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 도쿄
호주 워홀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잠시 일본에 들려 여행을 하고 가기로 했다. 큰 계획 없이 도쿄에 오게 되어 어디에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인터넷 속 다양한 이야기들을 찾아본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애니메이션 배경이 된 장소들을 찾아다니는 여행이었다.
"드라마가 아니고 애니메이션?..."
드라마는 실제 배우와 촬영지가 있지만 만화는 작가가 그리는 것이므로 실제 배경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수많은 만화의 배경들이 실제 장소를 바탕으로 그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한국에서 인기 있었던 '너의 이름은'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의 장소들을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너의 이름은'은 많은 사람들이 본 영화였던 덕분에 배경이 된 장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스가 신사
너의 이름은 성지순례로 갈 곳은 영화 포스터의 배경이 된 스가 신사 앞 계단이었다. 이 계단은 영화 메인 포스터의 장소이자 마지막 장면에서 '너의 이름은?'이라 묻는 곳이기도 하다.
도쿄의 메인 번화가 중 하나인 신주쿠에서 지하철로 세 정거장 떨어진 요쓰야 산초메 역에서 내려 스가 신사를 향해갔다. 내가 마치 탐정이라도 된 듯 영화에서 나온 장면을 포스터 한 장 보고 찾아가는 것이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즐거운 마음으로 일본스러운 좁은 골목들을 걷다 보니 조금 익숙한 곳이 나왔다.
"혹시 여기도 영화에 나온 곳인가?"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고 '너의 이름은 배경'을 검색해 봤다. 혹시나 했던 의문은 '역시나'라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중간에 나온 갈림길도 영화에 나온 장면이었던 것이다. 카메라를 켜고 영화에 나온 것과 같은 각도로 사진을 찍은 후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스가 신사 방향으로 걸을수록 점점 주택가로 들어서게 되었다. 여기에 정말 신사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려는 그때, 찾고 있던 계단이 나왔다.
"드디어 찾았다!"
이 계단이 정말로 포스터에 나온 장소가 맞을까? 하는 의문은 들지 않았다. 계단 앞에서 영화에 나온 주인공들 모습으로 코스프레를 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신사의 모습을 구경한 후 다시 계단으로 왔다. 사람이 없는 계단에서 사진을 찍으니 뭔가 큰일을 해낸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하철 역으로 돌아가려고 하다가 한 곳만 보는 것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핸드폰을 꺼내 가까운 곳 중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가 있는지 알아봤고, 두 번째 장소로 요쓰야 역을 고르게 되었다.
요쓰야 역
요쓰야 역은 주인공인 타키와 오쿠데라 선배의 약속 장소로 영화에 등장한 곳으로 스가 신사에서 조금만 걸어가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 관광객임을 드러내며 사진을 찍었다.
일본의 유명한 관광지를 다닌 것은 아니지만, 여행에 작은 목표를 정하고 다니는 것이 얼마나 큰 재미인지 깨닫게 된 하루였다. 도쿄와 같은 거대한 도시를 혼자 여행하다 보면 정처 없이 떠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가야 할 곳과 해야 할 것을 정하고 나면 외로운 감정 대신 두근두근한 감정이 자리 잡게 된다.
혹시 여행이 무료하고 심심하게 느껴진다면 영화나 드라마 속 나온 장소를 찾아가며 같은 각도로 사진을 남겨보는 것은 어떨까?
영상에 잠시 나온 그 장면 하나가 당신의 여행을 흥미로운 곳으로 이끌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