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들의 “정무적” 판단에 없는 것 두 가지- 정치적 소신과 여성
계엄 직후부터 민주당 찐+오랜 지지자들에게서 지속적으로 들어온 얘기들.
*참고로 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선거가 나의 첫 선거였고, 그 이후 쭉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
· 젊은 여성들이 이제 광장까지 장악해서 젊은 남성들은 광장에 나오지 조차 못하고 불쌍하다.
· 광장의 문화가 너무 여성들에게(만) 친화적이다.
· (그 비싼)응원봉을 들고 나올 수 있는 청년여성은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특정 집단이다.
· 여성들 치고는 용감하다.
· 청년여성이 광장에 30%를 차지한 사실은 젠더 갈등을 부추길 수 있으니까 드러내면 안된다.
· 남성들 표를 얻어야 하니까 군가산점제를 부활시켜야 하고 남성들이 여성 정책 중 거부감이 적은 것이 여성들의 출산과 관련된 것이니까 그 둘을 함께 얘기해야 한다.
· 이번 대선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하니까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아야 한다.
· 지난 대선에서 페미 때문에 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절대 조심해야 한다.
· 개딸들이 민주당을 다 망친다.
· 여가부 명칭에 청소년, 청년을 붙이면 좋을 것 같다.
· 여성단체들이 하도 시끄럽게 난리 쳐서 민주당이 힘들다.
지금 상황이 진행되는 것을 보니... 내 앞에서 이렇게 말한 이들의 의지대로 민주당이 흘러가는 것 같다. “우리”가 권력을 잡아야 하니까.
한국 정치에서 "국민을 개돼지로 본다"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계기는 2016년 7월, 당시 교육부 정책기획관이었던 나향욱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그는 이 발언은 영화 ‘내부자들’의 대사를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국민적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파면됐다.
국민을 개돼지로 본다는 말은 국민이 무지하고 수동적이어서 통제와 관리가 가능한 대상으로 취급한다는 말이다. 한국사회의 기득권들이 무엇을 결정하든 그것에 대해 관심도 없고, 알게 되더라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알아차리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존재이며 “옛다~”하고 잔반들을 던져주면 그걸로 배를 채우고 또다시 아무 생각 없이 꿀꿀대며 번식하는 가축 같은 존재.
*물론 개와 돼지는 실제로 지능이 높고 감정도 섬세하게 발달된, 적어도 국민을 개돼지라고 생각하는 그들보다는 고등한 동물이다.
민주당의 대선 공약에서 ‘여성’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김대중 대통령 이후 계속 있었던 여성 공약에 대한 독립 섹션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여성’ 또는 ‘성평등’이라는 단어도 애써 지웠다. 그런데 여성 공약이 사라진 것보다 내가 더 황당하게 느끼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의 항의에 민주당이 당황하는 것이다.
왜 당황하지? 여성들을 개돼지로 봤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당황한다.
민주당은 공약에 대해 여성들이 관심이 없을 줄 알았나? 여성공약의 부재를 못 알아차릴 줄 알았나?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데 입은 닥치고 가만히 있을 줄 알았나?
여성들을 지우는 것을 이번 대선의 전략으로 삼았다면, 적어도 여성들의 불만과 반발에 대한 대비책도 동시에 세웠어야 한다. 선거를 한두 번 한 정당도 아니고 왜 이제 와서 당황하고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부랴부랴 공약을 정비하느라고 이 난리인지... 나는 그게 더 당황스럽다. 여성을 지우는 전략을 세웠다면 그냥 그대로 밀고 가는 뚝심?이라도 있던가... 정말 여성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알아도 입 꾹 다물고 얌전히 민주당에 한 표를 줄줄 알았나. 만약 이번 대선에서 여성을 지운 채 당선이 되더라도 내년 지선은 또 어떡할 건가?
민주당은 “이번 대선은 탄핵이라는 정치적 격변 속에서 치러지다 보니 정책 정립이 늦어졌다”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 말을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면...
첫째, 이런 상황은 한참 전에 예견되어 있었으니까. 작년 10월에 이재명 대표는 ‘지금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하다’, ‘(차별금지법은) 충분히 논의하고 사회적 대화나 타협이 성숙된 다음에 논의해도 된다’고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었다. 최근 임신중단 관련 입법 공백에 관해서도 이 후보는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며 발을 뺐다(*21년도에는 분명히 피임과 임신중단에 대한 건보 적용을 공약으로 밝혔었다. 그리고 정당은 사회적 합의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주체이지 가만히 앉아서 합의가 될때까지 멀뚱멀뚱 쳐다보는 존재가 아니다).
둘째, 여성들의 정책적 요구는 아주 오래전부터 크게 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제대로 진척된 것이 없었으니까. ① 정권 교체기마다 동네북처럼 없앤다 만다 거론되고 윤석열 정부가 무력화시킨 여성가족부의 정책조정기능, 정책집행기능 강화, ② 국제기구들이 제발 쫌!! 제정하라고 수년 째 권고하고 국내에서도 계속계속 지겹도록 요구하고 있는 차별금지법, ③ OECD에서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크다고 이 또한 지겹도록 지적되고 있는 성별임금 관련 정보 공시 법제화, ④ 결혼 이외의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없어서 동거인을 성인 입양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생활동반자법, ⑤ 피임과 임신중단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⑥ 심지어 일본에서도 도입한 비동의간강죄 등.
여성의제는 없어서 새롭게 발굴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수도 없이 반복적으로 요구되었던 것을 우선 실천하기만 해도 되는 것인데, 그런데 탄핵 때문에 정책 정립이 늦어졌다고?
여성 유권자가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자기들이 감추면 모를 줄 아나보다. 지우면 지워질 줄 알았나 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 것이 더 불쾌하고 역겹다.
어떤 이들을 말하더라. 일단 정권을 잡고 나서 그런 민감? 한 일들은 뒤에서 조용히 처리를 하면 된다고. 이것에 “정무적” 판단이라고.
그들의 “정무적” 판단은 여성의 존재를 숨김으로써 그녀들에게서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앗아가는 폭력인가 보다. 그들에게 여성들의 요구는 뒷구멍으로 처리해야 할 만큼 떳떳하지 못한 것인가 보다.
그들의 “정무적” 판단은 한국사회의 기득권층 5060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 가부장적 남성중심적 여성혐오적 판단을 “정무적”이라고 포장하며 자신들 이외의 목소리를 틀어막는다. ‘내가 하는 일은 모두 선의이며 정의이다’라고 믿고 있는 586 남성의 오만함을 전제하고 있다.
그들의 "정무적" 판단에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바보 소리를 들어가며, 목숨을 던져가며 지키고자 했던 정치적 원칙과 소신이 없으며, 여성이 없다.
당선되겠지. 광장을, 남태령을 채웠던 여성들은 머리에 총을 맞지 않은 이상 내란세력을 찍지는 못할테니까. 하지만 이대로 끝까지 간다면 그것은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지 ‘한국 사회의 진보’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