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본업에서는 1100만원의 수익을 나왔다. 월급 470만원에 깜짝 성과급 620만원이 더해져 월급으로는 처음으로 월천을 넘었다.
부업에서는 1070만원의 수익이 나왔다. 스마트스토어에서 400만원, 크몽에서 400만원, 유튜브에서 200만원, 판매수수료 70만원이 나왔다. 본업수익과 더해 총 2170만원의 수익을 2월에 벌어들였다. (적고 보니 엄청나네..)
2월 달 정산을 하고 나니 더욱 생각이 확고해졌다.
퇴사하기 정말 어렵겠는데?
내가 퇴사를 하기 어려운 이유
2월 총수익 중 50%가 본업에서 나왔다. 내가 아무리 부업으로 월급만큼 번다고 해도 퇴사를 섣부르게 하지 못하는 이유다. 1100만원이면 도대체 유튜브 조회수가 얼마가 돼야 하며.. 배송작업은 또 얼마나 많이 해야 되는가..
뭐 성과급은 비정기적이니 뺀다고 하더라도 월급만 해도 470만원이다. 내년 진급에 성공하면 100만원이 더해져 570만원을 벌게 되는데, 더더욱 퇴사가 망설여진다. 부업으로 월 570만원을 더 벌어야 본전인데, 외벌이에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포기하기 힘든 조건인 것은 사실이다.
또 현실적인 부분 말고도 퇴사를 망설여지는 이유가 있는데.. 바로 성장에 대한 압박감.
안주 vs 성장
사실 회사에서는 큰 스트레스가 없다. 개인적으로 일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 회사에서 인정도 받고 있고, 몸 쓰는 일도 아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부담 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회사생활에서 스트레스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성장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이 없다는 것!
내가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일을 설렁설렁하더라도 월급 받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오늘 직장동료와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며 시간을 좀 보내도 월급이 깎이거나 하지 않는다. 오늘 좀 쉬었으면 내일 열심히 하면 된다. 매일매일 성장하지 않더라도 조금 안주하더라도 월급은 나온다.
하지만 바깥생활은 완전히 다르다. 완전한 실적 위주다. 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영상을 못 만들면 돈? 못 버는 거다. 쉬고 싶어 휴가를 떠나면 영상작업과 배송작업을 못하게 되고 수입 고대로 꼬라박는 거다. 또 치고 올라오는 경쟁업체들은 얼마나 많은가? 내가 좋은 서비스, 제품을 제공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거다. 내가 매일매일 성장하지 않으면, 안주하면 수입은 줄어든다.
난 대기업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성과압박, 관리자의 압박이 없는 것이 아니다. 매해 고과를 매기고 성과급은 차등 배분된다. 하지만 그 압박의 정도가 회사라는 울타리 밖에서 일을 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Mild하게 느껴진다.
내 성과에 의해 수익이 정해지는 사업은 본질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있어야 한다. 도태되거나 유지하면 사업을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성장, 끊임없는 성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난 '매일매일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왜 이번 영상에는 알고리즘이 돌지 않는 거지? 무엇을 수정해야 하지?'
'왜 오늘은 배송이 없는 거지? 마케팅을 바꿔야 하나?'
'왜 오늘은 전자책이 안 팔렸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부업으로 하고 있는데도 이 정도면 전업하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까? 상상이 안된다.
월급이 주는 안정감
내가 생각하는 월급의 가장 큰 장점은 예측가능함이다. 다음 달이고 1년이고 심지어 5년 후의 월급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월급의 예측가능성은 나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비록 부업에서 성과가 좋지 않아 수입이 줄어들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날 힘을 준다. 조회수 압박, 배송 압박, 주문 압박에 시달리는 나에게 월급은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부업이니까 괜찮아!
이런 심리적 안정감으로 나는 좀 더 공격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좀 더 새로운 도전을 기획해 보고, 좀 더 새로운 일을 준비해 보는 것. 당장의 수익을 좇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은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만약 내가 전업이었다면 과감하고 도전적인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아마 못했을 것이다. 압박에 시달려 정신적 그로기 상태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요즘 참 감사하다. 회사를 다니고 있음을 감사하고,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있음에 감사하다. 조회수가 유지되고 있음에 감사하고 나를 믿고 주문해 주는 구매자가 있음에 감사하다. 바닥까지 갔던 놈이 이렇게 성장했음에 감사하다.
나도 언젠가는 회사라는 보호망을 벗어나 나의 일을 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꾸준하게 성실하게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길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주와 성장사이에서 성장을 선택하는 작은 결정들이 이어진다면 성장이 주는 압박감에 흔들리지 않을 단단한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