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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섬세 Aug 04. 2019

호퍼, I miss you so much

이 글은 <기묘한 이야기> 시즌 3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7월에 친구들과 넷플릭스를 시작한 이후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은 <기묘한 이야기> 정주행이었다. 워낙 TV에서 선전을 많이 하기도 했고 홍대에 팝업스토어를 열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들어 관심이 갔는데, 한 번 보기 시작하니 초능력 소녀 일레븐에게 푹 빠져버려서 단시일 내에 시즌 3까지 보게 됐다. 각 시즌마다 바바라, 밥 등 안타까운 죽음은 항상 있어왔지만 시즌 3에서 짐 호퍼의 죽음은 가히 충격적이었는데, 얼마나 충격적이었냐 하면 한번 잠들면 푹 자 꿈도 잘 안 꾸는 내가 지금까지 호퍼의 꿈을 두세 번은 꾸고 있다.


스포일러 주의를 소제목에 걸어놨기 때문에 <기묘한 이야기>를 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이 글을 읽지 않을 거라 가정하고는 있지만, 혹시나 짐 호퍼를 모르거나 그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한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그는 와일드하고 터프한 마을의 경찰서장이다. 머리로 움직이기보단 행동이 앞서고, 거친 말을 서슴없이 하지만 정의롭다. 일레븐이 연구소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어 살 수 있도록 거처를 마련한 것도 짐 호퍼였고, 훗날 그녀의 출생신고서가 만들어졌을 때 그녀의 아빠가 된 사람도 짐 호퍼였다. 이 정도 설명을 곁들여 그의 사진을 본다면 그가 대충 어떤 캐릭터인지 감이 잡히리라 생각이 든다.


Image from Netflix 'Stranger Things', 일레븐과 호퍼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에서 천년만년 우리와 함께 할 것 같던 이 듬직한 호퍼는 시즌 3의 마지막에 마을과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한다. 다른 세계의 문을 닫는 과정에서 흔적조차 남지 않게 된 그의 유품에서 일레븐에게 말하지 못한 편지가 발견되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나도 일레븐처럼 엉엉 울고 말았다. 



For the first time in a long time, I started to feel things again. I started to feel happy. But lately, I guess I've been feeling distant from you. Like you're pulling away from me or something. .... (네가 내 삶에 와주었기에) 아주 오랜만에 나는 다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어. 행복을 느꼈지. 하지만 최근에, 나는 너와 멀어지는 느낌을 받고 있단다. 네가 나를 밀어내는 듯한 그런 느낌을 말이야.


... But I know you're getting older, growing, changing. I guess, if I'm being really honest, that's what scares me. I don't want things to change. ... But I know that's naive. It's just not how life works. It's moving, always moving, whether you like it or not. And yeah, sometimes it's painful. Sometimes it's sad. And sometimes, it's surprising. Happy. 네가 나이가 들고, 자라고, 변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단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그게 나를 두렵게 해. 나는 변화가 싫구나.... 하지만 그게 순진한 생각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 삶이 흘러가는 방식은 변화를 초래하거든. 삶은 네가 좋든 싫든 항상 흘러간단다. 때로는 고통스럽게, 때로는 슬프게 말이야. 그리고 때로는, 놀랍지. 행복하기도 해. 


So you know what? Keep on growing up kid. Don't let me stop you. Make mistakes, learn from 'em. When life hurts you, because it will, remember the hurt. The hurt is good. It means you're out of that cave. But, please, if you don't mind, for the sake of your poor old dad, keep the door open three inches. 그러니까 일레븐, 계속 성장하렴. 내가 너를 멈추게 하지 마. 실수를 하고 실수를 통해 배워. 삶은 너에게 분명히 상처를 줄 거야. 그 상처를 기억해. 상처는 좋은 거란다. 네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동굴에서 나와있다는 거거든. 하지만 네가 괜찮다면, 나이 들고 불쌍한 너의 아빠를 위해서, 네 방문을 3인치만 열어놔 주렴.


솔직히 말하면 그는 이상적이고 완벽한 어른이자 아버지는 아니었다. 화가 많고 가끔은 무례했으며, 제멋대로인 면도 있었다. 아이들을 타이르기보다는 협박하는 쪽이 더 편한, 어찌 보면 어른이 저래도 되나 싶을 만큼 유치한 구석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일레븐을 생각하는 마음은 진심이었고 그가 편지에 적은 삶에 대한 태도 또한 본받을 만했다. 삶이 주는 상처를 받아들이고 계속 성장하는 것. 상처가 주는 허무감에 답답해하고 있던 나에게 호퍼의 편지는 비단 일레븐을 향한 것만이 아니었다. 나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다음 시즌이 언제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때 호퍼를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벌써 마음이 먹먹해진다. 호퍼, 당신은 진정한 영웅이었어요. I miss you so much, and I will miss you a lot for a long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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