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익힘도

by 다리짧은 코기

흑백요리사를 통해

널리 퍼지게 된 단어가 있다


“익힘도”


안성재 셰프는

채소의 익힘도가 굉장히 타이트하다며

채소의 익힘 정도를 칭찬하면서

사용한 용어이다


익힘도가 타이트하다는 것은

덜 익히지도 더 익히지도

않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좋아하는 식감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 익힘도가 맞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파인다이닝에서 추구하는 식감을

만들기에 적절한 익힘도라고는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는 관계를 쌓아가다 보면

“어쩌라는 거지”라는 순간이 있다


일적인 부분

사람을 대하는 부분


이렇게 하면 저렇게 해야지

저렇게 하면 이렇게 해야지

라는 충고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헷갈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선임이 되고 나면

조금씩 알아가는 부분이 생긴다


이렇게 혹은 저렇게

극단적인 것보다는

적절하게 하는 것


채소를 적절하게 익히는 것처럼

덜 익히면 더 익혀야지

더 익히면 덜 익혀야지

라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더 익히는 게 나을까요

덜 익히는 게 나을까요

라는 질문은 선임을 복창 터지게 한다

적절히 익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알려주는 사람들도 깊게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채소의 익힘도를 잘 맞추려면

씹었을 때 어떤 느낌이 나야 하고

적게 익히거나 많이 익히면

어떤 느낌으로 변하는지 알려주면

새로운 식재료를 만났을 때

어떻게 익혀야 하는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무언가를 알려주는 사람도

관계를 쌓아가는 사람도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알려주기 애매한 것이다


이러한 것은 단순히

상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채소마다 적절한 익힘도가 다르듯

사람도 사람에 따라

적절한 거리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채소의 익힘마저

적절한 것을 찾게 어려운데

관계의 적절함을 찾는 것이

어떻게 쉬울 수 있을까


우리는 계속 실패하며

적절한 익힘도를 찾아가야 한다


오늘도

샤부샤부에 담긴 청경채를 보며

감성에 빠져본다

이전 05화05. 공감과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