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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rtbus Feb 18. 2022

성추행 발행 후, 9개월 만에 고소를 결심하다

-그랬습니다. 제게 또 그런 일이 일어나더군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마지막 제 소개글 이후로 3년이 넘도록 다들 잘 지내셨는지요? 

저의 성폭력 피해의 경험들, 제 친구들의, 지인들의 경험들을 소재로 이런저런 생각들을 나누던 이 공간에 제가 또다시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 공간은 제 사건의 백서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제게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주셔서 함께 대화했던 분들도 있었고요... 


그런데 또 이 백서에 한 가지 사례를 더해야 할 일이 발생하여 이렇게 로그인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3월 7일에 한국여성의전화의 법률상담을 받으러 갑니다. 

왜냐고요?

성추행을 당했기 때문이지요. 미리 예약을 하면 30분 간 전문가에게 궁금한 것들을 질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작년 5월 지인의 지인에게 차 뒷좌석에서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그런데요, 왜 지금 상담을 받냐고요? 

왜냐면... 부끄럽게도, 민망하게도... 그동안 열심히 여러분들과 제 경험들을 나누며 성숙한 척, 어른인 척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제게 발생한 일을 그냥 넘어가고 싶더라고요. 


당시 6년 동안의 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 후 

직업도 없고, 한국에서의 사회생활 적응도 안되고, 그리고 운 좋게 맡게 된 프로젝트가 엎어진 뭐 그런 상황들을 핑계 삼아, 피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가해자와 싸우는 그 스트레스받는 과정에서부터요. 


그런데 결국, 

안 되겠더군요. 어찌 보면 큰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더라도,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을 그냥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니... 전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좀 늦었지만 싸우기로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좀 깨지고 다치더라도 화를 내야 할 상대에게는 명확히 화를 내주고 싸워야 그다음 발걸음을 개운하게 내디딜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아마도 질 것입니다. 

기소조차 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그 길을 가야만 할 것 같네요.


사건이 일어난 것은 작년 5월, 

제가 고소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올해 2월.

법률 상담을 받을 날짜는 3월 7일.

그리고 아마도 신고는 3월 7일 당일이거나 그다음 날 정도? 


이런 경우의 일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떻게 해결 혹은 마무리되는지, 앞으로 여기에 정리해 나갈 생각입니다. 저 같은 경험이 있으신 분들, 혹은 있으실 분들과 공유하려고요. 3년 전에 여기서 그러했듯이:) 

그 과정에서 저의 어리석은 모습, 부족한 모습, 부끄러운 모습 등등이 아마도 다 드러나겠죠?ㅠㅠ 

누가 그러더군요. 

갑각류는 성장을 하려면 딱딱한 허물을 벗어야 하는데, 속 살이 드러나는 그때가 갑각류가 가장 약할 때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만 성장을 완성할 수 있다. 인간의 마음은 갑각류와 같아서 가장 약할 때, 그때 가장 불안해 보이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 성장하는 거라고.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저의 부족한 민낯을 드러내며, 한번 더 성장해 보지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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