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_4-5주차
by.시내
습관이 되었으면 하는 일들을 계속 시도하긴 하지만 결국 습관으로 남는 일은 별로 없다. 퇴근 후 습관적으로 운동을 하러 간다던가(운동은 늘 의식적 선택이다…), 집에 돌아와서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던가, 일찍 일어나서 공부나 작업을 한다던가 하는 일을 상상하지만 아무튼 습관이 되지 않는다. 잠깐씩 가능한 기간들이 있기도 했지만 잠깐일 뿐이었다.
그나마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얻은 습관 같은게 있다면 일기 쓰기 인 것 같다. 초등학교때 까지는 숙제를 위한 일기를 썼다. 귀찮게 왜 매일매일 일기를 써서 심지어 검사까지 받아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긴 인생을 위해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한 시도였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자발적으로 ‘일기를 써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집과 떨어진 타지였고, 기숙사 학교였다. 더이상 집에 돌아가면 엄마 아빠가 있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생각이나 감정들을 쏟아낼 공간이 필요했다. 또 한편으론 하루하루가 새로웠고, 소중하다고 느껴졌던 시기였다.
좋아하던 역사쌤이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이라는 것을 얘기하다가,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고 말했는데 나는 그게 일기에 관한 이야기로 들렸다. 내가 어떻게 기록하는지에 따라 내가 기억하겠구나. 그래서 그 시기엔 있었던 일들, 즐거웠던 일들을 썼던 것 같다. 그리고 우울하거나 힘들었던 일들도. 일기를 쓰고나면 하루종일 붕붕 떠다니던 생각들이나 기분들이 정리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나면 조금 가볍게 잠들 수 있었다.
그시절 일기 쓰기의 소중함을 느끼고 지금까지도 계속 일기를 쓴다. 매년 다이어리를 새로 고르는 일도 기쁨이었다. 다이어리를 예쁘게 쓰려고 시도한 적도 있었는데, 쓰다보니 나는 할말이 많을 땐 그냥 휘갈겨 쓴다는 사실을 깨닫곤 그냥 하루에 대해서 쓸 공간이 넓은 다이어리를 선택한다. 고등학생때 처럼 거의 매일 앉아서 쓰진 않고, 지금은 생각의 정리가 필요할때 주로 쓰는 것 같다. 즐거웠던 일들을 더 붙잡아 두고 싶은데, 즐거웠던 일은 그냥 그 자체로 좋기 때문에 조금 휘발된다고 하더라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더군다나 요즘에는 좋은일은 꼭 SNS에 올려두니까. 하지만 어렵고 힘든 일에선 어떤 의미라도 길어올리고 싶기 때문에 쓰게 된다.
정확하진 않지만 일기를 쓰겠다고 다짐하던 순간이 남아있다. 그때 내가 나를 기억하고, 정리하는 방법으로 일기를 선택했다는 것이 조금은 기특하다. 나는 지독하게 나 밖에 모르지만, 그래도 나를 들여다 볼 때 조금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by.뽀솜
전부터 생각해온 주제였는데 바로 다음 타자가 이 주제를 던져주다니 짜릿해 최고야
습관하면 자동재생되는 노래가 있는데 이것도 누군가도 같이 떠오를 것 같고(웃음) 어딜가서 노는 것도 좋지만 가는 길에노래틀고 서로 들려주고 싶은 노래 고르고 이 노래 듣고싶어!! 이러면서 나도 그 생각했는데 하던 순간이 더 기억나는건..?
이십대 초반부터 치과에 들락날락거리기 시작해서는 건치아동상장 받은건 저멀리로 날아가버리고 도자기로 씌워진 어금니만 여섯개인가.. 치과의사 팟캐스트도 듣고 유튜브도 보고 그러다 좋다는 어금니 칫솔을 사서는 밤 양치시간에 기본 양치를 하고 작은 칫솔로 잇몸주변으로 해서 슥슥 닦아주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매일하면 너무 좋은 습관일테지만 이제 일주일된 습관이다.. 흑흑 잇몸아 튼튼해져라
마스크를 쓰면서 또 다른건 벗어버렸다. 아무래도 답답한건 하나면 되지 않나 싶어서 노브라로 활보하기! 아니 나혼산에서 어떤 사람은 티 하나 입고 젖꼭지때문에 가슴에 해시계가 생긴다는 둥 가슴만 계속 비춰주고 놀리는데 그 사람도 노브라인데 그냥 웃고 지나가고 나는 계속 신경써야하는 사람인게 또 열받잖아??? 아무튼 다시 입기엔 멀리 와버려서 괜찮은낚시조끼, 작업조끼를 찾는 사람이지만 점점 더 비슷한 습관 가진 사람들이 많아져서 아무렇지 않은게 되면 좋겠다.
이 외에도 차를 진짜 좋아하는 이모부가 알려준 습관은 시동걸고 1분있다가 후진에서 5초, 중립에서 5초, 드라이브에서5초를 세고 출발하면 차에 무리가 덜간다고한다. 빵빵 많이 당하는 주인을 데리고 다니는 차에게 출발하기 전 의식처럼하고 있다.
처음만난 요가 선생님이 동굴목소리를 가진 분이었는데 호흡이랑 차마시고 물마시는 것에 대해 갈때마다 얘기하셔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한참을 집중하고 돌아올 때, 뭔가 일이 안풀릴 때는 의식적으로 호흡해보고 호흡만 생각해본다. 후-하- 물을 자주 마셔주는건 아직도 잘 안되는 습관이지만 마시면 확실히 편두통은 덜한거 같아서 노력중이다.
by. 탱
'이건 습관이다.' 라고 느끼게 된 몇 가지의 것들이 있는데, 그것이 습관이라는 것을 알아채기까지
엄청 오랜 시간들이 걸린 듯 싶다.
어린 마음에 멋있어 보이려고 따라 피웠던 담배가 그 첫번째이고,
아침에 일어나서 시리를 먼저 찾는 것 또한 오랜 습관중에 하나이다.
출근해서는 무조건 커피를 한모금 마셔야 한다거나, 출근 전 가지고 나가야 할 것을 소리내어 찾아본다거나
잠결에 중요한 내용이 생각이 나면 머리맡에 둔 종이에 적는다거나.
거기에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그 사소한 습관들까지...
문뜩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곧 나의 생활 습관이 되어 나의 삶과 함께 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기에 즐거운 일들, 내가 하기 편한 일들을 내 머리가 기억하고 다시 재생시키는게 아닐까?
'이렇게 하니 아침이 편했어.'라거나 '이렇게 하면 조금 더 수월해.'라던지 하는
내가 즐겁고, 쉽고,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몸이 기억해서 그 때가 되면 반복한다.
정말 재미있지 않나? 모든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이루어 진다는 생각!!
지금 내가 생각하는 가장 두드러지는 습관은 새벽2시 이후에는 잠을 잘 수 없다 이다...
여러가지 상황으로 그 시간대에 기억이 썩 좋지만은 않아서 일듯 싶지만,
이것도 고쳐질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언젠간 고쳐지겠지 그리고 언젠간 편안해지겠지 하며
사람은 누구나 한가지라도 습관이 있다. 물론 그게 좋은 습관일수도, 나쁜 습관일수도 있지만
그 습관조차도 그 사람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편해진다.
그거려니 그냥 그런 사람이겟거니 하고 생각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더 이상 피곤하게 살지 말자. 나만 힘들다.
by. 산
주말엔 느리게 걷는다.
느리게 걷는 일은 연습이 필요하다. 조금만 방심해도 평소처럼 마구 잰걸음으로 걷게 된다. 옆에 걸음이 빠른 친구가 있다면 잠시 멈추어서서 말한다. "오늘은 느리게 걷는 날이야."
느리게 걷는 일은 무지 어렵다. 몸통에 힘을 빼고 적절한 속도로 팔을 앞 뒤로 흔들어야한다. 그러다보면 팔과 다리가 어색하게 뚝딱거린다. 그래서 보통은 뒷짐을 건다. 그럼 조금 느긋한 한량이 된 것처럼 다시 천천히 걸을 수 있게 된다.
느리게 걸으며 나무기둥과 나뭇잎과 바닥에 난 잡초와 아스팔트의 다양한 모양과 귀여운 간판을 본다. 운이 좋으면 고양이도 보고 아이들도 보고 돌도 본다. 그냥 보지 않고 머무르며 본다. 주워서 만졌다가, 사진을 찍다가, 사랑스러워하다가 폴짝 뛰다가. 아이들을 만나면 꼭 부모님 몰래 말을 건다. 윙크를 하다가, 도토리 같은 것을 주기도 하고 눈알을 주기도 한다. 그럼 조금 다정한 어른이 되있는 것 같다.
주말이 아닌 날은 아주 빠르다.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순식간에 한다. 심지어 차로 슝슝 지나가면서도 많은 장면들을 본다. 좋은 마주침의 순간 안에 놓치는 것들이 있을까봐 종종거리는 날들이 대부분이다. 일기를 쓰게 되면서 종종 거리는 마음은 조금 줄어들었다. 할 말이 별로 없는 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들을 쭈욱 돌아본다. 한마디라도 남겨둔다. 그게 어떤 힘이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말이다.
내 손은 항상 뭔가를 하고 있다. 역시나 가만히 있는 법을 잘 모른다. 영화를 보다가도 손은 항상 움직이고 있다. 주로 뭔가를 까고 있다. 밤이나 마늘, 채소의 줄기를 벗기거나 다듬는다. 바꿔 말하면 뭔가를 까야할 때 주로 영화를 본다. 엄마 집에 다녀왔거나 택배가 온 날이 바로 그런 날이다. 손이 큰 엄마는 적당함을 모른다. 올 해는 다행이 바쁘다고 몇 번이고 말해 두어 박스 밤이 날아오지 않았다. 밤이 주방에 방이 뎅그란히 있었다면 나는 새벽까지 울면서 밤을 깠을지도 모른다.
집에서 나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몇 년을 만났는데도 나를 도무지 모르는 구구구남친 박경주는 내가 맨날 집에 누워있다고 말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나는 네가 누워있어서 그냥 같이 누운거였다. 집에서 나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자기 직전까지 잘 눕지 않는다. 세탁기와 건조기 사이를 왔다갔다 하거나, 책장의 카테고리를 바꾸거나 가구를 옮기거나, 화분을 날라 화장실에서 물을 주거나, 물을 준 화분을 다시 제자리에 갖다놓거나, 양말을 꿰매거나, 서랍장이나 책상 위를 정리한다. 내가 좋아하는 살림은 물건을 옮기는 일이고 좋아하지 않는 영역은 광내기다.
어쩌다 집에 있게 되는 날에는 밀린 집안일들이 전부 쳐다보는 것 같아서 집 밖으로 나간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주로 산책을 하거나 도서관에 가거나 아무 길이나 마구 드라이브를 한다. 목적지를 찍어놓고도 지도를 대충보다가 뭔가 숨은 길인가 싶으면 이때다!하고 차를 돌린다. 가끔 임도나 비포장 도로를 발견하면 아주 신이난다. 이렇게 좋은 것이 숨어 있을 줄 알았지! 그럼 혼자 차를 멈춰 세우거나 거기서 비로소 낮잠을 잔다. 운전을 하고 싶지 않은 날에는 단골 카페에 간다. 노트북을 챙기지 않은 날엔 마침내 책을 읽는다.
집에는 항상 읽어야하는 책, 읽고 싶은 책, 읽어야할 것만 같은 책이 마구잡이로 쌓여있다. 주로 읽고 싶은 책 과 읽어야할 것만 같은 책 사이를 서성거리다가, 읽어야하는 책의 마감이 다가올 때야 겨우 한 권을 다 읽게 된다. 지금도 몇 권의 책을 동시에 읽고 있는지 모른다. 그치만 이게 괴로운 적은 별로 없다. 책 중에 가장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부분은 책등과 서문이기 때문이다.
내 많은 습관들은 일상 안에 틈틈히 숨어있는데 이것들을하루 안에 모조리 해내보는 상상을 한다. 이런거다.
느리게 걸어나가 좋아하는 카페나 한적한 길을 찾아간다.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잔다. 저녁 전에 들어가서 세탁기를 돌리고 밤을 까면서 영화 한 편을 본다. 빨래를 건조기에 옮기고 뒷정리를 하면서 영화를 본다. 기분좋게 마른 빨래를 접는다. 맥주를 마시면서 꼼꼼히 일기를 쓰고 읽고 싶은 책을 마구잡이로 읽다가 잔다. 그런 완벽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 이렇게나 많은 습관을 가지고 있는가보다.
by. 경주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아직도 너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습관이라는 주제로 글을 적고자 하니 롤러코스터의 습관이라는 노래가 맴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습관이라면 아침에 꼭 커피를 마시거나 주말에는 평일에 대한 보상심리로 뭔가 꼭 배달을 시키는 등 가벼운 습관부터 일을 마감까지 미루거나 다리를 떠는 등 고치고 싶은 습관까지 몸에 배어 있는 것들이 많다.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시간은 3주라고 미디어에서는 이야기한다.(2개월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실 증명할 수 없다. 의식적으로 습관을 만들어서 내 몸에 습관으로 남았던 사례는 없었다...ㅎㅎ
몇 일 전 1030 참사가 있었다.
자다가 일어나서 페이스북을 보다가 현장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날 밤새 잠을 못 잤다.
그 다음 날까지는 사실 다른 지역이고 나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라 전혀 실감 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처절한 현실이라고 느꼈던 점은 그들을 향한 2차 가해였다.
"놀러 갔다가 죽은 거잖아"
"귀신 숭배하는 축제를 해서 그런 거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언론은 세월호의 유병언을 찾듯이 토끼 머리띠를 찾고 있고
사회는 애도보다는 피해자를 매도하고 있다.
사건들에 대한 대처방식과 바라보는 시선들이 어느새 습관처럼 반복돼가고 있는 것 같아 서글프기도 하다.
사실 나라고 더 대단하고 특별한 애도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에게 함부로 화살을 돌리는 일을 하지 않겠다. 분명한 건 이 일은 지자체 혹은 국가에 분명한 책임이 있기에 철저하게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by. 이성철
금요일 저녁 천안에 가는 길이었다. 일정을 마치고 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조금 더 서둘러서 서울역에 도착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많으니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미리 타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생각보다 일찍 기차에 탑승했다. 기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다가와 여기 자리가 맞으신가요? 뭐가 잘못됐을까요? 라며 내가 앉은 자리의 승차권을 보여주셨다. 승차권을 보여드리며 “그러게요” 말한 뒤, 열차 시간이 다르다는 걸 알았다. 나는 7시 4분 기차, 그분은 6시 46분차였다. 너무 일찍 도착해 기차를 잘못 탔다고 생각해 자리를 양보했다. KTX엔 열차카페가 없어 화장실 앞에 서서 가다 내리기 5분전 승무원이 티켓 확인을 한다고 다가왔다. 멋쩍게 ‘죄송하지만 제가 열차를 잘못 탄 것 같아요. 괜찮을까요?’ 라는 말에 ‘아 이 열차 맞으세요. 확인했습니다’라고 말하고 지나가셨다. 우스운 일이 아니냐며 친구에게 이 일을 말하니 답답하다며 화가 나지 않느냐는 말을 들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화가 나진 않는다. 나는 입버릇처럼 ‘미안해’를 말하고 그 다음 많이 하는 말이 ‘고마워’다. 미안할 일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고마울 일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마음은 더 크게 표현하는게 좋지 않은가. 왜 양보를 많이 하냐고 손해를 보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친절힌 말을 듣거나, 화를 낼 일에 미련한 태도를 보이는 거라며 답답하게 산다는 소리를 자주 듣곤 했지만. 음, 나는 전혀 답답하지 않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진 말아라.
내뱉고 있는 말이 감당이 되지 않지만 계속 말을 하는 순간들이 있다. 내가 한 말에 큰 감동을 얻었다고 하는데 나는 충분히 취해있었고 내가 한 이야기를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했다. 감당할 만한 무게가 맞을까 여과 없이 말을 내뱉고 있으면 진심과 두려움이 커져간다. 이렇게 말을 해버려도 되는 걸까. 말이 이렇게나 번지르르하게 술술 나온다고? 생각이란게 혀 밑에서 고였다가 뱉어지는 걸까. 마음이 작아지면 하찮은 혀끝이 무슨 말을 뱉어버리게 될지 두렵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말이랑 글로 남은 생을 살아야할지도 모르는데 너무 쉽게 말하고 쓰고 살고 있던 건 아닐까. 또 후회를 한다. 후회했던 걸 후회한다.
습관은 의식과 상관없이 끊임없는 반복으로 만들어진다. 끊임없이 반복하는 이 미련함과 후회를 더 이상 반성하지 않고 내 습관으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동안 미련함과 후회라고 불린 것을 이제 다정이라고 부르겠다. 나는 다정이 태생이나 성향이라 내 속에서 솟아나는 무언가라 믿었지만 아무래도 틀린 것 같다. 내 다정함은 언제 어디서든 퍼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아무나 내 다정함을 가져다 쓸 수도 없다. 아마 나는 끊임없이 다정하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결국 다정도 체력인가보다. 체력이 태도가 되어가기 쉽다는 것을 이제 체감해 간다. 필요할 때만 다정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반복하고 건강하겠다.
by. 임카
회의나 통화를 할 때면 중요하거나 반복되는 단어를 적고 사각형으로 둘러친다. 몇 개의 선을 더해 육면체를 만든다. 이유는 없다. 길을 걸으면서는 주변에 있는 차의 번호판 네 자리를 조합해 사칙연산을 한다. 네 개의 숫자를 각각 더하거나 네 자리의 수가 더 이상 나누어지지 않을 때까지 나누거나. 무나 애호박, 대파 같은 것들을 썰 때는 정해놓은 개수도 없으면서 숫자를 세며 썬다. 우유를 먹은 후엔 깨끗이 씻고 잘라서 납작하게 펴 버린다. 설거지 후에 음식물찌꺼기통을 안 비우면 내내 마음이 개운하질 못하다. 결단코 화를 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땐 종이에 분노의 알고리즘을 그리며 화의 논리와 근원을 정리한다(???......그렇게 내게 되는게 화일리 없다...) 여유있는 점심식사시간에는 습관적으로 맥주를 땄지만 요즘은 좀 소홀해졌다. 소맥에 익숙해진 손 때문에 맥주잔을 쥐고 있을 땐 늘 손목을 빙빙 돌리며 술을 섞는다. 잠을 자고 일어나서는 꼭 “아 피곤하다”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아침마다 뉴스레터와 카톡, 텔레그램으로 오는 기사, 논평, 오늘의 상식 같은 것들은 하루종일 짬짬이 시간을 내 다 읽으려고 한다. 일과 관련된 통화를 하기 전에는 메모장에 완벽한 기승전결의 대본을 써놓고 완전히 숙지해야 마음이 놓인다. 출근길, 삽다리칼국수를 지나 내가 좋아하는 시골길로 접어들면 꼭 창문을 활짝 연다. 자기 전엔 요가매트를 펴고 루미큐브 다섯판을 할 동안 개구리자세를 한다. 잠을 잘 때나 멍때리고 있을 땐 입을 벌리고 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늘 목이 부어있다.
나에게는 규칙적이고 근면한 습관은 없다. 가져보려고 시도조차 해 본 적이 없다. 이를테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거나 매일 운동을 하거나 일기를 쓰거나 책 읽는 시간을 갖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일의 시간표에 맞춰 살아야 하니 나름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일상은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시간에 하는 이걸 습관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소하게 몸에 밴 습관들은 나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의식적으로 반복하며 몸에 익힌 것들은 대개는 일과 관련되어있다. 처절한 실패들을 맛보며 하나씩 붙었던 옵션들이 어느새 습관이 되어있는 것이다. 어쩌면 화의 알고리즘을 그리는 것도 그 중 하나. 깨져버린 관계나 빈번하게 드러났던 바닥, 망신과 자책 같은 것들에 아파하는 순간들을 줄여보려 참고 생각하고, 한 번 더 고민하고 하던 것들이 어느새 알고리즘으로 까지 가버리는데.... 그러니까, 성격이 좋아서 참는게 아니라 심지어 화를 잘 내고 싶어서 참는 것이다.
많은 것들을 다 알고 있으려는 것도, 길고 긴 메모를 하는 것도, 내용을 충분히 숙지해야 마음이 놓이는 것도, 누구에게 왜, 어떻게 화를 낼지를 고민하는 것도 길고 지겨운 시간이다. 얼마 전 산이와 대화하다가 “말을 벼르는 시간”이라고 했다. 아, 벼른다니... 그냥 나오는 것이 말인데 왜 그렇게 안간힘을 쓰며 말을 하려는 걸까. 나는 왜 그렇게 말의 실패를 두려워하는 걸까. 게다가 썩 맘에 드는 습관이라고도 할 수 없는게, 한 달 전에도, 지난주에도, 그제도 나는 여전히 화를 참고서도 후회를 해야만 했다. 어젯밤 술자리에서는 내가 왜 그렇게 방어적이었지 하며, 지난번 그 새끼한테는 이 말을 했어야 하는데 하며, 매일매일 여전히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다. 준비하지 않았던 말이, 참지 않고 터져 나온 말이. 수없는 실패를 돌고돌아 건넨 사소한 말이 스르르 마음을 타고 넘었던 밤이 기억난다. 그러니까 이제 나는 말을 좀 놓아두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말을 준비하지 말고, 마음을 준비해야겠다.
by. 빈
습관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이라는 데
습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다.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끈기가 없나 보다.
그래도 나의 일상을 곱씹으며 습관을 떠올려 보는데 왜 강박을 확인하는 느낌일까.
나는 알람을 반복으로 설정해 두지 않고 매일 밤 자기 직전에 구글 캘린더를 열어 다음날 일정을 확인 하고 알람을 새로 맞춘다.
내일이 오는 기대 보다는 내일도 무사히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서.
예상하지 않은 일이 생기는 게 싫어서 모든 상황의 경우의 수를 미리 생각한다.
나 참 피곤하게 사네.
구글 캘린더는 기억력이 워낙 안 좋아서 쓰기 시작했다.
내 머리 속은 상상과 걱정의 용량이 커서 기억력 용량이 부족하다.
그래서 캘린더에 98.5%의 일정을 기록하기 때문에 의지를 많이 한다.
없으면 불안한 정도. 하루에도 몇 번씩 캘린더를 확인하는 지 모른다.
일을 하다가 갑자기 해야 할 일이 떠오른다. 그러면 또 캘린더를 확인한다.
이걸 하루에 열댓번은 하는 것 같다. 나 왜그러지.
그렇게 다음날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알람을 맞추고 나면
마지막으로 지금 자면 몇시간 잘 수 있나 계산을 한다.
나 인생 정말 피곤하게 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