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나의 역할

by 다리짧은 코기

성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한편으로 씁쓸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엇이 근본적인

원인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다


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여성은 우리는 애 낳잖아

남성은 우리는 군대 가잖아

라고 싸우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갈등은

내가 하는 역할에 대해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상대의 역할 또한 인정하지 못하고

존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고통과

육아를 하는 것의 힘듦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군대가 뭐 대수라고

돈 벌어 오는 게 뭐 힘드냐고

이야기하고


남성의 경우

군대에서 보낸 시간과

돈을 버는 것에 대한 힘듦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애 낳는 게 뭐 대수라고

애 돌보는 게 뭐 힘드냐고

이야기한다


익숙하지만

올바른 관계로 보이지는 않는다


나의 역할과 힘듦에 대해서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관계보다

상대의 역할과 힘듦에 대해서

인정하기 시작하면

새로운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라 지키느라 고생했어

애 낳느라 고생했어

네가 열심히 돈 벌어온 덕에 풍요로워

너 덕에 아이가 건강하네


성역할을 예시로 들었지만

사실 우리 주변 모든 관계에서

적용할 수 있다


친구

동료

직장


내가 이만큼 하는데 라는 생각에서

네가 이만큼 해줘서라고 바꿔보면

놀랍게도 관계가 좋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전략 다 짜두면 뭐 해

에서

제 요구에 발맞춰주느라 고생했어요


팀장은 맨날 앉아만 있고 내가 다했지

에서

팀장님 전략 짜고 전달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내가 골 넣으면 뭐 해 쟤 때문에 다 망했어

에서

오늘 열심히 뛰어줘서 고마워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왜 저래

에서

나 때문에 많이 답답했지 잘 알려줘서 고마워


내 상황과 역할을 더 과시하기보다

상대의 역할에 대해 어려운 부분을

이해해 보는 것이다


물론 관계를 쌓는 것이다 보니

한쪽만 이렇게 접근한다면

발전하기 힘들긴 하다


다시 생각해 보면

내가 상대의 역할을 존중하다 보면

내 역할을 존중해 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만


내가 내 역할에만 집중하다 보면

누가와도 관계는 발전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오늘도

나를 존중해 주었던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감성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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