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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짧지식 Aug 09. 2020

세상은 원래 불평등하다

승자는 계속 승리하고, 패자는 계속 패배한다

1. 세상은 원래 불평등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평등하다고 생각하는가? 현 사회에서는 상위 1퍼센트의 자산 총액이 하위 50퍼센트의 자산 총액과 비슷하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상위 85명의 부자가 하위 35억 명의 재산을 모두 합한 액수만큼 가지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 우리 사회의 모든 방면에 걸쳐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 과학 논문 대부분은 소수 과학자가 발표하고, 극소수 음악인이 저작권료 대부분을 가져가는 것만 봐도 그렇다. 불평등에 분노하는가? 하지만 이게 당연한 거라면,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들이 이런 자연환경 속에 살고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우리는 불평등에 분노해야 할까? 사회체제를 뒤엎어야 할까? 혹은 이런 현상을 인정하고 극복해 나가야 할까?


- 한 줄 요약 : 우리가 사회적 불평등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자연적 환경일지도 모른다.



2. 원하는 것은 한정적이고 원하는 자는 많다

바닷가재는 생각보다 인간과 공통점이 많은 생물이다. 바다 깊은 곳에 살고 있는 바닷가재는 바닥에 떨어진 시체나 부산물을 먹고 살아간다. 바닷가재는 자기 영역 안에서 먹잇감을 사냥하고, 먹이를 찾아 돌아다닌다. 이런 바닷가재에게 영역은 매우 중요하다. 영역은 바닷가재를 안전하게 해주고, 사냥을 보다 더 자유롭게 해준다. 이는 인간이 더 좋은 보금자리를 원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된다. 안전한 보금자리는 한정적이고 그런 곳을 원하는 바닷가재는 많기 때문이다. 만약 바닷가재 두 마리가 같은 시각에 같은 영역을 차지하고, 같은 곳에서 살겠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또 바닷가재 수백 마리가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고 그 좁은 곳에서 얼마 안 되는 부스러기를 두고 다퉈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인간의 현 사회와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모두가 원하는 것은 한정적이고, 그걸 원하는 자는 수없이 많다.


이는 단지 바닷가재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은 이와 같은 문제에 마주하게 된다. 작은 새들 마저도 치열하게 영역 다툼을 벌인다. 우리가 듣기에 새들의 지저귀는 노랫소리는 무척이나 아름답게 들린다. 하지만 사실, 이는 '이 영역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사방에 알리는 위협의 목소리다. 참새의 3분의 1 크기에 불과한 작은 몸집을 가진 굴뚝새라는 새가 있다. 이 작은 굴뚝새 또한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운다. 굴뚝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녹음한 뒤, 그 소리를 재생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굴뚝새는 이를 침입자의 소리로 착각해, 녹음기를 맹렬히 공격한다. 이처럼 작은 굴뚝새 또한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작은 새 또한 자신의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


노르웨이의 저명한 동물학자이자 비교 심리학자인 토를레이프 셸데루프 에베는 닭들의 세계에도 모이를 쪼아 먹는 순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농장에 있는 닭들에게 모이를 주면, 대장 닭이 가장 먼저 그 모이를 쪼아 먹는다. 그다음 이인자 무리나 권력 주변을 맴도는 최측근 닭들이 남은 모이를 먹는다. 이렇게 서열 순서대로 닭들은 모이를 먹게 된다. 결국 최하층을 차지하는 닭들, 깃털이 듬성듬성 빠져 아파 보이는 닭들까지 순서가 내려오게 된다.


공동생활을 하는 닭들 사이에서는 서열이 존재한다. 굴뚝새는 공동생활을 하지 않지만 이런 새들의 세계에도 서열은 있다. 뿐만 아니라, 바닷가재, 사자, 늑대, 원숭이 등 모든 생물에게는 서열이 존재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이 서열은 더 넓고 더 좋은 영역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에서 드러나게 된다.


가장 영리하고, 힘세고, 건강하고, 운이 좋은 새가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그 영역을 지킨다. 그런 자리를 차지한 새는 최고의 짝을 만나 건강한 새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그 새끼들 또한 더 많이 살아남아 번성할 확률이 높다. 이런 영역을 차지한 새들은 생존에 대한 스트레스도 적다. 이런 이유에서 영역과 서열은 중요하다. 그리고 이는 사회적 지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 한 줄 요약 : 모든 생물들에게는 서열이 존재하고, 이를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



3. 승자는 계속 승리하고 패자는 계속 패배한다

바닷가재 수십 마리를 잡아 한 곳에 모아 놓으면, 바닷가재가 서열을 결정하는 방법을 관찰할 수 있다. 바닷가재가 더 좋은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기 시작하면 승자와 패자는 명확히 갈리게 된다. 싸움에서 패배한 바닷가재는 더 이상 싸우려 들지 않는다. 패기 넘치는 공격성은 사라지고, 예전에 이겼던 다른 바닷가재 하고도 싸우려 하지 않는다. 패배한 바닷가재는 자신감을 완전히 잃게 된다. 사랑을 잃거나 직장 혹은 사업에서 큰 실패를 겪은 고통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영역의 지배자에서 패배자로 추락한 바닷가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패배한 바닷가재는 자신감을 완전히 잃게 된다.


패배한 바닷가재와 승리한 바닷가재는 뇌 화학, 즉 신경 화학적 관점에서 크게 다른 반응을 보인다. 이는 바닷가재의 행동에서도 나타난다. 바닷가재가 자신만만한 모습인가 아니면 위축된 모습인가는 신경 세포의 교감을 조절하는 두 가지 물질, 세로토닌과 옥토파민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승리하면 세로토닌 비율이 높아지고, 패배하면 옥토파민 비율이 높아진다. 세로토닌 수치가 높고 옥토파민 수치가 낮은 바닷가재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으스대며 걷는다. 도전을 받아도 움츠리거나 물러서지 않는다. 반대로 세로토닌 수치가 낮고 옥토파민 수치가 높은 바닷가재는 무기력하고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승자는 세로토닌 수치가 높고, 패자는 옥토파민 수치가 높다. 이는 행동으로도 나타난다.


영역 다툼에서 패한 바닷가재가 용기를 되찾고 다시 싸움에 나설 때 승률은 어떻게 될까? 이들의 누적 기록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면, 이 바닷가재는 또다시 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마디로 승리했던 바닷가재가 다시 승리할 가능성이 더 크고, 패배했던 바닷가재가 다시 패배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인간 사회가 그렇듯이 바닷가재 세계에서도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한다. 안전한 은신처와 이에 따른 식량, 그리고 수많은 번식의 기회까지, 이 모든 건 승자만이 누리게 된다.


인간 사회에서는 상위 1퍼센트의 자산 총액이 하위 50퍼센트의 자산 총액과 비슷하다. 이는 즉, 상위 85명의 부자가 하위 35억 명의 재산을 모두 합한 액수만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 우리 사회의 모든 방면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창의성이 필요한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주요 과학 논문 대부분은 소수 과학자가 발표하고, 극소수 음악인이 저작권료 대부분을 가져간다. 또한 몇 안 되는 작가의 책이 판매 부수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미국에서 매년 150만 종의 책이 출간되는데, 그중 10만 부 이상 팔리는 책은 500종에 불과하다.


실제로 이런 불평등한 분배 원칙은 정부 형태를 막론하고 지금까지 연구된 모든 사회에 적용되는 듯하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 인구(일부 도시에 인구가 집중), 천체의 질량(일부 물질이 대부분의 질량을 차지), 단어의 빈도(500단어가 대화의 90퍼센트를 차지)에도 이 원칙은 적용된다.


승자가 다시 승리할 확률이 높고, 패자는 다시 패배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승자는 모든 것을 독식한다.


다시 바닷가재로 돌아가 보자. 바닷가재가 서로를 시험하며, 누가 약자이고 누가 강자인지를 결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서열 관계는 매우 안정적이다. 서열 싸움에서 승패가 결정되면, 승자는 더듬이를 위협적으로 치켜세우고, 패자는 모래를 뻐끔뻐끔 내뿜으며 사라진다. 애초에 힘이 약한 바닷가재는 아예 서열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낮은 지위를 감수하는 대신 팔다리를 온전하게 지키는 쪽을 택한다. 반면에 좋은 보금자리를 차지하고 안전하게 휴식을 취하며 편하게 배를 채우는 최상위 바닷가재는 틈만 나면 영역에 대한 지배권을 과시한다.


바닷가재 이야기가 도대체 인간 사회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첫째는 바닷가재가 3억 5000만 년 넘게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3억 5000만 년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공룡은 6500만 년 전 멸종될 때까지 약 2억 년을 살았다.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한지 30만 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비해 바닷가재는 엄청난 시간을 생존해왔다. 나무도 존재하지 않던 3억 년 전, 생명체의 뇌와 신경계는 매우 단순했다. 지금도 바닷가재는 그때의 신경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그 단순한 뇌와 신경계에서도 사회적 지위와 계급에 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 화학이 작동하고 있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서열 구조가 생명체의 생존과 적응에 필수적이었다는 뜻이다.


서열 구조는 생명체의 생존과 적응에 필수적이다.


서열 구조는 인간의 사회적 특성이나 문화적 특성이 아니다. 대략 5억 년 동안 존재해 온 지구 생명체의 특징이다. 이 정도 시간이라면 영원히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서열 구조는 자본주의도 아니고 공산주의도 아니고 가부장제도 아니다. 이런 것들은 우연적이고 임의적인 문화적 인공물이며, 언제든 변할 수 있고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서열 구조는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다. 자연이 만들어 낸 영구적인 특징에 가깝다. 서열의 변화가 이뤄진다 해도, 서열 구조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피부와 손, 폐와 뼈를 갖기 전부터 서열을 두고 싸웠다. 지구에 나무가 등장하기 전부터 서열이 존재했다. 서열 구조는 주어진 자연적 환경에 더 가깝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가 절대 아니다.


- 한 줄 요약 : 서열구조는 인간만의 문화가 아닌, 자연적 환경이다.



4.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패자니까 그냥 패자로써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게 아니다. 먼저 우리는 서열구조라는 시스템은 변하지 않는 본능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문제를 제대로 보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후 우리는 패자의 마인드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이게 바로 이 글의 핵심이다. 물론 패자의 인생이 나쁘지 않다면, 혹은 스스로를 패자라고 규정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상황을 회피하지 말고 받아들이자, 그리고 이를 바꿔나가자.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맞서 싸울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한 번 패배한 바닷가재가 싸울 의욕을 잃어버린 것과 같다. 이는 동정심이 많고 자기희생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저항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혹은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과 마주할 때, 그에 따른 고통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사람 등이 이에 속한다. 또 공격적인 행동은 무조건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역시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합당한 분노의 감정' 역시 비도덕적이라 생각한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초기부터 단호히 거부하고,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럼 가해자는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심지어 그의 행동에도 제약을 받게 된다. 폭력성은 한번 나타나면 거침없이 확대되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이를 초반부터 제지한다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는다.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 자신의 영역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능력이 없고 힘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쉽게 착취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부당한 일을 당했다면, 초기부터 단호히 거부해야만 한다.


우리는 당장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실천해야만 한다. 어깨부터 펴고 똑바로 서보자. 싸움에서 진 바닷가재처럼 축 늘어진 자세로 다닌다면, 사람들은 당신을 만만하게 볼지도 모른다. 인간과 갑각류가 모두 가지고 있는, 뇌 속 가장 깊숙한 곳의 서열 계산기도 당신의 서열 순위를 낮게 평가할 것이다. 그러면 뇌에서 나오는 세로토닌의 양이 줄어든다. 행복감이 떨어지고, 불안감과 슬픔은 커진다.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할 때 패배를 인정하고 뒤로 물러서게 된다.


자세부터 반듯하게 바로 잡아야 한다. 구부정하고 웅크린 자세를 당장 버려야 한다. 당신 생각을 거침없이 말해야 한다. 바라는 것이 있으면 그런 권리를 가진 사람처럼 당당하게 요구하라. 다른 사람들이 가진 권리만큼 나에게도 그런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라. 허리를 쭉 펴고 정면을 보고 걸어라. 좀 건방지고 위험한 인물로 보여도 괜찮다. 세로토닌이 신경회로를 타고 충분히 흐를 것이고, 그러면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다.


- 한 줄 요약 : 패자의 마인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세부터 반듯하게 바로 잡아야 한다.


* 참고자료

(1) 12가지 인생의 법칙 - 조던 B. 피터슨

(2) Social Behavior of birds - Schjelderup-Ebbe

(3) Global Wealth Report - Credit Suisse

(4) Predicting the long tail of book sales - Fenner, T.

(5) The emergence of lobsters - Bracken-Grissom, H. D.


* 유튜브 : https://bit.ly/2XOPktn

* 팟캐스트 : https://bit.ly/2LOVuTE

* 밴드 : https://band.us/@knowledge

* 이메일 : marksknowledg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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