동을 해야 하고, 아이를 낳지 않거나 못하는 경우 죄책감을 가져야 하며, 심지어 임신중지를 선택한 경우에는 용서받지 못할 악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임신능력이 없는 여아들은 나이에 따른 학업능력 따위는 상관없이 미래의 '매력'있는 '자궁'이 되기 위해 1년 일찍 학교에 입학을 해야 하는 것이다(그런데 왜... 현재 입학연령을 유치한 채, 남아들을 1년 늦게 입학시켜야 한다는 연구결과는 나오지 않았을까?).


    

그래서 부러웠다. 프랑스 임신중단권을 헌법에 새겨 넣은 것이 미치도록 부러웠다.

이는 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국가권력의 간섭, 침해를 금지하고,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단속을 금지하고자 하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은, 제발!!!!! 여성의 몸에 국가권력 따위가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원천적으로 막고자 하는 전 사회적 노력이기 때문에 눈물이 날 정도로 부러운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

결혼하면 돈 빌려줄게, 아이 하나 둘 낳으면 빚 감해 줄게, 셋 으면 원금 전액 감면해 줄게~~라고 하면서, '이러면 돈이 필요한 청년들이 아기를 낳겠지?'라고 착각하는 것이나,

정부가 나서서 소개팅 시켜줄게~~라고 하면서, '이러면 서로 눈 맞아서 남녀의 성기가 결합할 것이며, 그 결과물인 미래의 노동력이 생산되겠지?'라고 넘겨짚는 것이나 그 천박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오늘날 저출생 해소(?)를 위한 폭력적 정책의 남발 속에서 한국 여성들이 느끼는 모멸감에 대한 글을,

손희정 평론가의 ''행복한 낙태'도 가능하다, 아니 가능해야 한다'라는 글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나는 한 다큐멘터리에서 본 중년 여성들이 떠오른다. 당신들 시대의 낙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하하호호 웃던 모습. 70년대생인 나로서는 상상도 못 했던 유쾌함이었다. 같은 경험이 어떻게 이렇게 다른 감정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 그것이 임신중지가 ‘애국’이던 시절에 가임기를 보낸 여성‘이기적 선택’이란 비난을 들으며 자란 여성 사이의 차이임을 알고서 깨달았다."


"'임신중지(원제: 행복한 낙태 Happy abortion)'의 저자 에리카 밀러에 따르면  ...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에게는 “당연히 수치스러울 것”이라는 낙인이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이런 감정의 기획 속에서 여성들은 임신중지를 끔찍한 일로 내면화하게 된다. ... 그러나 전문가들은 임신중지가 여성들에게 필연적이고 천성적으로 야기하는 공통된 감정 따위는 없다고 설명한다. ... 어떤 사람은 임신중지를 하면서 죄책감이 아닌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긍정적인 감정에 대해 말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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