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절과 얇은 종이
사랑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존재를 아끼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라고 한다. 나에게 사랑이란 누군가를 귀하게 여기는 감정을 넘어 약간의 낯간지러움과 무거운 책임감을 첨가한 마음이다. 소위 내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가깝고 친밀한 관계에서만 허락된, 그 사이에서마저도 큰 용기를 내야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맘인 것이다. 사랑에는 내가 당신의 아픈 구석까지도 껴안을 것이라는 결심과 당신으로 인해 생긴 내 상처도 감내하겠다는 다짐이 담겨있다.
반면 나에게 애정은 사랑보다는 조금 더 가볍다. 작은 친절과 미소, 따뜻한 시선, 행복의 기원을 모두 아우른다. 감정이 가볍다는 건 일면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지만 가벼워서 좋을 때가 더 많다. 침잠하지 않고 수면 위에 산뜻하게 떠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닿는다. 사랑이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는 힘이라면 애정은 볼을 따뜻하게 덥히는 힘이다.
작은 친절들이 켜켜이 쌓이는 나날들이다. 비가 쏟아지던 날 모르는 아주머니는 우산을 선물로 주셨고, 귀찮아서 그냥 쓰던 찢어진 수경 끈은 수영 선생님이 바꿔주셨다. 이미 졸업한 연구실 선배는 내 논문에 시간을 써주기로 했고, 동문회 지인이 나눠준 행사 입장권 덕분에 오랜만에 한강의 노을도 보았다.
애정은 종이와 같아서 내 마음에 아주 얇게 덧대어진다. 한 장씩 보면 별 거 아닌데, 작은 행동과 말들이 여러 겹 쌓이며 두꺼워지니 쉽게 부러지지도 찢어지지도 않는다. 아주 단단하고 질기다. 덕분에 가벼운 무심함을 이겨낸다.
나도 당신에게 애정을 건네고 싶어 다정한 인사와 미소를 준비한다. 애정이 층층이 쌓여 당신 마음도 조금은 더 따뜻하고 단단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