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일지 필사_1.13

by 소산공원

1.

올해는 필사를 해보기로 했다. 지난번 모랭이숲 인터뷰 갔다가 책방 주인님이 매일 필사를 한다하길래 따라해보는 것이다.

좋은 문장들을 보면 어디다 가두어두고 싶어 호다닥 귀퉁이를 접어놓는데, 때마다 기록을 해두지 않으니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귀퉁이 문장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숱하다. 필사를 하게 된다면 매일 어느정도 분량의 책을 읽고 그날만큼의 좋음만 기록해둘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는 기록할 수 있는만큼만 책을 읽고 이걸로 되었다- 는 상쾌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을거다. 아 생각만 해도 좋은 어느정도만 하기.


2.

첫 필사의 책으로 호수일지를 골랐다. 좋아하는 포도밭과 다리놓아진 사람들의 피드에 여러번 올라온 책! 지난주 서울에 갔다가 서촌 책방에서 발견해 친구와 나눠 읽기로 했다. 일단 얇은 두께가 아름답다. 스물두번째 날의 기록이라 한번에 읽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하다. 조금씩.. 한번에 삼일이상 읽지 말아야지 다짐하곤 지금 53페이지를 읽었다. 기록해두고싶은만큼만 읽으려면 좀 더 찬찬히 읽을 수도 있겠다.


3.

오늘 옮겨적은 것은 열두 번째 날에 있던 문장이다. 눈 산과 작가의 움직임이 얼음을 깨고 갈라, 호수에 빠져 죽게 되는. 그런 두려움을 갖고 지내던 중, 하늘 위를 지나는 큰 새을 보고 기록한 글이다. 인간은 호수 앞에서 얼마나 작아질 수 있는지. 무용한지. 읽고 보니 갑자기 이 우당탕탕 하우스와 나의 관계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4.

집. 이 집을 만든 사람은 여하튼 이해가 안될만큼 우당탕탕 만들었을 것이 분명하다.(동선이 엉망진창인 콘센트&스위치 위치, 전기, 화장실 마감...) 어쨋거나 집은 태어난 이후로 20년 넘게 살아오면서 나름의 생태계를 구축했을테고 나는 작은 세입자일뿐이지. 그러니까 집이 우당탕탕 고장날 때 그저 겸손한 태도로 예이예이 고쳐드립죠.. 불편해야죠 예예 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엊그제 보일러 기사님이 다녀가셨는데도 같은 문제가 또 생겼고 부지런히 핸드폰 후뤠시를 켜고 나가서 가르쳐주심대로(?) 일처리. 생각보다 성가시게 될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겸손을 놓지 말아야지.


5.

집에 와서 일을 정말로 하려했는데 노트북을 두고 옴. ( ⁼̴̤̆⁼̴̤̆ ) 바보같이 한탄했지만, 뭔가 이제야 해방이 된 것 같다. 필사하고 메모에 일기까지.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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