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여성을 위한다는 정책은 왜 작동하지 않는가?②
: "광장까지 젊은 여성에게 빼앗겼다(?)"는 그들에 대한 소고
[청년여성은 누구이며, 어떤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가? ①]에 이어...
■ 청년여성이 원하는 것
- 청년여성이 삶의 다양한 요소 중 가장 불만족하는 것은 경제활동 및 사회적 지위와 관련이 있음
∙ ①소득 및 재산, ②직업적 만족도·성취도, ③명예·사회적 지위 순으로 불만족 (여론조사꽃, 2022)
※ 청년 여성의 만족도가 네 번째로 낮으며, 같은 나이 남성과 만족도가 가장 크게 차이나는 요소는 ④범죄·전쟁·사고에서의 안전(여론조사꽃, 2022)
*괄호는 동 연령대 남성과 만족도 차이∙ 하지만 이전보다 대부분의 성·연령별 집단에서 출산·양육 지원정책에 대한 중요도가 크게 상승한 것에 비해, 청년 여성층에서만 그 변화폭이 적음 (스트레티지앤리서치, 2024)
⇒ 즉, 청년여성의 정책적 수요는 물리적 안전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생명과 지위의 보장과 관련되어 있음
■ 청년여성을 위한다는 정책이 왜 작동하지 않는 이유
⇒ 시간주권(time sovereignty)의 부족
※ 시간주권이란?
∙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권리와 능력
∙ 모두에게 24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공평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권력, 경제력, 학력, 젠더, 지위, 문화 등에 영향을 받음
→ 시간빈곤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부족한 상태
- 청년여성은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적 구조와 가정에서의 젠더규범에 의해 시간과 소득에 대한 만성적 이중빈곤에 시달림
∙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사회보험의 보장률이 낮은 청년여성은 돈을 더 벌기 위해 노동시간을 늘리면 시간 빈곤에 빠지게 됨
∙ 20~30대 젊은 부부도 집에서의 돌봄을 ‘전적으로 또는 주로 아내가 부담한다’는 응답이 과반이며(58.8%), 반반씩 부담한다는 응답이 38.7%임 (여성가족부, 2022)
∙ 아내 혼자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에도 여성의 돌봄노동시간은 남성보다 1.3배 많음(남성 238분, 여성 312분) (여성가족부, 2022)
∙ 또한 기혼 여성이 남편보다 임금이 낮은 경우, 직장에서 같은 시간 일을 하더라도, 가사 및 돌봄에 대한 부담을 여성이 과도하게 떠안음
∙ 반면 기혼 여성이 남편보다 임금이 높은 경우에도, 여성은 남편보다 더 많은 시간 돌봄노동을 수행함
→ 한국의 젠더규범에 의해 여성이 남성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것은 일종의 일탈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하여 여성은 더 많은 시간을 돌봄노동에 할애하는 것으로 해석됨 (주익현, 2022)
⇒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은 직장을 다니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를 만성적 시간빈곤 상태로 내몰게 됨
⇒ 착한 정책의 역설 (The Paradox of Good Intention)
※ 착한 정책의 역설이란?
∙ 문제 해결을 위해 마련된 정책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거나 원래의 목적과 반대되는 결과나 부작용을 낳는 것
- 성차별적 구조로 유연근무제는 실질적으로 ‘여성의 제도’로 여겨져서 오히려 청년여성의 일∙가정 생활 모두를 힘들게 할 수 있음
∙ 청년여성은 직장에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오히려 유연근무제를 통해 가사와 돌봄에 대한 책임을 자연스레 떠안게 될 위험이 높음
∙ 직장에서 유연근무제를 주로 사용하는 여성은 채용이나 승진에서 불리할 수 있기에 여성은 더 많은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낌
- 성차별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육아휴직제 역시 여성에 대한 채용을 꺼리게 만들고 가정에서 여성의 돌봄노동을 심화시킴
∙ 여성은 어쩔 수 없이 장기간 휴직하는 반면 남성은 아내가 휴직할 수 없는 기간 동안, 휴직이 가능한 조건 하에서만, 단기간 휴직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음
∙ 성 불평등하게 활용되는 육아휴직제 역시 기업이 여성 채용을 꺼리게 만들고 가정에서의 돌봄노동도 여전히 여성에게 부과하도록 악용될 수 있음
∙ 남녀 간 휴직 기간 차이는 성별 임금격차를 심화시키며 복직 후 업무 적응이나 승진 전망 등에서 여성에게 부정적으로 작용
- 아동보육비 또는 아동수당과 같은 현금성 정책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율 및 삶의 질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음 (이경희&민인힉, 2018; 남재현, 2021)
∙ 아동수당 제도 시행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여성노동자의 고용률 및 평균 노동시간은 큰 차이가 없음
→ 저소득 가구의 경우, 자녀를 보육기관에 보내는 비용보다 여성이 직접 양육할 때 경제적 이익이 되기 때문으로 해석됨
⇒ 결과적으로 한국사회의 젠더규범이 변화하지 않는 한,
'시간주권'의 부족과 '착한 정책의 역설'로 인해 여성을 위한다는 제도는
돌봄노동에서의 여성의 과중한 역할을 지속시키며 노동시장에서도 여성은 고용기피의 대상 및 주요한 직책을 맡길 수 없는 잉여인력으로 여겨지게 됨
⇒ 따라서, 청년여성은 다른 성·연령 집단보다 '주4일 근무제 도입'에 대해 열망하고 있음 (스트레티지앤리서치, 2024)
∙ 가사 및 돌봄노동의 책임이 여전히 여성에게 과도하게 주어지는 상황에서 노동자로서의 삶 또한 유지하고 싶은 현실적 욕구와 관련될 수 있음
[청년여성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3)]으로 이어집니다~~->
참고자료
남재현. (2021). 아동수당이 기혼여성의 노동공급에 미치는 영향. 비판사회정책, (70), 133-166.
스트레티지앤리서치. (2024). 22대 국회 개원 입법 설문조사. 한국리서치 실시(2024.06.01.~13).
여성가족부. (2022),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주요 결과 요약. 여성가족부.
여론조사꽃. (2022). Focus 2030 삶과 행복. 제9차 정례여론조사. (2022.10.07.).
이경희, & 민인식. (2018). 아동수당이 기혼여성 노동공급에 미치는 영향: 마이크로 시뮬레이션 활용. 조사연구, 19(2),
주익현. (2022). 아내 소득기여도가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시간에 미치는 효과: 조사시기와의 상호작용효과를 중심으로. 가족자원경영과 정책, 26(1), 1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