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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rtbus Apr 15. 2022

성폭력피해자가 기대하는 한 가지, 공감

2차 가해인 듯 2차 가해 아닌 2차 가해?

성추행에 대한 경험, 그리고 그 이후 과정에 대한 경험을 브런치에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성에 대한 폭력이 완전히 다른 세상의 희귀한 종류의 아픔이나 상처가 아닌,

속상하지만 우리들 일상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고, 또 누구든 이겨낼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나누고 싶었다. 기쁨도 고통도 영원한 것은 없기에.

그래서 최대한 밝게, 어쩌면 조금은 장난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표현들을 골라가며 기록을 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아직 희미해지지 않은 아픔이 아픔이 아닌 것은 아니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상처가 아닌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내가 웃는다고 진짜 웃음밖에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그리고 평소라면 아무 일도 아닌 작은 것들이

지금은 심장에 콕콕 박히는 것들이 있더라.


내가 너무나 믿었고 좋아했던 사람이

날 성추행한 사람과 (물론 아직 법적으로 땅땅땅!! 결론난 것은 아니지만) 너무도 잘 지내는 모습...


성추행 가해자와 끝까지 맞서 보겠다는 나에게

"뭐 꼭 그렇게 까지 할 거 있나?"라고 읊조리는 지인들...


이런 일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거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아직 법적으로 결정 난 것이 없으니, 중립적인 지성인의 아우라를 뿜어야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무런 표정도, 아무런 말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모습들...


가해자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얽혀 있는 일에서 내가 소외되고 있다고 상황을 오해하자,

충분히 오해할 만한 우연들이 겹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자꾸 상황을 그 OOO(가해자)과 연결시키지?"

라며 내게 섭섭함을 표하는 모습...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 뭐 어쩌겠냐만은,

싸우고 있는 피해자에게

경찰도, 검사도, 판사도 아닌 친구들과 지인들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진심 어린 '공감' 하나뿐인데...


"그 XX, 나쁜 놈이네... " 한마디만 해줘도 좋으련만.

그게 이렇게 쉽지 않은 것이구나...


새삼 나는 지금껏 상처 입은 누군가에게 어떻게 대해 왔던가... 돌아보게 된다.



 

잠 못 들고 울면서 지샌 어젯밤... 이런 일상 아닌 일상들에 잠식당하는 오늘...

그래서 결근!


내 정신이 아프다. 영원하진 않겠지만 어쨌든 오늘 내 정신은 약하디 약한 어린 짐승같다.

그 무력한 어린 짐승을 나 스스로라도 보듬고 토닥여야 하니까... 결근:)


이래저래... 힘든 오늘, 그 무거움을 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나의 소중한 시간들이 안타깝게 잠식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목도하는 것, 그 사실을 그저 아는 것.


어설프게, '떨쳐내야지~' 이러면서 또 다른 방법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고...

그냥 바라보는 것.


일단은 그것만 하자:)



그나저나 가해자가 속한 그 '대단한' 조직에 가해자가 강제추행 피의자로 조사 중이라는 사실을 제보했건만...

아직 조사 중인 사건이지만, 그 '대단한' 조직에 가해자가 속하는 것 그 자체로 나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건만...


감감무소식이다.


...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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