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
보건교사 안은영은 장난감 칼과 총을 휘두르며 나쁜 것들을 퇴마하는 보건교사 겸 "퇴마 자원봉사자"다.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전국 곳곳의 기운 좋은 사찰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감수하면서까지 학교의 많은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해도 그녀에게 고마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장난감이나 들고 다니는 그녀를 괴짜, 이상한 사람 취급하곤 한다. 돈도 못 받고, 힘들기만 하고, 사람들한테 인정도 못 받는데 대체 그녀는 왜 퇴마 자원봉사를 계속하고 있는 걸까?
은영도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위험하고 고된데 금전적 보상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은영의 능력에 보상을 해 줄 만한 사람들은 대개 탐욕스러운 사람들이었다. 좋지 않은 일에만 은영을 쓰려고 했다. 아주 나쁜 종류의 청부업자가, 도무지 되고 싶지 않았다. 은영은 다른 종류의 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가, 어느새부터인가는 보상을 바라는 마음도 버렸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해서 자신의 친절함을 버리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은영의 일은 은영이 세상에게 보이는 친절에 가까웠다. 친절이 지나치게 저평가된 덕목이라고 여긴다는 점에서 은영과 인표는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 정세랑, <보건교사 안은영> 中
자신의 능력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 그녀에게는 사실 세상을 구하겠다는 영웅의식이나 책임감, 혹은 인류애와 같은 거창한 이유는 없다. 퇴마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된 강렬하고도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도 물론 없다. 그녀는 단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일이 자신이 세상에 베푸는 친절이라고 생각한다. 친절의 가치에 무뎌져가던 요즘이어서 더 그랬는지 이 대목이 참 가슴 깊이 와닿았다.
세상에 친절을 베푸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구하는 것도 멋있는데, 더 인상적이었던 점은 "안은영의 친절은 남들의 눈치를 보는 데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도 물론 있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던 이유 중 하나는 남들의 시선 때문이었다.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싶어서 타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친절을 베풀려고 했던 적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안은영은 달랐다. 남들이 뭐라고 하던 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했다. 나는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으면서도 내가 믿는 친절의 가치를 지킬 수 있을까?
친절하면 호구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요즘, 남들이 어떻게 보던 상관없이 자신이 믿는 친절을 실천하는 그녀가 참 멋있었다. 호구가 되면 좀 어떠랴, 대가를 바라지 않는 친절도 베풀고 살 줄 알아야지!
아, 빨리 드라마 속 안은영도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